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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아야 소피아 3

by 깜쌤 2016. 10. 5.

 

나는 내(內) 나르텍스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경사로를 찾아냈다.

 

 

계단이 아닌 경사로이므로 누구나 쉽게 2층에 올라가볼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크리스찬이라면 반드시 올라가보기를 권한다. 꼭 봐야할게 있기 때문이다.

 

 

2층으로 올라가는 경사로 입구에서 내(內) 나르텍스쪽을 본 모습이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경사로 바닥도 하도 많은 사람들이 밟고 다녀서 그런지 반들반들하기 그지 없었다. 

 

 

나는 천년의 세월을 밟아가며 천천히 경사로를 걸어올랐다.

 

 

경사로는 이리저리 휘어져 있다.

 

 

창밖으로 자라오르는 식물의 가지가 보이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유리창이라고 하는게 최근의 발명품으로 생각한다면 그건 크나큰 오해다. 유리 제품은 2천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신라인들도 유리제품을 지극히 사랑했다고 하는 사실은 국립경주박물관의 유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경사로가 제법 길어서 사람에 따라서는 제법 긴 동굴을 지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  

 

 

마침내 경사로가 끝나고 2층으로 들어가는 문이 나타났다.

 

 

문을 들어서면 아래층과 마찬가지로 나르텍스가 나타난다.

 

 

바닥의 대리석도 천장화도 아래층처럼 훌륭하다.

 

 

위에서 아래층의 중앙 홀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천장도 머리 바로 위에 있는듯 해서 위를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날개를 단 치품천사도, 메달리온도 그리 멀지 않다.

 

 

아야 소피아에 들어와서 아래층만 살피고 돌아서는 관광객이 제법 많은데 그런 식으로 관람하고 돌아서면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동쪽 전면의 핵심 애프스(=앱스, apse , apsis 하나의 건물이나 방에 부속된 반원 또는 반원에 가까운 다각형 모양의 내부 공간 - 출전 : 네이버 세계미술용어사전) 부근도 자세히 살필 수 있어서 좋았다.


아야 소피아 지상층의 핵심이 아기 예수님과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를 묘사한 그림이라면 2층의 핵심은 사도 요한과 마리아, 예수 그리스도를 묘사한 모자이크화가 아닐까 싶다. 

 

 

여섯 날개를 지닌 치품천사를 자세히 살펴보는 것도 좋다. 

 

 

정교회 성당이 모스크로 변한 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좋고, 건물 내외부의 변화상을 이모저모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 

 

 

안티 크리스찬들은 성당이 모스크로 변한 과정을 두고 정말 꼬시다(?)는 식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역사의 흐름을 개인 감정 하나로 단정해버리는 것은, 적어도 21세기를 살아가는 교양인으로서의 참된 자세는 아닐 것이다.   

 

 

이제 그 정도로 살펴보았으면 된 듯하다. 나는 2층 공간의 오른쪽 갤러리로 이동했다.

 

 

6세기경에 만들어둔 대리석 문을 통과해서 안으로 들어간다. 이 문을 통해 일반성도들의 회합 공간과 황제전용 공간이 구별되는 것이다.

 

 

대리석 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다. 사진 오른쪽에 서있는 관광객들이 무엇을 살펴보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내가 갔을땐 대리석 바닥 중앙에 줄을 쳐놓아서 구별하기가 쉬웠다. 무슨 벽화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틀림없이 그냥 지나칠 것이다. 바닥에 줄을 쳐놓은 부분 오른쪽에서 뒤돌아서면 멋진 벽화 한 편을 찾아낼 수 있다. 

 

 

바로 이 그림이다. 방금 내가 들어온 대리석 문이 오른쪽 뒤에 보인다.



이제부터 이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그림의 상당부분은 회칠한 것으로 덮여져 있다. 성당이 모스크로 바뀌는 과정에서 회칠한 것이다. 이 그림을 두고 영어로는 Deesis(마지막 심판, 최후의 심판)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림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제적으로는 모자이크화다. 모자이크를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가운데 후광을 두른 이가 심판자로서의 예수 그리스도다. 오른쪽 편 긴 머리카락에 수염을 기른 사나이가 세례 요한이다. 요한은 영어로 존(John)이다. 성경 속에는 요한이 몇사람 등장하는데 사도 요한과 세례 요한은 분명히 다른 사람이다.


