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장은 어디로 출타하셨는가보다.
흰색 초롱꽃만 가득 피어서 손님을 맞아주었다.
찻집 앞에 보이는 기와집이 유연정이다. 서원이 있는 이 계곡을 청수골이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물좋은 계곡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감상하기에는 안성마춤인 곳이다.
나는 초롱꽃을 살펴보았다.
유연정은 이번에도 닫혀있었다. 몇번이나 왔지만 안에는 한번도 들어가보질 못했다.
찻집옆 공간에는 단지가 가득했건만 주인이 바뀌고나서는 그 많던 단지조차도 다 사라진듯 하다.
그런들 어떠랴? 인생길이라고 하는게 항상 바뀌고 변하고 가만있질 못하는데......
나는 유연정과 은행나무를 살폈다.
이 집에서 파는 커피는 어떤 맛을 낼까 싶었다.
바람이 없어서 그런지 풍경소리조차 숨을 죽였다.
고급스런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와 이런 호젓한 기와집에서 마시는 커피는 분명 달라야한다.
발돋움을 해서 유연정 안을 살펴보았다.
그렇게 살펴보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나는 포기하고 돌아나가기로 했다.
자주 가 볼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아쉬움만 남았다.
메꽃이 피었다.
유연정 뒷모습에 눈길을 주고 돌아선다.
찻집 주인이 누구신지 궁금하다.
골짜기 안에 이렇게 너른 터가 있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어떤 이들은 이 터가 예전의 말곡사터였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삼백년이 넘은 은행나무 노거수 앞에는 제단을 겸한 넓적한 돌이 있고 그 위에 누군가가 정화수 한그릇을 놓아두었다.
동생이 대학입학시험을 보기 전날, 어머니께서 정화수 한그릇을 시골집 마당 한구석의 장독대 위에 올려두고 두손바닥 비벼가며 간절히 빌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누가 치성을 드렸는지도 모르겠다.
가을에는 이 은행나무가 멋진 아름다움을 선사하길래 많은 이들이 운곡서원을 찾는다.
운곡서원 화장실은 규모도 아담하다.
운곡서원의 유래와 역사소개는 생략하기로 하자.
안동권씨 문중에서 관리하는가보다.
규모가 그리 작은 것은 아니다.
운곡서원도 항상 잠겨있었다.
규모와 관리상태를 보면 그리 터무니없이 방치해둔 것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찻집으로 안내하는 표지가 참 단순명쾌하다.
서원관리인이 사는 집앞까지 내려왔다.
사람 그림자조차 보기 어려운 곳이기에 혼자 시간을 보내기에는 멋진 장소다.
나는 신도비 앞을 얼쩡거리다가 나왔다.
장작부스러기들이 길가에 수북했다.
언제 가봐도 항상 조용한 곳이기에 나는 운곡서원을 더없이 좋아한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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