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16 북유럽,러시아-자작나무 천국(完

헬싱키에서의 첫밤

by 깜쌤 2016. 10. 20.

 

 

이번 여행의 기본 개념도다. 지도를 클릭해서 크게 해두고 보면 아래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다. 핀란드의 헬싱키로 들어갔다가 러시아로 넘어간 뒤 다시 라트비아로 넘어어갈 생각이다. 발트 3국은 위에서부터 차례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인데 왜 러시아에서 바로 리투아니아로 너머가지 않는가하고 이상하게 여길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심을 해야 여행자가 될 수 있다. 


그 답은 지도 속에 있다. 러시아와 리투아니아 사이에는 벨로루스라는 나라가 끼어있다. 벨로루스는 예전에 우리가 백러시아라고 불렀던 나라다. 수도는 민스크다. 이 나라의 지정학적인 위치가 참으로 교묘해서 발트 3국을 여행한 뒤 동부유럽이나 남부 유럽을 가고자 할때는 반드시 거쳐야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이 나라 입국이 보기보다 까다롭다. 2016년 10월 현재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비자가 필요하다. 국제열차를 타고 통과만 한다고 해도 국경에서 여권심사를 할때 비자발급 여부를 살핀다. 통과비자가 없으면 국경에서 추방당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비싼 돈 주고 구입한 기차표가 날아가는 것은 기본이고. ...  그러니 우리는 먼저 라트비아로 가려는 것이다. 그런 뒤 내려가서 에스토니아를 보고는 다시 북상해서 에스토니아의 두번째 도시인 타르투에서 귀국 비행기를 타려고 하는 것이다. 



  

여행 전체일정은 24일이다. 원래 동행해야할 어떤 분의 일정으로 인해 그렇게밖에 시간을 낼 수 없었다. 참으로 공교롭게도 여행중에 어떤 학교로부터 교섭이 와서 귀국하자말자 어떤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쳐주기로 했으므로 오히려 잘 된 일이 되었다.


바로 위 지도는 핀란드의 수도인 헬싱키의 대략도이다. 핀란드 전체 인구가 5백만 정도고 헬싱키 인구도 그리 많지 않으니 도시 규모는 커도 볼거리는 몇군데에 한정되어 있다. 그러니 중심부와 유적지 위치만 알아두면 돌아다니는데 별 무리가 없다.


1 : 헬싱키 기차역

2 : 우리가 예약해둔 호텔 위치

3 : 건축역사박물관 섬

4 : 수오멘리나 유적지


일단 그 정도만 알아두자. 그 정도만 알아도 모든 것이 명료해져서 이 여행기를 이해하기 편해질테니까.



플랫폼에 내린 나는 집찰구를 향해 걸어가다가 다시 한번 더 돌아서서 우리가 타고 온 열차를 살폈다.




열차 외관이 생각이 참으로 세련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라색 같은 색은 잘못 쓰면 아주 촌스러울 수도 있는데....



벌써 오후 3시다. 그래도 이 정도면 준수한 편이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데 그리 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저기가 집찰구다. 표를 받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냥 나가면 된다. 유럽 기차역의 좋은 점은 바로 이런데 있다. 거의 모든 일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되 부정행위를 하다가 들키면 엄청난 벌금으로 때우면 된다는 식이니 양심적인 사람에게는 참으로 편하고 좋은 시스템이다. 



사회 일이라는게 다 그런 식 아니던가? 한 두 사람의 범죄자와 비양심적인 인간들 때문에 모든 시스템이 더 정교해지고 개인별 심리적으로는 한층 더 불안해지며 결국은 불신사회로 가는 것 아니던가?



기차역 밖으로 나왔더니 새로운 풍경들이 발앞에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젠 호텔을 향해 가야한다. 우리는 헬싱키에서 4일 동안 묵을 생각이다. 비행기 표를 살 때 헬싱키 숙박을 증명하는 4일간의 호텔 바우처를 제출하는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미리 호텔 예약을 해두었다. 호스텔 도무스 아카데미쿠스! 발음상으로도 이는 벌써 대학교 기숙사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겠다. 가격이 헐하다고 그냥 찍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론리 플래닛에 제일 먼저 올라오는 저가 숙소였다.



도무스 아카데미쿠스 호스텔의 위치를 제일 위 두번째 지도에 표시를 해두었다. 한 이십분 정도만 걸으면 될 것이다. 문제는 방향이다. 역에서 내려 어느쪽으로 가야하는지만 알면 되는데 정확한 방향을 모른다는게 문제였다. 스마트폰으로 위치를 다시 확인했지만 막상 어느 쪽이 호스텔이 있는 쪽인지 몰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군대에서 배운 지식을 총동원해서 방향을 유추해내기 시작했다. 북반구에서는 해가 항상 남쪽 하늘에 뜨는 법이다. 그러니 태양만 찾아내면 남쪽이 어디라는 것은 대강 짐작할 수 있다. 