사도 요한은 예수님의 제자로서 유일하게 순교하지 않은 분이다. 아울러 그는 예수님의 육신의 어머니였던 성모 마리아를 봉양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 이야기에 얽힌 흔적을 찾아보기 원하는 분들은 고대도시 에베소를 둘러볼 때 인근 마을을 뒤지면 될 것이다. 요한 1,2,3서와 요한 계시록(=묵시록)을 쓴 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세례 요한은 예수님께 요단강에서 세례를 베풀기도 했던 분이다. 우리가 잘 아는대로 그는 갈릴리를 다스렸던 분봉왕 헤롯 안티파스가 자기 동생의 아내와 결혼하는 것을 꾸짖었다가 밉게 보여 목베임을 당했다. 헤롯과 헤로디아의 딸 살로메도 그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   



왼쪽에 있는 여자가 성모 마리아로 알려져 있다.



이 모자이크화는 13세기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비잔틴 제국 시대의 작품이라는 말이 된다. 1453년 비잔틴 제국이 멸망하고 아야 소피아의 파괴가 이루어질 때 완전 파괴를 면하는 대신 회칠당한 상태로 감추어져 있었다. 



그림 속에 드러난 요한의 얼굴 표정을 살펴보자. 그가 쳐다보는 눈빛 속에는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것 같다. 짙은 회한과 후회, 간절함과 희망같은 그 어떤 의미를 다양하게 내포한 눈빛이다.



마리아의 눈빛도 어딘가 다른 것 같지 않은가? 애절함과 연민과 긍휼, 자비와 사랑같은 만감이 교차하는 그런 눈빛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모자이크화 밑에는 벽몀 모자이크화와 거의 흡사한 그림이 담긴 액자가 걸려있었다. 혹시 회칠한 부분을 다 벗겨내면 이와 같은 모습이 될까? 아야 소피아 벽면에 남겨진 이 벽화와 가장 흡사한 그림은 시나이 반도의 성 캐더린 수도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림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려니 감정이 울컥했다.



나는 돌아섰다. 방금 살펴본 벽면의 반대쪽 벽 밑에는 역사적인 인물의 무덤이 존재한다.



나는 난간에 붙어서서 다시 한번 더 아래층을 살펴보았다. 



반대 벽면 밑에는 엔리코 단돌로의 무덤이 있다.  Enrico Dandolo ! 라틴어로는 Henricus Dandolo라고 쓴다.  



바로 이 자리다. 무덤이라고 하기에는 한없이 작고 초라하지만 그가 역사에 남긴  발자취는 거대했다.



단돌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베네치아(영어로는 베니스)의 생존전략과 역사를 이해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베네치아의 번영을 이끈 도제(최고 지도자. 통령이나 원수로 번역하기도 한다)였고 콘스탄티노플(오늘날의 이스탄불)을 점령하고 약탈하고 파괴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의 생애는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콘스탄티노플을 약탈하고 파괴했던 그는 참으로 공교롭게도 콘스탄티노플에 묻혀있다.



베네치아의 최고지도자였던 도제를 현대 이탈리아어로는 두체라고 한다.



제4차 십자군의 만행과도 관련깊은 이 인물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는 참으로 다양하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이야기할 때 도제 단돌로를 빼면 이야기가 공허해진다. 나는 다시 안쪽으로 더 들어갔다. 



또 다른 모자이크화를 꼭 봐두어야했기 때문이다. 



자기 업적을 후대에 길이길이 남겨두고자 하는 인간들의 다양한 군상들이 벽면 여기저기에 박혀있었다. 왼쪽 인물은 요하네스 콤넨노스 황제이고 오른쪽은 그의 황후였던 이레네다. 

 


성모와 아기 예수 정도에만 나는 눈길을 던졌다.



황후 이레네도 모자이크화로 자신의 모습을 남겼다. 나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들의 모습을 훑었다. 하지만 흉볼 것도, 욕할 것도 없다. 이름을 남기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갖는 욕망이니까!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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