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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6 중국-대륙의 오지:중경,귀주,광서(完)

봉황가는 길

by 깜쌤 2016. 9. 24.

 

2016년 1월 22일 금요일, 중국 여행 17일째다. 오늘은 호남성 봉황까지 가야한다. 아침 6시 20분에 일어났다. 머리도 감아두고 샤워도 미리해두었다. 6시 50분이 되자 모닝콜 신호가 왔다. 어제 저녁에 두번이나 당부해 둔 효과가 있긴 있다.

 

 

체크아웃할 땐 카운터에 근무하던 총각이 방에까지 직접 올라가서 확인하고 와서 보증금 120원을 내어주었다. 동방상무빈관은 버스가 드나드는 출구 바로 옆에 있지만 문이 닫혀있어서 터미널 주차장을 감싸고 있는 도로를 한바퀴 돌아가야만 했다. 

 

 

하서참을 향해 걸었다. 삼강 시내를 양분하는 심강위에 걸린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강바람이 제법 차가웠다. 하서참이라는 말은 강의 서쪽에 있는 버스터미널이라는 뜻이다. 거기서 통도(通道 퉁다오)로 가는 버스가 있다는 것이다.

 

하서참에 가서 표를 사려고 했더니 나온 답이 가관이다. "하동차점 07:40" 하동차점에 가서 아침 7시 40분 버스를 타라는 말이다. 하서참 버스시간표 게시판에 분명 7시 20분이라고 표시를 해두었고 거리는 77공리(公里 킬로미터)이며 요금은 23원이라고 턱하니 안내되어 있는 것은 뭐란 말인가?

 

영어와 우리말로 항의하는데 상대가 두가지 말을 다 못알아들으니 소 귀에 경읽기다. "팅부동(聽不同)"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열이 슬슬 치밀어오르지만 말이 통하는 사람이 없으니 나만 손해다. 시계를 보니 7시 20분이었다. 나는 다시 하동참을 향해 걸었다. 

 

 

우리가 머물렀던 호텔 옆이 하동참 아니던가? 아침부터 헛걸음질 셈이지만 운동한 것으로 여기면 손해볼 것은 없다. 웃자. 웃어야한다. 특히 중국여행은 그래야한다. 표를 사고 차에 오르니 손님이 별로 없었다.   

 

 

오늘 첫번째 행선지는 통도라는 작은 산골 도시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시골의 작은 읍정도 되는 곳이지만 중국인들 입장에서 보면 산골마을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가는 길은 내내 산길이었다. 큰 고개 하나를 넘기도 했는데 낡은 버스는 그래도 수월하게 넘어갔다.

 

 

산골동네여서 그런지 집들조차 그렇게 많은 것 같지도 않았다.

 

 

2,3층짜리 집들이 산비탈 작은 터에 의지하여 한 두 채씩 띄엄띄엄 붙어있는 정도였다.

 

 

어쩌다가 한두번씩 정차할 때마다 산골 주민들을 태우기도 하고 내리기도 했다.

 

 

두시간만에 통도참에 도착했다. 회화(怀化 화이화, 懷化 )로 가는 차는 10시에 있단다. 그것도 고속버스로 말이다. 비로소 회화까지 바로 갈 수 있게 되었다. 한 20여분 정도 여유가 생겼기에 통도가 어떻게 생긴 곳인지를 보기 위해 터미널 바깥으로 나갔다.

 

 

터미널 건물은 새로 지었다. 현대식이지만 후지다. 그게 또 신기한 일이기도 하다. 새로 지었으면 세련되어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그것도 수수께끼다.

 

 

하기사 수수께끼라고 할 것도 없다. 설계자와 시공자의 견문 문제니까 말이다. 시가지는 그런대로 깨끗했다.

 

 

통도 산골에도 개발 바람이 부는가보다. 산을 잘라내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번에는 고속버스다. 25,26번이 우리 좌석인데 중국인 두사람이 앉아있었다. 그들을 원래 자리로 가게하고 우리 좌석에 앉았다. 버스표에는 보험에 들었다는 작은 표가 함께 붙어있었다. 

 

 

통로 건너편 옆에 앉은 중국인은 한국인이 낯설게 여겨지는지 스마트폰으로 나를 찍고 싶다고 했다. 터미널을 빠져나갈 때 차창밖을 보니 삼발이 트럭이 지나가고 있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니 속이 다 시원해진다. 그동안 중국인들이 모두 오지로 인정하는 산골로만 다녔기에 그런가보다. 이제 우리들은 문명이 살아숨쉬는 도시로 나가는 것이다.

 

 

날씨가 흐렸다. 한번씩은 비가 내리기도 했다.

 

 

중국은 최근 십여년 사이에 엄청 변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동안 많이도 돌아다녔다.

 

 

중국배낭여행은 이번이 열번째다. 그동안 돌아다닌 도시들을 지도에 한번 표시해보았다. 아래 지도를 보기로 하자.

 

 

 

도시만 표시해서 그렇지 시골로 돌아다닌 것까지 다 표시를 한다면 훨씬 더 다양한 점이 만들어지지 싶다. 내가 의도적으로 여행을 가지 않고 비워둔 곳이 몇군데 있다. 두만강 너머 연길지역과 삼국지연의에 자주 등장하는 형주가 있는 호북성이다. 광동성도 해남성도 비워두었다. 거긴 다음에 다른 주제를 가지고 가서 살펴볼 생각이다. 

 

 

고속도로 교각 밑으로 소수민족의 집들이 보인다. 중국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여행을 다니다보니 이젠 조금만 보면 대강 구별할 수 있는 눈이 아주 살짝 만들어졌다.

 

 

너른 호수가 지나가기도 하고 정주홍강같은 도시옆을 지나기도 했다.

