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三江 싼지앙)인근에는 동족(侗族)이라는 이름을 지닌 소수민족들이 많이 산다.
이들의 주특기는 나무다루기와 음악이라고 할 정도로 목조건축에서 발군의 재능을 발휘한다고 한다.
동족의 주특기인 목조건축의 결정체가 바로 풍우교와 고루(鼓樓)다. 고루는 북을 매달아놓는 건물을 의미한다.
스피커와 확성기가 없던 시절, 사람들에게 위급함이나 모임시간과, 시계를 대신 할 수 있는 정확한 시각을 알리는 가장 좋은 수단은 종과 북이었다.
종을 매달아두면 종루가 되고 북을 매달아두면 고루가 된다. 고루 앞은 엄청나게 너른 광장이었다.
종은 구리나 쇠로 만들어야하지만 북은 나무와 가죽만 있으면 제작할 수 있기에 동양에서는 북이 더 널리 쓰였다고 볼 수 있다.
나는 고루로 다가갔다. 입구에 매달린 현판에는 삼강고루라는 글씨가 뚜렷하다.
문표는 15원이었다. 그러니 올라가본다.
들어가서 위로 올려다본 모습은 장관이었다. 모든 것이 나무로 만들어졌다.
이리저리 마구 얽어세운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계단을 걸어올라가 통로를 따라 한층 한층씩 올라가보았다. 중앙에 엄청나게 큰 네개의 기둥이 자리잡았다.
나무 재료는 거의가 삼나무란다.
매끈하게 다듬어서 구조물을 만들어가는데 설계도가 없이 장인의 머리속 계산만으로 만들었단다.
또 하나의 특징은 못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방으로 조금씩 돌출된 지붕은 기와를 덮었는데 지붕 틈새가 벌어져 있어서 밖을 환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
기와는 작게 만들어서 차곡차곡 얹어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심강이 바로 밑으로 흐른다.
아무리 살펴봐도 놀라움 그 자체다. 고루를 이 정도로 만들 수 있었다면 동족들의 건축솜씨는 초일류급이다.
이젠 내려가보기로 한다.
중국은 56개의 민족이 모여사는 민족 집합체다. 문제는 한족이 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소수민족의 한족화는 시간문제다.
대중매체가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보통화의 보급과 간자(한자)라는 문자의 보급이 이루어진 결과다.
여기도 4A급 경구로 등급이 결정되었던가보다.
사실 삼강인근의 정양에 가야만 진정한 풍우교와 고루를 볼 수 있지만 가질 못했으니 이렇게라도 대신할 수밖에 없다.
고루 안쪽 벽면엔 다양한 사진자료들이 걸려있었다.
보아하니 굉장한 규모의 행사들이 많이 열렸던가보다.
나는 다시 고루 앞 광장으로 나갔다. 광장 맞은편 도로 앞 산밑에 커다랗고 둥근 건물이 보였다. 모습으로 보아서는 토루같다.
광장으로 걸어나가서 뒤돌아보았다. 고루가 굉장한 거인의 모습으로 성큼 다가왔다.
광장 좌우에 수상한 물건들이 걸려있었다.
다시 뒤돌아보았다. 고루의 모습을 눈에 넣어두기 위해서였다.
기둥에 걸어놓은 것들은 수수같기도 하고 조같기도 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니 이제는 내가 쓰는 여행기 자체가 어수선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광장 규모가 대단하다. 맞은 편에 보이는 둥근 건물은 토루가 틀림없다.
토루가 무엇인지에 관해서 더 알고 싶다면 아래 글상자 속의 글목록 가운데서 아무 것이나 클릭해보시기 바란다. 손해볼 일은 없을 것이다.
중국 곳곳에는 신비한 것들 투성이다. 그러니 대륙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달아놓은 것은 수수같았다.
날씨가 갈수록 새초롬해지는 것 같아서 일찍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가서 쉬고 싶었다.
중국인들은 관광지 시설물조차도 대규모로 조성하는 것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게 대륙의 스케일이고 전통이며 생활규범이라면 할말이 없지만 지나친 과장과 과시는 그리 좋은 습관이 아니라고 본다.
한국관광지는 한국식이어야 한다. 무엇이 한국스타일이냐 하는 것에는 공통점 도출을 위한 더 많은 논의가 있어야할 것이다.
호텔로 돌아갔다가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지만 터미널 부근에는 마땅한 음식점도 없었기에 눈에 띄는 대로 들어가서 볶음밥을 주문했다. 그날 저녁은 완전 실패작이었다.
간신히 한끼를 때우고 호텔로 돌아갔다. 병따개를 겸한 볼펜 한자루를 살펴본 것이 그날 저녁의 유일의 수확이었다.
방이라도 따뜻했기에 푹 잘 수 있었다. 내일은 드디어 봉황으로 간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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