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시대관에도 유물은 풍성하다.
출입문을 들어서면 좌우로 나타나는 전시관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나는 오른쪽부터 살피기로 했다.
젊은 청년의 벌거벗은 멋진 몸매가 나를 환영해주었다.
디오니소스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술과 풍요의 신이었다.
선한 인상을 지닌 박물관 직원이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대화보다는 보는 것이 중요했기에 가벼운 대화만 하고 돌아섰다.
돌로 만든 욕조일 것이다.
그리스 느낌이 물씬 나는 토기들.....
다양한 모습의 인간군상들.....
이 작은 소품은 설화석고로 만든 작품같다. 주인은 곁에 두고 애지중지했으리라. 설화석고를 영어로는 알라배스터(alabaster)로 한자로는 雪花石膏 정도로 표기한다. 재질은 투명하게 느껴질 정도로 순수하게 보인다.
다양한 인물상 중에서 특히 내눈을 끄는 작품이 있었다.
이 분이다. 누구일 것 같은가? 힌트를 드리자면 영화 <글레디에이터>에도 등장한다. 서기 161년에서 180년까지 황제의 자리에 있었던 분이다. 철학자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정답이다. 제정 로마의 오현제(五賢帝) 가운데 마지막을 장식했던 분이었다.
그리고 또 한사람! 머리모양이 다른 사람들과 완전히 다른 그는 페르시아 사람이다. 당시에는 파르티아라고 불렀다.
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철학자 황제의 두상(頭像)이다.
제정 로마시대의 금화를 본 것은 처음이지 싶다.
어쩌면 이전에 어디에서 본 것 같기도 한데 어디에서 보았는지 잘 모르겠다. 금화는 실제가치를 그대로 지닌 돈이다. 그러니 비싸고 귀했다.
각종 보석류도 잘 정리되어 있었다.
로마시대의 관은 월계수 나무잎으로 만든 월계관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상수리 나무잎으로 만든 관도 있었다. 시민관이라는 이름을 가진 관도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나를 놀라게 만든 각종 유리제품들!
유리로 만든 제품들이 이렇게 다양할 줄은 미쳐 짐작을 하지 못했다.
디자인과 색상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게 만들었다.
나는 할 말을 잊었다.
공화정 로마나 제정 로마의 시대정신과 문명만이라도 바르게 계승되었다면 중세의 암흑시대는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고대 로마문화를 송두리채 파괴한 것은 반달리즘에 물든 야만족들이었다.
이런 유리 제품들은 현대의 작품이라고 우겨도 속을 정도다.
다양한 재료로 만든 등잔들도 보인다.
심지어는 유리등잔도 보인다.
오현제 시대의 다양한 소품들이다. 오현제 시대 초기라면 성경 사도행전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 후의 교부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대이기도 하다.
수염이 있는 사나이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이런 작품은 구리로 만들었다. 눈동자까지 세밀하게 나타낸 것을 보면 그 제작기법이 예사롭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오현제 가운데 한 사람인 피우스 황제시대의 작품이다.
나는 왼쪽 공간으로 가보기로 했다. 제일 눈길을 끄는 것은 사냥하는 모습을 묘사한 조각품이다. 앙카라의 울루스 지역에서 출토된 작품이다. 지금 우리가 서있는 곳이 울루스 지역이다. 기원후 2세기 시대 작품으로 짐작한다니 역시 오현제 시대에 만들어졌을 것이다.
로마 제정시대 초기의 작품만으로도 하나의 박물관을 만들어도 될 것 같다.
유물의 다양성과 풍부함으로도 아나톨리아 문명박물관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겠다.
왼쪽 공간에도 많은 유리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참으로 대단하다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액체를 담던 용기들이었으리라. 향수병도 있다. 동전처럼 납닥하게 아주 작게 만들어진 것은 그런 용도로 쓰였을 것이다.
보석들과 코인(Coin)들.... 코인은 금으로 제작된 것 같다.
기원전 시대의 토기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역사로 치자면 고조선 초기시대의 유물에 해당한다.
앙카라 부근 유적이 이럴진대 터키 전역에서 출토되는 고대사 유물의 양은 어느 정도나 될까 싶다.
이젠 돌아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오후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
나는 출구를 찾아 나왔다. 아쉽고도 뿌듯하기만 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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