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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샤프란볼루의 저택 호텔

by 깜쌤 2016. 9. 14.

 

샤프란볼루까지 가는 세르비스 버스를 불러주겠다면서 우리를 데려간 사람은 메트로회사 직원이었다.

 

 

 그런 행동은 샤프란볼루를 떠날 때 자기회사 버스표를 사달라는 뜻이 담겨있다.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거절했다. 터미널 안쪽에 자리잡은 버스회사를 다니며 확인해보았더니 이스탄불로 가는 버스시간대가 가장 알맞은 곳은 샤프란회사였다. 

 

 

샤프란볼루는 작은 마을이다. 하루만 구경하면 된다. 나는 내일 아침 10시 15분에 출발하는 버스표를 사두었다. 내일 표도 사두었으니 이제는 마을까지 찾아가기만 하면 된다. 

 

 

사실 말이지만 여기도 이번이 두번째다. 우리 팀에게 주어진 시간을 계산해보았더니 여기를 들러서 가는것이 일정상 가장 유리했기에 한번 더 찾았던 것이다. 샤프란볼루는 엄격하게 말하자면 도시 구역이 두개라고 할 수 있다.

 

 

오스만 제국 시대의 집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차르시 지역과 현대식 건물이 즐비한 크란쾨이 지역으로 구분된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은 당연히 차르시 지역이다.

 

 

차르시라고 적힌 미니버스가 왔길래 올라탔더니 차르시의 올드 시티로 가지 않고 크란쾨이지역의 높은 곳을 향해 슬금슬금 올라가는게 아닌가? 차를 잘못 탔던 것이다. 중간에 내릴 수가 없어서 버스터미널로 돌아갈 때까지 타고 가다가 원래 자리에서 내렸다.

 

 

다른 버스로 갈아타자 이내 출발했다. 크란쾨이 구역은 조금 높은 고지대에 자리하고 있고 차르시구역은 골짜기 속에 있다고 보면 된다. 터미널에서 걸어가도 될 것이다. 2킬로미터 정도의 거리이기 때문이다.

 

 

오스만시대의 주택들이 고스란히 남아서 밀집되어 있는 차르시 구역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런데다가 마을이 예쁘고 아름답기에 한번쯤은 들러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택시와 관광버스들이 몰리는 광장부근에 배낭을 모아두고 ㄱ사장과 나는 호텔방을 구하러 갔다. 

 

 

차르시 구역에는 옛날 저택을 활용한 호텔들이 많다. 나는 그런 집에서 머물러보고 싶었다. 현대식으로 지은 집보다는 옛날 식으로 지은 집에서 하룻밤을 자보는 것은 멋진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나의 소망에 딱 맞은 호텔이 언덕배기 칼레(=성)밑에 등장했기에 안으로 들어갔다. 주인을 불렀더니 할머니가 나왔다. 인상이 좋았다.

 

 

파샤코나으라는 이름을 간직한 저택 호텔이었다.

 

 

한눈에 봐도 저택이었음이 분명한 그런 호텔이다.

 

 

3층짜리 건물인데 200년이 넘은 저택이라고 했다.

 

 

할머니 내외가 운영하는 호텔이었는데 할머니의 영어와 행동거지와 교양수준이 훌륭했다.

 

 

이런 집이라면 무조건 머물러 주어야한다.

 

 

가격이고 뭐고 따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방 하나에 150리라이니 우리 돈으로 치면 6만원인 셈이다. 여행도 막바지에 이른 터라 그정도 돈은 기꺼이 쓰기로 했다. 그 가격이라면 일인당 3만원이다. 더 좋았던 것은 숙박비에 아침식사가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나는 3층에 묵기로 했다.

 

 

광장에 기다리는 분들을 모시고 와서 체크인을 했다. 

 

 

그러면 이제부터 오스만 제국 시대의 저택 방을 구경해보기로 하자. 방안에는 대형 더블 침대 하나와 길다란 소파가 벽면에 붙어있다.

 

 

바닥에도 고급 카펫이 깔려있다.

 

 

옷장과 냉장고, 경대도 마련되어 있다.

 

 

바닥은 마루로 되어 있는데 관리를 잘해서 윤기가 반들거린다.

 

 

개인욕실과 화장실 시설도 고급스럽다.

 

 

벽면 장식장에는 코란이 한권 들어있다.

 

 

화장실 쪽에서 침대가 있는 쪽을 본 모습이다.

 

 

그리고 출입문.....

 

 

냉장고 위에는 물과 컵이 놓여있었다.

 

 

고풍스런 느낌이 드는 침대등이 침대옆에 자리잡았다.

 

 

침대옆 신발 카펫!

 

 

대피안내도도 붙어있었다.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도 카펫이 깔려있다. 눈여겨 볼게 있다. 계단이 감아도는 공간 위에 설치된 휴식시설을 살펴보자. 

 

 

 탁자와 방석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가?

 

 

이들은 좌식생활을 했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3층 대청 한가운데 서서 본 모습이다. 3층만해도 방이 다섯개인데 지금은 3개 객실만 손님용으로 쓴다고 한다. 

 

 

나는 창틀 가까이 다가가서 밖을 내다보았다. 3층인데도 제법 높았다.

 

 

테이블을 덮은 보의 무늬가 독특했다.

 

 

철도와 근대화된 도로가 등장하기전 샤프란볼루는 실크로드상의 중요 도로였다고 한다. 동방과 서방을 연결하는 간선 도로위에 건설된 마을이었으니 부와 명예가 있었던 곳이라는 말이 된다.

 

 

18세기와 19세기에 번영했다면 조선시대 후기에 전성기를 구가했다는 말이 된다. 돈을 번 상인들과, 재력을 지닌 정치가들은 벽돌과 나무로 된 집을 지었다. 

 

 

그런 집들이 온전하게 남아있으니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묵고있는 퍄샤코나으 호텔은 그런 저택가운데 하나다. 호텔 바로 뒤편은 성이다. 성을 터키말로는 칼레라고 한다. 

 

 

차르시 지구의 성 바로 밑에 있는 호텔이니 찾기도 너무 쉽다. 

 

 

식당과 응접실은 1층에 있다. 나는 1층 응접실 공간으로 가보았다.

 

 

 멋진 공간이다. 벽으로 붙여놓은 소파식 의자와 바닥의 카페트가 상인들이 축적한 부를 상징하는듯 했다.

 

 

소품들도 녹록하지 않았다. 집안에 스며든 기품과 위엄이 장엄까지는 가지않더라도 절대로 그리 만만하게 보이진 않았다. 

 

 

천장 한쪽에 빛이 들어오는 공간이 있었다.

 

 

아무리 봐도 고급스럽다.

 

 

오늘 호텔 하나는 제대로 잡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살다보면 이런 호사를 하는 날도 있는 법이다.

 

 

터키 국부로 숭앙받는 케말 파샤 사진이 한쪽 벽면 위를 장식하고 있었다.

 

 

1층 응접실에서 입구쪽을 본 모습이다.

 

 

응접실 출입문은 쇠판을 덧댄듯 하다. 응접실 안에 들어앉아서 문을 잠그면 요새처럼 변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관 리셉션 부근의 의자들도 품위가 있었다. 나는 흡족함을 느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