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을 관리하는 분들이 기거하는 집을 흔히 고직사라고 부른다.
내가 보기에는 서원 맞은편에 있는 이 집도 고직사라고 여겨지지만...... 확실한 것은 잘 모르겠다.
서원 앞에 있는 집이니까 일단 고직사라고 쳐두자. 나는 고직사 대문을 거쳐 마당으로 발을 넣어보았다.
마당에는 햇살이 가득 내려앉고 있었다.
뒤로 보이는 쪽문을 통해나가면 원두막 찻집과 연결될 것이다.
고직사 뒷마당에는 개집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나는 쪽문으로 나갔다.
담장옆 앵두나무에 앵두열매가 발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채소밭에는 자주색 상추와 채소들이 자라고 있었다.자주색 상추는 쓴맛이 강할지도 모른다.
여기서는 밭조차도 건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러가지 채소와 나무 이파리를 훑고 지나가는 바람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나는 방금 내가 지나온 쪽문을 되돌아보았다. 고직사에서는 민박도 가능한가보다.
고직사에서 원두막까지는 십오미터 정도 되려나?
보기엔 어설프게 보이기는 집이지만 깔끔하기 그지없다.
정갈한 분위기가 사방에 스며들어있다.
고직사에서 원두막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호젓하다.
찻집겸 음식점 이름이 원두막이다.
이 집 음식은 언제 가봐도 정갈하다.
식사때가 되지 않았기에 나는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주인장은 은행에 근무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집안 분위기 속에는 특유의 깨끗함과 단정함이 배여있다.
커피 한 잔과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킨 후 나는 조용히 일어서서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계단길로 내려갔다.
여름내내 말없이 서서 수박밭, 참외밭 한모퉁이를 지키던 어린 시절 시골 원두막이 떠오른다.
커다란 모과나무에 의지하여 덩그러니 올라앉은 원두막집이다.
식사도 되고 차도 마실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주차장에 세워두었던 내 자전거에 올라 앉아서는 여름 햇살이 만들어내는 짙은 그늘을 뚫고 시내를 향해 페달을 밟았다.
어리
버리
'경주, 야생화, 맛 > 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1 (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동마을 가을 서정 1 (0) | 2016.11.24 |
---|---|
여유 2 (0) | 2016.10.07 |
원두막과 서원 2 (0) | 2016.07.26 |
원두막과 서원 (0) | 2016.07.18 |
박물관은 보물덩어리다 2 (0) | 2016.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