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리카 수조! 쉽게 말하면 지하 물 저장고다. 예레바탄 지하저장고라고 해도 되고 바실리카 지하 물저장고라고 해도 된다.
아까 봐두었던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공짜 입장은 아니다. 당연히 표를 사야한다. 20리라 !
입장해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336개의 기둥이 몇줄로 늘어서서 당신을 맞이할 것이다.
입구부근에서는 전통 복장을 빌려주고 사진을 찍는 서비스를 하기도 한다. 공짜는 세상에 없는 법이다. 있다면 그건 신이 인간에게 조건없이 선물한 것들 뿐이다. 공기, 물, 나무, 지하자원, 각종 물고기와 새들과 동물들과 식물들.....
도시 지하에 굵은 기둥들이 줄지어 서있는 거대한 공간이 있는데 그 안에 물이 가득 차있다면 누가 믿겠는가? 지금은 인위적으로 수량을 조절해서 그렇지 원래는 물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자그마치 8만 세제곱미터의 양이다. 8만톤이라는 말이다. 서기 532년에 만들었다니까 백제시대 전성기의 작품이다.
기둥 하나하나가 모두 다 예술품들이다. 항상, 그리고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로마인들의 솜씨와 실력은 도대체 어디까지였는지 너무 궁금하다. 우리는 아주 간단히 "로마인들은 건축에 능했다"는 식으로 서술된 역사책 한권으로 세상을 이해하려고 하지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그게 아니란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천장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들 사이로 지하도보가 만들어져 있어서 안으로 깊숙하게 걸어들어갈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가려는 이유는 하나다. 메두사를 보기 위해서다.
메두사 ! 그녀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이다. 괴물 세 자매중 하나인데 자매들 모두가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우선 그녀가 어떤 존재였는지를 위키 백과를 통해 알아보자.
보석과 같이 빛나는 눈을 가졌으며 보는 것을 모두 돌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을 가진, 혹은 흉측하고 무시무시한 얼굴로 하여금 본 자를 공포에 빠트려 돌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을 가졌다고 전해져 오며 머리카락은 무수한 독사로, 톱니같이 날카로운 치아, 멧돼지의 엄니, 청동 손, 황금날개, 튀어나온 눈, 긴 뱀혀를 가진 혐오스러운 모습으로 묘사된다. 또한 불사(不死)의 몸을 가진 두 언니들과는 달리 메두사는 불사의 몸이 아니었다.
메두사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연인 관계로, 포세이돈 사이에서 천마 페가수스와 크리사오르를 낳는다. 메두사가 네 발 달린 말을 낳았으므로 메두사도 켄타우로스와 같은 네 발 달린 반인반마(半人半馬)였다고 보는 견해도 있으며 뱀의 몸을 가진 반인반사(半人半蛇)로 그려지기도 한다. 메두사는 결국 페르세우스에 의해 목이 잘려 사망한다.
신화 자체가 진짜냐 가짜냐 하는 것에 너무 매달리지 않기로 하자. 메두사가 그런 존재였다는 것만 알아두면 336개의 기둥 가운데서 메두사를 찾는 즐거움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이 엄청난 지하수조에 채울 물은 20킬로 미터 떨어진 흑해부근의 저수지에서 인공적으로 만든 물길을 통해 끌어 왔다고 알려져 있다. 로마인들은 오늘날의 수도 개념을 창안해내고 수로를 통해 물을 끌어왔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을 향해 가다보면 메두사는 금방 찾을 수 있다.
이 거대한 지하궁전은 비잔틴 제국이 멸망당하면서 한동안 잊혀져 있다가 1545년에 재발견되었다.
1987년부터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보통 사람들은 여기를 예레바탄 사라이으(=궁전)이라고 부른다. 옆으로 누운 메두사와 거꾸로 박힌 메두사의 조각이 흥미롭다.
많은 관광객들은 두개의 기둥에 각별한 흥미를 보였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오래 있었더니 지겨워지기도 했고 추워지기도 했다. 나는 서둘러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이런 공간에 물을 가득 채운다면 어느 정도의 양이 될지 상상해보라. 도시가 포위당했을 경우에도제법 오랫동안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외부로 이어지는 계단이 보인다.
007영화의 명품으로 평가받는 <애인과 함께 소련서 오다 From Russia with Love>에 이 장소가 등장한다.
우리는 바깥으로 나갔다.
해가 많이 기울어서 그런지 그림자들이 눕기 시작했다.
아야소피아도 뒤에 남겨두고.....
블루모스크도 남겨두었다.
블루모스크 앞에는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아야소피아라고 해서 예외랴?
슈샤인보이의 연장들이 길가에 모셔져 있었다. 주인은 어디로 간 것일까?
우리는 호텔로 내려가는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이스탄불 탐방을 하루만에 끝낸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적어도 사흘은 써야하지만 일정이 그러니 어쩔 수가 없다.
다음 기회를 노릴 수밖에.....
그렇게 다짐하고 돌아섰던게 벌써 몇번째였던가?
나는 기념품을 거의 사지 않는다. 사봐야 돈만 나가고 짐만 될 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집은 언제봐도 꽃이 만발하다. 이 집만의 명물 나무다.
나는 예쁜 것을 좋아한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사람살이에서 품격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천하지 않은 고귀한 아름다움을 사랑한다는 말이 되겠다.
돈이 있다고 고귀하게 사는 것은 아니다. 돈이 많아도 천하게 살면 천민자본주의의 극치를 이룬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트럼프에게서 그런 이미지를 느꼈다면 나만의 감정일까? 우리가 묵는 호텔은 중급정도지만 그런대로 품격을 갖추려고 노력하는듯 했다.
말은 그렇게 했으면서도 나는 저녁을 싸구려로 때웠다. 라면과 빵, 그리고 오이, 토마토, 과일 몇조각으로 말이다. 바른대로 말하자면 내가 품격이 낮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돈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배낭을 미리 다 싸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2015년 9월 2일 수요일 아침이다.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8시에 옥상 식당으로 올라갔다.
터키 이스탄불의 하늘은 쾌청했다. 마르마라 바다도 고요했다.
어리
버리
'배낭여행기 > 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으로 (0) | 2016.10.15 |
---|---|
귀국하던 날 (0) | 2016.10.14 |
전차경기장에서 (0) | 2016.10.12 |
미마르 시난의 걸작품 슐레이마니에 (0) | 2016.10.11 |
그랜드 바자르 (0) | 2016.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