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경주, 야생화, 맛/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1 (完)

박물관은 보물덩어리다 1

by 깜쌤 2016. 5. 9.

 

이팝나무 꽃이 다닥다닥 마구 달리던 날 국립경주박물관을 찾아갔다. 박물관에서 반월성 앞쪽으로 연결되는 짧은 도로에는 이팝나무들이 꽃을 피웠다. 5월 초순에 경주시내 일부 시가지의 도로는 이팝나무로 도배를 한다.

 

 

뽀얀 쌀알을 닮은 꽃들이 나무 가지마다 흠뻑 뒤집어쓰듯 달린 꽃들이 마치 이밥(=쌀밥)처럼 보였기에 이팝나무라고 부른듯하다. 지금도 굶주림에 힘겨워하는 북녘동포들 입에서는 '이밥에 고기국' 타령이 나오고 있지 않던가?  

 

 

수학여행철답게 많은 학생들이 박물관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나는 경주국립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최근에는 박물관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기에 누구나 부담없이 언제든지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입구 바로 오른쪽에 안내소와 매점을 겸한 편의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알짜배기 여행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은 이런 시설부터 잘 살펴보는 법이다. 그게 여행의 기본 노우하우이기도 하다. 

 

 

내가 올해 3월 중순에 이어 다시 박물관을 찾은 이유는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의 수집품>이라는 특별전을 보기위해서였다. 

 

 

박물관에서는 한번씩 특별전시회를 하기도 하는데 그런 기회를 놓쳐버리면 정말 아깝다.

 

 

작년 8월,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로 배낭여행을 떠났다가 8월 29일에는 반나절을 투자해서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 있는 아나톨리아 박물관을 뒤졌다. 아나톨리아 박물관을 며칠에 걸쳐 자세히 살펴보는게 내가 생각하고 있던 버킷 리스트가운데 하나였지만 실제로는 반나절밖에 시간을 내지 못했다. 

 

 

나는 그곳에서 꿈에서도 한번 보기를 원했던 고대 바빌로니아 문명세계의 걸작유물인 쐐기문자가 가득 쓰여져 있는 점토판을 만나보았다. 우리들이 흔히 설형문자라고 부르는 그런 문자가 진흙판에 가득 박혀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나는 아나톨리아 박물관 안에서만 약 6백장 가량의 사진을 찍었다. 중근동 지방의 고대사에 관한 책을 보다가 세부적인 장면이 궁금해질 때는 컴퓨터로 그 때 찍어둔 사진을 불러내어 유물을 다시 한번 확인해본다. 아나톨리아 박물관에서 전시물을 담은 도록(圖錄) 한권과 참고도서 두권을 사왔는데 그게 지금은 아주 의미있는 수집품 겸 소장품이 되었다. 

 

 

박물관의 가치는 그런데 있다. 나는 우리나라 아이들이 박물관 구경을 너무 건성으로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애써 위안을 가져보는 것은 아직은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이기에 뭘 몰라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관에는 다음에 들어가보기로 하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특별전시관으로 향했다.

 

 

본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좌우에는 불두화인지 백당나무인지 수국인지 구별이 잘 안되는 꽃이 만발해있었다. 꽃 하나도 바르게 구별하지 못하는 이런 수준이 내 지식의 한계인가 싶어 항상 부끄럽기만 하다. 

 

 

벌, 나비가 꼬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불두화일 가능성이 큰 것 같은데 확실하진 않다. 

 

 

박물관 정원은 언제봐도 포근하다. 나는 그런 포근함과 아늑함이 좋은 것이다.

 

 

특별 전시관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수학여행을 온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들이 박물관 마당에 가득했다. 계단을 올라 전시관 내부로 향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수집품이라는 주제 자체가 아주 특이하다. 일제강점기라고 하면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강제로 병합당한 1910년부터 1945년까지의 시기를 의미한다고 파악하는게 옳은 일이리라.

 

 

이런 주제를 가지고 전시회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수집했다면 어떤 의미를 지닌 유물일까?  내가 장황하게 설명을 하기보다는 경주국립박물관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안내문을 소개해보는게 훨씬 나으리라.

 

 

국립경주박물관은 소장품 가운데는 일제강점기(1910~1945) 일본인들이 수집한 한국・중국・일본 관련 문화재 1301건 2651점이 있습니다. 이 문화재의 일부는 광복 직후 일본으로 불법 반출시키지 못하고 박물관으로 입수되었으며, 일부는 광복 당시 숨겨두었던 비밀 창고가 1963년에 발견되어 박물관으로 옮겨와 접수품으로 등록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일본의 다양한 종류의 문화재에 대한 진위 확인과 분류 작업 등 기초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특별전은 이러한 접수품의 박물관 입수 내력과 대표 문화재를 일반인에게 최초 공개하는 전시로 ‘도자기’, ‘회화’, ‘중국 청동용기’, ‘보존과학’, ‘일제시대 복제된 우리 문화재 등의 5부로 구성하였습니다.

 

전시품으로는 우리나라의 고려청자・근대회화, 중국의 고대 예기 등 200여 점과 광복 이후 입수현황을 알 수 있는 관련 문서, 문화재 수리 및 복원된 문화재를 함께 전시하여 20세기 초의 박물관 기능과 보존처리 기법도 함께 소개합니다.

 

글이 너무 길어질 수 있으므로 내부 전시물에 관한 글은 내일 쯤에 올릴 다음 포스팅으로 넘길까 한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