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혼을 보았으니 이젠 점심을 먹으러 갈 차례다.
우린 방금 고등어 케밥을 샀다. 그러니 먹을 장소를 찾아야만 했다.
골든혼 바닷가 벤치에 앉아서 먹어도 되고 서서 먹어도 되지만 좀더 우아하게 먹고 싶었다. 내 머리 속엔 귈하네 공원이 떠올랐다.
거길 가면 멋진 벤치와 그늘이 있을것이다.
귈하네 공원을 찾아가는 것은 쉽다. 아야 소피아와 골든 혼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이스탄불 명소를 도는 투어용 빅버스가 지나가고 있었다.
다시 되돌아가는 우리들 옆을 트램이 스쳐갔다.
방금 도착한 페리에서는 사람과 자동차가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아까 슬쪽 들어가보았던 시르케치역을 지나간다.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인데 후진국일수록 제복을 입은 사람들의 힘이 크다는 것이다. 터키 경찰도 예외는 아니다.
귈하네 공원은 토프카프 궁전의 외부 정원이라고 여기면 된다. 지금은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된 장소다. 우리는 쉬기에 편안한 적당한 장소를 찾아나섰다.
사람이 조금 적게 다니는 풀밭을 찾아내어 자리를 깔고 앉았다. 자리가 없으면 종이라도 깔면 된다. 거의 비가 오지 않는 계절이므로 자리가 눅눅한 법이 없으니 아무데나 앉으면 된다.
우리는 고등어 케밥을 꺼내 뜯었다. 맛있다. 빵과 고등어구이, 그리고 양파와 토마토와 소스가 어우러져 기막힌 맛을 낸다. 고등어를 빵사이에 끼워 먹겠다는 생각을 한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
그렇게 점심을 먹으면서 다음 일정을 논의했다. 그 다음으로 우리가 가야할 곳은 그랜드 바자르다.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이스탄불의 명소인 거대 시장을 찾아가보는 것이다.
귈하네 공원속에는 분수도 있다. 무엇보다 그늘이 짙어서 좋다.
입장료는 없다. 그러니 더 좋았다.
"귈하네 공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공원은 톱카피 궁전의 외부 정원으로 사용되었던 곳입니다"
황실 가문 전용이었던 멋진 시설을 개방하니 모두들 찾아오셔서 잘 즐겨달라는 말이겠지.
공원밖으로 나왔더니 생활에 지친 장사치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길거리 음식을 즐겨보는 것도 배낭여행자의 즐거움이긴 하지만 방금 고등어 케밥을 먹었으니 눈에 들어올 이유가 없다.
우리는 술탄아흐메트 지구의 트램 노선을 따라 걸었다. 사실 그게 제일 편하다. 그렇게 걸어서 따라가면 길잃을 염려도 없다.
대리석으로 만든 수도였던 것 같은데 물이 끊어졌다.
도로 건너편에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렇다면 거기도 관광지라는 말이 된다. 지하저수지의 입구일 것이다.
사람들이 제법 몰려 있었기에 저녁에 다시 와서 들어가보기로 했다.
술탄 아흐메트 지구에서 트램노선이 크게 휘어지는 곳이 제일 번잡한 곳이다. 물론 그랜드 바자르 내부도 극도로 혼잡하다.
복닥거리는 곳일수록 소매치기를 조심하는 것은 기본이다. 친절을 베풀며 접근하는 터키인들 가운데 마약과 정치 이야기를 꺼내는 인간들은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그런 인간들을 상대하다보면 가짜 경찰에게 걸려 사기당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테러의 시대이니만큼 가방을 놓고 슬며시 사라지는 인간이나 자동차를 몰고 광란의 질주를 하는 인간도 주의해야할 것이다.
트램 정류장도 부근에 있다. 다양한 색상을 칠한 트램들이 거리를 누비고 다녔다.
길가 상점들은 온갖 색깔을 지닌 옷감들을 전시해두고 있었다.
향신료 가게도 보인다. 샤프란, 차, 자스민..... 다양한 맛을 내는 재료들이 나그네의 눈길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너무 한눈을 팔지 않도록 하자. 상인들은 당신의 주머니를 노리는 장사치지 무조건 친절을 베푸는 속없는 인간이 아니다.
자선을 베푸는 인간들은 많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해두자.
당신이 여성일 경우 터키 남자들을 조심하시라. 대부분의 잘생긴 미남 터키 청년들은 당신의 육체를 탐하는 데 정신이 팔려있지 진정한 친구가 되어줄 생각은 거의 없는 인간들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하룻밤 풋사랑을 갈구하는 여성이라면 내가 지껄이는 이런 소리는 들을 필요도 없다.
마침내 그랜드바자르 입구까지 왔다. 만약 헤어질 경우 이 부근 어디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위치까지 확인해둔 뒤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랜드바자르 안은 미로라고 보면 된다. 미로(迷路)는 화가 호안 미로를 의미하는 말이 아니다. 거긴 어마어마한 인파가 뒤끓는 완벽한 미로다.
지붕있는 시장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초대형 수퍼마켓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그런 개념은 아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그랜드 바자르는 옛날 재래식 전통시장인데 현대화 되어있는 그런 종류의 초대규모 시장이다. 수많은 소매 시장의 상인들이 어수룩한 관광객인 우리들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는 곳이라고 보는게 더 합리적일 것이다.
워낙 비슷한 모양의 가게들이 가로 세로로 얽혀있는 곳이어서 길잃기가 십상이다.
일단 첫 골목의 끝까지 가보고 나서 분위기를 익힌후 다시 들어왔다.
어슬렁거리다가 찻집을 발견했다.
이런 곳에서는 한잔 마셔주어야 된다. 터키식 커피도 나름대로는 유명하니까 말이다.
용케도 빈자리를 발견하고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가격 단위는 모두 리라다.
우리들 말고도 다른 손님들이 많았지만 그들에게 대놓고 카메라를 들이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의자마다 고급스런 터키 카페들이 등받이용으로 걸려있고 방석용으로 깔려있었다.
나는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했다.
탁자 위에 올려둔 받침이 화려했다.
커피를 다 마신 후 계산을 하려고 손짓을 했더니 손지갑처럼 생긴 물건 속에 가격표를 넣어 왔다. 내가 돈을 내어주자 종업원은 잔돈을 그 속에 담아서 영수증과 함께 다시 가져다 주었다.
인간은 모름지기 이런 식으로 품격을 갖추어가며 살아야 한다. 그냥 잔돈을 휙 던지듯이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예쁘고 깔끔한 통에 담아주면 훨씬 격식을 갖춘 것처럼 보이는 법이다.
커피 가게를 나온 우리들은 출구를 향해 걸었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슐레이마니예 모스크다. 거긴 아까 골든 혼에서 위치를 확인해둔 곳이다. 그러니 반대쪽 통로를 따라 골든혼 방향으로 나가야만 했다.
출구바깥은 전통시장이었다. 그랜드 바자르 안쪽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복닥거리고 있었다.
여자아이들 옷을 파는 가게에서 나는 그만 그 부드러운 색감에 현혹되고 말았다.
소녀들에게 이런 옷을 입히면 정말 예쁘겠다. 나는 그 화사한 색감에 끌려 한동안 헤어나오지를 못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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