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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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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예쁜 마을 샤프란볼루 3

by 깜쌤 2016. 9. 23.

 

나는 생활사 박물관 마당에서 샤프란볼루의 신시가지를 살폈다. 샤프란볼루의 진면목은 올드타운의 골목속에 숨어있다.

 

 

배낭여행 안내서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론리플래닛 필자들의 평가의 의하면 올드타운은 한마디로 아름답다는 것이다.

 

 

아름답다는 기준은 뭘까? 미적인 감각과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내 눈에 아름답게 보여도 남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박물관 정문을 나섰다. 

 

 

골목으로 내려서자 박물관의 노란 건물이 하늘 위로 치솟은듯 보였다.

 

 

샤프란볼루 올드타운은 골짜기 속에 숨어있다. 숨어있다고 해봐야 덩치 큰 집들은 숨길 수가 없는 것이니까 그대로 다 드러난 셈이지만.....

 

 

나는 이집 저집 할 것 없이 하나하나 눈길을 던져주며 골목을 걸었다.

 

 

조금 걸어내려왔더니 사람 그림자들이 바삐 어른거리는 시장통이 나타났다. 

 

 

 가끔씩은 꽤나 고급스러운 호텔이 골목 속에서 빼곡이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

 

 

돌로 포장된 골목길에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오랜 세월 숱한 인간들의 발걸음에 닳아버린 돌들이 반짝거리며 윤을 냈다. <카리비안의 해적> 영화나 <아라비안 나이트> 같은 소설에나 등장할만한 보물상자(?)가 골목 한쪽 벽면에 얹혀있었다. 

 

 

낡은 고동색 창틀 속에 갇힌 골동품들이 세월의 때를 안고 천천히 삭아가고 있기도 했다. 

 

 

누가 입었던 옷일까? 새옷 같지는 않다.

 

 

나는 괜히 보물상자에 마음이 갔다.

 

 

터키인 일가족이 내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제법 많은 관광객들이 골목을 누비고 있었다.

 

 

골목 하늘에서는 포도 넝쿨이 햇살을 가려주고 있었다.

 

 

오후여서 그런지 해가 기울어지면서 집그늘이 길바닥으로 묻어왔다.

 

 

시장 골목은 그런대로 깨끗했다. 이런 모습들이 서양인들의 시각으로는 예쁠 수도 있고 이국적일 수도 있겠다.

 

 

나같은 한국인의 눈에는 약간은 익숙한 모습으로 비쳐졌다. 이것도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리라.

 

 

나는 수예품에 눈이 갔다. 모시적삼을 만들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드는 뽀얀 천이 눈에 확 들어왔다.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여름 옷을 장롱속에만 넣어두고 안입어본지가 몇년 되는 것 같다.

 

 

시계들....녀석들은 어느 누구의 손목에서 책상위에서 세월을 보냈을지, 또는 보내야할지 모른다.

 

 

어랍쇼? 이건 완전 낯선 풍경이다. 거리 연주팀 등장이라니.....  더구나 민소매를 입은 아가씨들이라면 터키 아가씨들일리가 없을텐데.... 나는 골목에서 그녀들의 연주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녀들이 준비하는 동안 나는 부근을 더 구경하기로 했다.

 

 

샤프란볼루 정도되는 마을이면 보수적인 분위기가 지배하는 곳이 아닐까? 현지인이 아니면서 함부로 그런 판단을 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

 

 

관광지니까 민소매를 입은 아가씨들이 연주를 할 수도 있겠다.

 

 

사분이다. 사분이 무엇인지 안다면 나와 비슷한 세대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비누를 나타내는 말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비누고 또 다른 하나는 사분이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사분은 사버웅이라는 포루투갈 말이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사분으로 변했고 비누는 순수한 우리말이라고 한다. 터키어로는 오늘날까지도 사분이라고 한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골목길에 자그마한 관광용 차가 누비듯이 지나갔다.

 

 

마침내 아가씨들이 연주를 시작했다. 큰 기대를 걸고 기다렸지만 그녀들의 연주 실력은 순수한 아마추어에 지나지 않았다. 초짜를 조금 면한 수준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용기가 가상했다.

 

 

길거리 음악이라고 해도 그런 연주는 유럽에서 들어야 제맛이다.  

 

 

비올라 정도 크기의 악기를 든 영감님도 보였다. 점점 재미있어지는 동네다.

 

 

골목을 걷다가 광장으로 나왔다. 눈에 익은 글자가 보인다.

 

 

어째 골목에서 한국인들이 제법 보인다 싶더라니까.

 

 

또다른 한쪽에서는 미니버스가 출발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동네 맞은편의 전망대를 향해 걷는 중이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마을 전체를 살필 수 있으니까 반드시 올라가봐야 하는 곳이다.

 

 

그렇게하기 위해서는 마을길을 조금 돌아서 걸어야했다. 

 

 

구경을 위해서 걸어야한다면 기꺼이 걸어야 한다.

 

 

골짜기 안 여기저기에 호텔들이 숨어있었다.

 

 

샤프란볼루 올드타운이라면 호텔 예약을 하지 않아도 숙박업소를 찾는데 큰 염려는 안해도 될 것이다. 정 못 구할 경우 신시가지쪽으로 올라가면 된다.

 

 

터키인 젊은 부부가 우리들 동양인 모습이 신기했는지 함께 사진찍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미남 ㄱ사장이 한국인의 명예를 걸고 대타로 나섰다.

 

 

ㄱ사장 정도의 인물이라면 터키에서 어떤 신부감이라도 못구하랴싶다. 하여튼 그는 미남이다. 깜쌤은 어떠냐고? 깜쌤은 얼굴 그 자체가 흉악한 무기라고 여기면 된다. 그러니 철저하게 얼굴을 감추고 사는 것이다.

 

 

마침내 전망대까지 올라왔다. 전망대가 있는 공간은 제법 넓다.

 

 

이 마을이 세계문화유산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자랑스레 버티고 섰다.

 

 

이 정도를 가지고 문화유산이라고 하면 어쩌나하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다. 사진과 실물은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절벽쪽으로 다가갔다.

 

 

바로 저기다. 그런데 나는 거기서 제법 황당한 장면 하나를 찾아내게 된다. 

 

 

샤프란꽃의 효능을 알리는 광고판 하나를 보고 피식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샤프란꽃은 세포를 새로 조성하고 소화를 도와주며 긴장감을 없애주고 성기능과 두뇌기능을 향상시켜주며 어쩌고 저쩌고..... 심지어는 암치료에도 쓰인다면 이게 바로 만병통치약이 아니고 뭔가? 그렇다면 속는 셈치고 한잔 마셔주어야한다.

 

"아무렴, 마셔줘야하고 말고!"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