 

 

스마트폰으로 위치 검색을 해보니 우리가 탄 버스는 회화남참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회화에는 고속철도가 지나간다. 그러길래 회화남 화차참 부근에 버스가 잠시 서기도 했다.

 

 

문제는 이것이다. 이 터미널에서 봉황으로 가는 버스가 있느냐 없느냐를 확인하는 것!

 

 

 화이화 남 버스 터미널 정문에는 회화라는 지명을 번자로 써두었다. 매표소 안에 가서 행선지를 살폈더니 봉황이라는 지명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른 터미널로 가야한다는 말이 된다.

 

 

터미널 안내센터의 아가씨가 영어를 조금 할 줄 알았다. 아가씨에게 물어보니 회화서참에 가서 표를 사라고 안내해주었다. 시내버스 204번이 그쪽 터미널로 간단다. 아까 버스에서 내릴때 204번 버스를 본 기억이 나길래 시내버스 승강장의 위치를 쉽게 감잡을 수 있었다.

 

 

204번 버스 출발점에 가서 버스에 올라가며 운전기사에서 서참(西站)이라고 쓴 종이를 보여주었더니 기사석 부근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을 해주었다. 곧 이어 다른 사람들이 올라타서 곧 만원이 되었다.  

 

 

버스비는 2원이었다. 기사가 눈이 커다란 초등학교 다니는 소녀에게 '저 외국인들이 서참에서 내릴 사람이니 가까워지면 네가 말해주어라'하고 당부하는 것 같았다. 그 정도 대화는 눈치로 때려잡을 수 있다. 소녀들은 심히 부끄러워했고 커다란 삼거리 부근에 이르자 기사가 우리들을 보고 내리라고 말해주었다. 그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마웠다. 

 

 

회화서참에서 봉황행 표를 샀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봉황으로 가길래 좌석도 지정하지 않는다. 그냥 차가 오면 타기만 하면 된다. 화이화에서 나는 심한 추위를 느꼈다.

 

 

서참 부근의 호텔에서 하루 정도 쉬다가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동행인이 계속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어주셨길래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는 잘한 판단이 되었다.

 

 

터미널 안에서 제복을 입고 근무하는 아가씨에게 봉황행 버스의 위치와 화장실 위치를 물었더니 아주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그것도 영어로.....   2시에 버스를 탔는데 출발은 27분경에 했다.

 

 

회화에서 봉황까지는 고속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봉황! 중국이 자랑하는 10대 전통도시 가운데 항상 수위 언저리를 오르내리는 대단한 마을이다. 1시간 반 이상의 시간이 흘러 오후 4시 10분경에 봉황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시내 중심부에 도착하려면 터미널에서 1번 버스를 타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1번 버스를 찾아나섰다.

 

 

봉황 시외버스 터미널 맞은 편 공터에서 1번 버스가 출발했다. 사실 시내까지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어서 걸어가도 된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우린 시내버스를 탔다.

 

 

시외버스터미널은 큰 도로변 위 언덕에 있다. 일단 위치를 기억해두기로 했다.

 

 

남화문(南華門) 부근에서 내려서 숙소를 찾으면 쉽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기에 남화문 부근에서 내렸다.

 

 

시내버스는 우리를 내려놓고 성문 안으로 사라져갔다.

 

 

방금 지나쳤던 다리를 건너 상가가 밀집한 곳으로 돌아와서 호텔을 찾아나섰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본 강변의 경치가 고풍스럽다.

 

 

졸지에 봉황의 전경을 한눈에 살핀 셈이 되어버렸다. 

 

 

강을 따라 멋진 경치가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는 다리 부근에서 호텔방을 구했다. 오열경구(五悅景區) 연쇄주점 봉황점이라는 긴 이름을 가지고 있는 호텔이다. 

 

 

3성급 호텔인데 1일 135원이라길래 깎지도 않고 묵기로 결정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늘 먹은 것이라고는 사과 1개와 버스 안에서 먹은 비스켓 5개, 양갱 1개가 전부다. 살빼기에는 좋지만 너무 굶었다. 

 

 

 저녁을 먹기위해 외출하기로 했다. 일단 강변쪽으로 나가보았다. 

 

 

호텔 바로 앞에는 강을 건너는 커다란 다리가 있고 광장도 자리잡았는데 강변으로 연결되는 통로까지 있었다.

 

 

강변으로는 전통 가옥이 즐비하게 줄을 지었고 외나무다리보다 훨씬 더 큰 통로가 강을 가로질러 만들어져 있었다.

 

 

아치 모양의 다릿발 사이로 멋진 누각이 나타났다. 우리는 조금 전에 버스에서 내려 앞에 보이는 저 다리를 건너온 것이다.

 

 

강 중간에 보를 만들어 인공 폭포까지 만들어두었다. 개발론자의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한 시설이겠지만 환경론자 입장에서 보면 환경을 해치는 구조물이 될 것이다.

 

 

강변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따라 걷다가 음식점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배가 고팠기에 빨리 뭐라도 먹고 싶었다. 메뉴판을 보았더니 닭고기 화궈가 있길래 사천식 화궈를 상상하며 주문을 했는데 막상 나온 것은......

 

 

닭볶음탕이었다. 중국 봉황식 닭볶음탕이리라. 중국닭은  덩치도 작은가보다. 뼈를 바르지 않고 요리를 해서 그런지 먹기에는 꽤나 번잡했다. 그래도 밥과 함께 멋있게 먹었다. 표고버섯을 넣은 토종 닭고기탕이라고 보면 되겠다.

 

 

저녁식사를 주문할 때는 밖이 환했는데 식사를 끝내고 바깥으로 나가자 벌써 어두워져있었다.

 

 

겨울이어서 그런지 밤이 빨리도 찾아왔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