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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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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6 중국-대륙의 오지:중경,귀주,광서(完)

산길에서 1

by 깜쌤 2016. 9. 8.

 

새 아침이다. 마침내 아침이 온 것이다. 이불을 두 채나 덮고 침낭 속에 들어가서 버틴게 주효했다. 나는 가벼운 침낭을 꼭 가지고 다닌다. 엄청나게 유용하기도 하고 쓸모가 많은 녀석이다.

 

 

2층으로 내려갔더니 불을 쬐라며 탁자 밑으로 전기난로를 옮겨 주셨다.

 

 

국수를 먹었다. 계림지방의 국수는 유명하다. 계림미선이라는 이름을 가진 국수요리는 놓치지 말고 잡숴보기 바란다. 따뜻한 국물이 들어가자 속이 편안해졌다.

 

 

2016년 1월 20일 아침이다. 중국여행 15일째다. 아침을 먹고 산길을 걷기 위해 객잔을 나섰다.

 

 

일단 언덕을 내려간 뒤 건너편에 보이는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서 전두채로 간 뒤 고개를 넘을 생각이다.

 

 

먼산은 비구름에 덮여있었다. 이슬비가 슬슬 뿌렸다.

 

 

우산을 쓸 정도는 아니어서 그냥 걷기로 했다.

 

 

언덕을 다 내려온 뒤에는 다시 비탈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어제 저녁에 한번 걸었던 길이어서 그런지 낯이 익었다.

 

 

나뭇단을 가지고 걷는 아줌마를 따라 걸었다.

 

 

비안개가 슬슬 몰려왔다.

 

 

위생간이 나타났다. 화장실이다. 워낙 유명한 곳이어서 그런지 기본 시설은 다 갖추어져 있었다. 

 

 

골짜기에 풍우교가 걸려있었다. 이런 곳에서는 조금 쉬어가면 좋다. 

 

 

어제 저녁에 들어갔던 유스호스텔이 언덕 위에 나타났다.

 

 

벌써부터 숨이 차기 시작했다.

 

 

아하! 다랑논에 저런 식으로 물을 대는구나! 통대나무 하나만 있으면 간단히 해결되는구나 싶었다. 인간의 지혜는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나는 뒤를 돌아다보았다. 같이 간 분이 부지런히 올라오고 계셨다.

 

 

이번 겨울여행의 동행자는 딱 한분이다. 그러니까 둘이서 하는 여행인 것이다.

 

 

유스호스텔을 지난 뒤 부지런히 산길을 걸었다.

 

 

현지인들이 아침을 준비하는가 보다.

 

 

길가 간판을 보았는데 이 집엔 차도 있고 와인도 있단다. 이 산중에 말이다. 나는 호기심이 생겼다. 

 

 

아주 재미있는 집을 만난 것이다.

 

 

빈병으로 입구 계단을 만들었다.

 

 

여기가 이래봬도 해발 900미터가 넘는 고지대다.

 

 

내가 죽고 못사는 난초도 보였다. 데코레이션이 아주 특이하다.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 들어갔더니 주인이 나왔다.

 

 

주인은 영어를 조금 할 줄 알았다. 그는 우리에게 차를 마시고 가라고 했다.

 

 

거절할 내가 아니다. 주인장은 정식 예법을 갖추어 차를 우려냈다.

 

 

차맛이 깊고 그윽했다. 주인장의 성품이 그럴 것이리라.

 

 

그의 영어실력이 밑천을 드러내자 우리들은 한자를 써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목옥객잔이다. 한번 가보시기 바란다. 벽면에 온갖 것들이 다 붙어있었다.

 

 

전화번호와 위치가 표시되어 있으니 참고로 하시기 바란다. 유스호스텔에서 멀지 않다.

 

 

나와 성씨가 같은 목옥객잔의 사장님과 헤어진뒤 나는 다시 산길을 걸었다.

 

 

길은 외길이다.

 

 

오늘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는 평안 마을이다. 대채에서 평안까지 걷는 것은 환상적인 경험이다.

 

 

현지인 아줌마가 말 옆구리에 통나무를 달아 운반하고 있었다.

 

 

어지간한 길가 집들은 모두 장사집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새로 난 도로가에는 시멘트 집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여기만 해도 산꼭대기인데......

 

 

이제 고개마루까지 다 올라왔다.

 

 

나는 소로를 찾아걷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길은 넓고 큰 도로가 아니다.

 

 

마침내 내가 원하던 길을 찾았다. 그래! 이 길은 기억이 난다. 벌써 13년전 일이지만 어렴풋하게 기억이 살아났다.

 

 

마을이 사라지고 나자 이내 길가에 무덤이 나타났다. 죽은 이를 위하여 누가 차라도 한잔 공양했던 것일까?

 

 

쉼터가 비안개 속에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났다.

 

 

이제부터는 인간의 발걸음이 뜸한 길이다.

 

 

겨울인데도 추수한 논바닥에는 어렴풋한 푸르름이 슬쩍 묻어있었다. 이슬비가 계속 내렸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