 헬싱키 역 앞 광장에는 많은 길이 있었다. 그러니 어느 길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생고생을 하느냐 마느냐하는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도시는 깨끗하고도 깔끔했다. 거기다가 공기까지 한없이 맑으니 가슴속까지 시원해진다.



기차역 옆에 홀리데이 인 호텔이 있다. 저런 호텔에 머무르면 좋겠지만 우리는 최저가 호스텔에 머물러야 한다. 최저가라고 해도 상당히 부담되는 금액이어서 경비출혈이 심하다.



기차역 광장에는 시내버스 터미널도 같이 있었다. 



 우리는 걸어가기로 했다. 첫날 오후니까 호텔을 찾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할 처지다. 



 북유럽의 여름이어서 그런지 거리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사람들은 피부가 뽀얗고 뺨은 발그레하다. 여자들도 하나같이 키가 크고 늘씬했다.



헬싱키 중앙역 입구가 건너편에 보였다. 지금이야 저 건물이 헬싱키 중앙역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처음에는 몰랐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구차한 변명이긴 하지만 여행이 거듭될수록 예전처럼 사전 공부를 많이 하지 않게 되었다. 교만해졌다는 말이다. 첫날 나는 현장에 관한 예습을 적게한 댓가를 톡톡히 치렀다. 호텔로 가는 정확한 방향을 잘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많이 부끄럽다. 다른 사람에게 묻기도 하고 스마트 폰에 띄운 구글 지도에 의지해서 마침내 방향을 잡았다. 



방향을 잡았으니 그 다음부터는 쉽다. 이리저리 헤매기는 했지만 호스텔이 있는 쪽으로 걸어갈 수는 있었다.



헬싱키 기차역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직선으로 되어 있질 않았다. 그 바람에 애를 많이 먹었다. 



 기차역을 벗어나자 사람도 뜸해지기 시작했다. 핀란드인들이 아무리 친절하다고 해도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아까 피부색 이야기를 하다가 그만 두었는데 백인들이 주류를 이루는 사회를 돌아다니다보면 눈에 보이지는 않는 아주 민감한 인종차별을 경험하게 된다. 



모르면 사람들에게 물어보라고 하지만 쌀쌀한 대답을 듣거나 무시하는듯한 태도를 보이면 맥이 탁 풀린다.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마침내 공동묘지를 찾았다. 이 부근 어디일 것이다.



호스텔 위치를 검색할 때 여기를 언뜻 본 기억이 났다.



우리는 공동묘지 옆으로 난 도로를 따라 걸었다. 이제 이 부근 어디엔가 호스텔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북유럽국가들의 간판은 크지 않다. 시각적으로 편안한대신 멀리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그런 혜택은 없다고 봐야한다. 마침내 찾았다. 호스텔 도무스 아카데미쿠스!



 

체크인을 할때 간단한 서류를 요구했다. 여권은 기본이고.....  방두칸을 4일동안 쓰는 조건으로 600유로를 냈다. 하루 150유로니까 방 하나에 75유로인 셈이다. 우리돈으로 치면 약 9만 2천원 정도니 싼 값은 결코 아니다. 세명이 방 두개를 쓰는 것이므로 일인당 경비로 계산하면 방값만 하루 62,500원이다.



물가가 비싸서 그런지 한끼에 기본적으로 만원 정도를 주어야 식사를 할 수 있다고보면 틀림없을 것이다.



벌써 다섯시가 가까워졌다. 첫날이니까 무조건 쉬기로 했다.



가뜩이나 얇은 지갑인데 방값으로 거금을 지불하고나자 돈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은 수퍼에 가서 사온 빵으로 때우기로 했다.



호스텔 맞은편에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수퍼마켓이 있다는게 천만다행이었다.



나는 치즈와 햄이 들어간 빵 하나로 저녁을 해결했다. 토마토와 주스 한통을 샀길래 일인당 6.5유로 정도 들었다. 약 8천원짜리 식사를 한 셈이다. 



 오늘은 특별히 긴 날이다. 저녁 아홉시가 되도록 바깥이 환했다. 무조건 자야한다. 백야현상이 그때까지 남아있었다.    



위도 60도 정도는 되니까 그런가보다. 그래도 오로라 보기는 힘들 것이다. 내가 아는 장로님 딸이 헬싱키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대학원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는 아가씨여서 이 메일을 통해 사전 정보를 조금 얻기는 했지만 북유럽 여행은 결코 만만한게 아니었다. 아가씨와 카톡으로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시험기간인가 보다. 그렇다면 카톡도 함부로 할 처지가 아니다.  



침대에 누웠다. 자야하는데.....



 동행인 한분은 안대를 끼고 잠을 청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일어나 일기장을 꺼냈다.



잠이 안올땐 일기를 쓰는게 최고다.



대학생 기숙사답게 시설은 간소하다. 대신 깨끗하다. 침대 둘에 간단한 취사시설을 갖추었다. 욕실은 기본적이다.



마침내 밤이 왔다. 나도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첫날 밤이 그렇게 지나갔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