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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옛날의 금잔디 Long Long Ago (고향)

그들을 세계환경유산 파괴범으로 지정하고 싶다

by 깜쌤 2016. 9. 28.

 

거의 모든 것이 검색된다는 구글에서 모래강으로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떠오르는 자료는 상당히 제한적임을 알 수 있다. sand river로 검색을 해보면 아프리카의 일부지역 사진들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그나마도 그리많지는 않다. 그만큼 모래가 강바닥에 가득한 강은 그렇게 흔한 것이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도 있겠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그동안 세계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살펴보았지만 강바닥이 모래로 이루어진 맑은강을 본 기억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강바닥이 모래로 된 곳은 그런대로 제법 찾아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내성천 상류지역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디지털 카메라를 구한 것이 2006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부터 나는 내성천 상류지역의 특정지역을 골라 거의 해마다 한두번씩은 꼭꼭 찾아가서 기록으로 남겨두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거기는 내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곳이다.

 

 

10년전만 해도 그림처럼 아름답다는 말은 내성천 상류지역을 두고 하는 표현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물이 워낙 맑고 모래가 깨끗해서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는 느낌을 받을 만큼 더할 나위없이 이상적인 곳이기도 했다.

 

 

바로 위 사진처럼 이런 풍경은 흔한게 아니다. 그동안 세계 여러곳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바로는 이 정도 풍경이라면 누구나 홀딱 반할 만한 그런 장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이 장소에다가 댐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기어이 그대로 밀어붙인 사람들이 있다.

 

 

결국 댐은 완공되었고 올 여름부터 담수에 들어갔다. 지금 이 장소는 바로 아래 사진처럼 변했다.

 

 

올해 9월 20일에 찍은 사진이다. 모래강은 완전히 사라지고 거대한 댐이 들어섰다. 영주댐이다.

 

 

이제 이렇게 귀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영원히 찾을 수도 되살릴 수도 없게 되었다.

 

 

유네스코에서는 세계유산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세계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그리고 복합유산으로 이루어진다. 위키백과에서 가져온 자료를 일부만 인용하기로 하자. 아래 글상자 속의 내용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선정 기준이다.

 

 

문화 유산

  • I. 독특한 예술적 혹은 미적인 업적, 즉 창조적인 재능의 걸작품을 대표하는 유산.
  • II. 일정한 시간에 걸쳐 혹은 세계의 한 문화권 내에서 건축, 기념물 조각, 정원 및 조경 디자인, 관련 예술 또는 인간 정주 등의 결과로서 일어난 발전 사항들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유산.
  • III. 독특하거나 지극히 희귀하거나 혹은 아주 오래된 유산.
  • IV. 가장 특징적인 사례의 건축 양식으로서 중요한 문화적, 사회적, 예술적, 과학적, 기술적 혹은 산업의 발전을 대표하는 양식.
  • V. 중요하고 전통적인 건축 양식, 건설 방식 또는 인간 주거의 특징적인 사례로서 자연에 의해 파괴되기 쉽거나 역행할 수 없는 사회·문화적 혹은 경제적 변혁의 영향으로 상처받기 쉬운 유산.
  • VI. 역사적 중요성이나 함축성이 현저한 사상이나 신념, 사진이나 인물과 가장 중요한 연관이 있는 유산.
자연 유산
  • VII. 특별한 자연미와 심미적 중요성을 지닌 빼어난 자연 현상이나 지역.
  • VIII. 생명체의 기록, 지형 발달과 관련하여 진행 중인 중요한 지질학적 과정, 또는 중요한 지형학적, 지문학적 특징을 비롯하여, 지구사의 주요 단계를 보여주는 매우 훌륭한 사례.
  • IX. 육상, 담수, 해안 및 해양 생태계와 동식물군의 진화 및 발달과 관련하여 진행 중인 중요한 생태학적, 생물학적 과정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
  • X. 과학적 또는 보전적 관점에서 뛰어난 보편적 가치가 있는 멸종 위기종을 포함하는 곳을 비롯하여, 생물 다양성의 현장보전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 의미있는 자연 서식지.

 

 

 

어쩌면 우리가 너무 무지해서 " VII. 특별한 자연미와 심미적 중요성을 지닌 빼어난 자연 현상이나 지역." 이라는 선정 기준을 모르고 댐을 건설했을 수도 있다. 물론 내가 내성천이 자연유산에 선정될 수 있을 정도로 빼어난 자연환경이라고 함부로 우기는 것은 아니다.

 

 

바로 위 사진 속에 나타난 장면 중에서 우측상단의 나무를 제거한 절벽부근의 짙은 회색빛 부근을 기준으로 변화상을 관찰하면 좋겠다. 중앙선 평은역 부근의 모습이었다.

 

 

사진속의 모래톱은 내가 어렸을때도 그대로 있었다. 1960년대 당시에 비해 모래의 양은 엄청 줄어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철도 선로에 깔 자갈을 채취한다는 명목으로 평은역 뒷산을 야금야금 갉아먹더니 강에도 손을 대기 시작해서 결국은 댐공사를 본격적으로 하고나자 생태계가 위 사진처럼 변했다. 모래톱은 사라지고 식물들이 점령해나가기 시작했다.

 

 

통탄할 일이다. 그나마 2년전만 해도 강바닥에는 모래가 많이 남아있었다.

 

 

작년에는 예전 강변도로도 폐쇄되어 새로 만든 도로에서 아래쪽을 보고 사진을 찍어두었다. 그때 댐을 철거했더라면 이 모습을 되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올해 9월, 마침내 이런 식으로 변했다. 이젠 그 아름답던 모래강이 영영 사라지고 만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철로부근의 절벽부근까지 물이 차올랐다. 개발을 앞세운 우리들이 저지른 행위가 이런 식으로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 댐을 만들겠다는 발상을 하고 공사를 진행한 인간들을 세계환경유산 파괴범으로 지정하고 싶다는 느낌은 나만 가진 어리석은 생각일까?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