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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6 북유럽,러시아-자작나무 천국(完

건강한 도시 헬싱키 1

by 깜쌤 2016. 10. 26.

 

 시차때문이었을까? 새벽 두시에 잠을 깼다. 창유리에 빗방울이 묻어있었다. 새벽 4시 반이 되도록 여행안내 책도 보아가며 구글 지도를 통해 행선지를 확인해두었다.


 

5시가 되자 날이 밝기 시작했다. 그 시각에 날이 밝기 시작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일주일 뒤 러시아로 넘어갈 때 새벽기차를 타야하기 때문에 날이 새는 시간대를 잘 파악해두어야만 했다. 



 까무룩잠이 들었다가 다시 눈을 뜨니 6시가 되었다. 지하 식당으로 내려가서 아침을 해결해야했다.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가면서 건물내 디자인을 살펴보았다. 나무와 유리, 그리고 쇠를 사용해서 난간을 아주 튼실하게 만들어두었다.



1층 카운터에서 아침식사용 식권을 샀다. 저번 글에서 도무스 아카데미쿠스 호스텔 방값에 아침식사가 포함된 것처럼 썼는데 일기장을 살펴보니 내가 착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침식사용 티켓 가격은 1인당 7.5유로였다. 약 1만원이라는 말이 된다.



탁자는 원목 색깔 그대로지만 의자는 검은색이어서 단정한 느낌을 주었다.  식당 위는 건물 마당이다.



나는 죽과 빵, 그리고 햄과 계란, 치즈, 토마토와 오이 몇조각으로 아침을 해결할 생각이다. 



동양인 손님은 드물었다. 식당 안은 정숙했고 모든 손님들이 말소리를 낮추어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식당에서 제공하는 커피는 확실히 고급이었다. 식판은 본인 스스로 반납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런 분위기가 좋았다. 더럽고 떠들고 시끄러운 것은 딱 질색이다.



방으로 다시 올라왔다. 외출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실내에 붙여놓은 거울이 특별했다. 단조로움 속에 스며든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갖춘 것이 북유럽 디자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방에서 내다보면 맞은 편 아파트 베란다가 보인다. 아침햇살을 맞으며 일광욕을 즐기는 남자가 있었다.



여름이라고 해도 여긴 꽤 서늘하다. 그런데도 옷을 벗고 일광욕을 하는 사내의 강건함이 부럽다.



8시 45분 정도가 되어 방을 나섰다. 오늘의 첫번째 행선지는 세우라사리 섬이다.



호스텔 문을 열고 거리로 나오자 공기가 달콤하게 느껴졌다.



나는 가슴속 깊숙히 숨을 들이켰다. 호스텔 맞은 편에 주유소가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 공동묘지 옆으로 난 길을 따라서 걸을 생각이었다.



도로가로 줄지어 자라오른 자작나무 흰줄기가 아침 햇살에 더없이 반짝거렸다.



 

오늘 우리는 바닷가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걸어볼 생각이다. 지도 왼쪽에 나타난 섬이 세우라사리 섬이다. 우리 호스텔은 헬싱키 기차역에서 그리 먼곳이 아니다. 헬싱키는 작은 도시여서 걸어다녀도 될 정도였다. 



가로수용으로는 줄기가 하얀 자작나무를 심었다. 도로가로 펼쳐지는 공원에는 잔디가 푸르기만 했다.



짙은 녹색으로 된 건물을 만났다. 처음에는 무슨 시설인지 짐작할 수 없었지만 곧 눈치를 챌 수 있었다. 화장실이다.



 도로가로 멋진 자전거 전용도로가 이어져 있었다.



그런데 말이다, 푸른 풀밭 위에 떼를 지어 앉아있는 저 녀석들은 도대체 뭐지?



생김새는 오리를 닮았지만 오리는 확실히 아니다.



기러기나 야생 거위 종류일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들은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야생 조류따위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현지인들은 자전거를 타고 마구 지나쳐갔다. 



나는 여기에서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비로소 깨달았다. 새들조차도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상이 있다는게 너무 신기했다.



어려서부터 굶주림에 익숙한 우리들은 새들을 보면 돌멩이부터 찾았다. 던져서 맞으면 잡아 먹을 수 있었으니까....



그땐 새들도 인간을 보면 멀찌감치 떨어져 눈치부터 살피지 않았던가? 여기 새들은 인간을 의식하지 않는 것 같았다. 녀석들은 덩치도 제법 크다. 실하게 보였다.



나는 첫날부터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멋진 대자연속에서 인간다움을 잃어버리자 않고 살아가는 나라가 있다는게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우리는 숲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었다. 산에 간다면 오를 줄만 알았지 산둘레를 돈다는 것은 생각할 줄 몰랐던 우리들 아니었던가? 길은 편평하게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기에 걷기에는 더없이 이상적이었다.



햇살조차도 상큼하게 느껴진다.



 집들은 숲 속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조금 더 걸어나갔더니 실내 테니스장이 나타났다.



 테니스에 관심이 많은 ㄱ사장은 잠시 구경하겠다며 발걸음을 빨리 했다. 



나는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보았다. 너무 깔끔하고 한적하다.



맞다. 테니스장이다.



나도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관리인 청년은 기꺼이 안을 볼 수 있도록 허락해주었다. 



테니스클럽에 딸린 카페도 깔끔하긴 마찬가지였다.



건물이나 의자 색깔도 난하지 않았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찌 이리도 차분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야외에 마련된 클레이코트도 단정하기 이를데 없었다.



길은 테니스장과 클레이코트 사이로 나있었다.



테니스장을 나오자 개훈련장이 나타났다.



아까 공원에서 만났던 숙녀분은 개를 데리고 여기에 오고자 했던 것이 틀림없다. 개도 좋은 나라에서 태어나야한다.



육지속으로 깊숙하게 파고든 만 한쪽으로 작은 요트들이 줄지어 정박해있었다. 



우리가 걷는 인도는 자동차 도로와 만났다 헤어졌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어떤 곳은 포장이 되지 않았기에 걷기가 훨씬 편했다. 그런데 산책로를 구성하는 흙 성분이 특이한 것 같았다. 신기한 것은 빗물에 파인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후미진 곳마다 요트가 정박해있었다. 



조금밖에 걷지 않았지만 나는 핀란드라는 나라가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 나라는 뭐가 달라도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닷가에는 펀펀한 바위들이 많았다. 나중에 깨달은 것인데 그런 바위들이 이 나라에는 제법 흔했던 것이다.



개척자들의 유물일까? 영어 설명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나는 바위 위에 올라서서 사방 풍경을 즐겼다.



 숲과 바다와 바위들..... 바다가 너무 고요했다.



몇 모퉁이를 돌았더니 아름다운 작은 호수가 나타났다.



맨티니에미 호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푸른 잔디밭 위로 원추리가 무리지어 피었는데 그 너머로 이어지는 잔디밭 곳곳에 흰줄기를 가진 자작나무가 하늘로 솟구친 곳! 



 그 사이로 이어지는 길을 걷는 우리는 얼마나 큰 행운을 잡은 사람들인가?



야생화들이 사방에 가득했다.



힐링을 외치는 사람들이라면 핀란드를 포함한 북유럽에 가볼 일이다. 그런 곳에서는 저절로 힐링이 이루어지리라.



그동안 참 많은 곳을 가보며 살았지만 여긴 특별한 그 무엇이 존재했다.



호수 한가운데 작은 분수가 숨어있었다. 인공적으로 관리한다는 말이다.



잔잔한 감동에 가슴이 울컥해진 나는 잠시 할말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