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박물관 입구>
지난 석달동안 매주 토요일 새벽마다 12주간에 걸쳐서 <좋은 습관 가지기>라는 내용으로 교육을 받았다. 물론 자원했던 교육이었다. 교육 마지막날에는 앞으로 자기가 꼭 하고 싶은 희망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발표자 19명 가운데 거의 모든 분들이 공통으로 희망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여행이었다.
<바티칸 박물관 정원>
여행이라고 해도 어디를 행선지로 삼아서 가느냐에 따라 국내여행도 있고 해외여행도 있다. 대부분의 발표자들은 해외여행을 해보고싶다는 소원을 가지고 있었다. 해외여행을 가면 뭘 보고 싶다는 그런 자세한 이야기는 없었던 것으로 보아 막연하게 떠나가본다는 사실 자체를 바라고 있는 것 같았다.
<바티칸 박물관>
나는 발표시간에 남아메리카 페루의 안데스 산맥 깊은 산중에 꼭꼭 숨어있다는 마추피추를 반드시, 꼭 보고 싶다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마추피추같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유적지를 보거나 아니면 그랜드 캐년같은 소문난 절경을 보기를 원한다. 아주 드물게 무슨무슨 박물관을 보고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나오기도 하는데 나는 그런 분들을 엄청 존경한다. 박물관 구경을 하고 싶다는 분들은 거의 예외없이 학구적인 삶을 사시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라오콘 Laocoon' - 바티칸 박물관 >
이틀 전에 올여름 배낭여행 계획수립을 위해 한의원을 운영하시는 어떤 박사님을 만났다. 이번 여행에 관한 그분의 희망사항은 아주 명쾌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를 가게 되면 상크뜨 빼쩨르부르(= 세인트 피터스버그 St. Petersburg)에 꼭 들러서 아르미타주 박물관만 사흘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서 천천히 그리고 찬찬히 보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에르미타주 박물관 - 사진출처 : 에르미타쥐 박물관 홈페이지>
지금까지 많은 동행자들과 함께 하며 여행을 다녔지만 박물관 구경에 사흘 정도를 투자하겠다는 분은 처음 만난듯 하다. 박물관에 시간 투자를 할 줄 아는 분들은 확실히 남다르다는 것을 인생살이의 경험으로 안다. 명승지나 고적지에 대한 단순한 눈도장 찍기로 끝나는 자기과시형 여행자와 학구적인 진정한 여행자는 어디가 달라도 다른 법이다.
<바티칸 박물관 정원>
내 취미는 해외배낭여행이다. 내가 직접 비행기표나 배표를 사서 가이드없이 돌아다니며 현지인들을 만나보고 시장도 가보고 박물관도 찾아가보며, 명승지를 찾아다니는 자유여행자라는 말이다. 이 멀리까지 여행 와서 박물관같은 그런 따분한 곳에 왜 가느냐며 못마땅해하는 분들도 만나보았다. 나를 따라 여행을 갔던 분 가운데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런 분들은 한사람도 예외없이 그 다음 여행부터는 동행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아테네 학당 - 바티칸 박물관>
내가 박물관에 가는 이유는 명쾌하다. 책이나 영상매체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재확인해보는 것은 기본이고
그런 매체에서 언급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더 배워 자세히 알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길래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에 오는 부모님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 가만히 돌이켜보니 나는 부모님과 함께 박물관에 함께 가보았던 기억이 전무하다.
<바티칸 소재 성 베드로 대성당 입구>
어렸을땐 워낙 가난했던 시절이라 먹고 살기에 바빠서 가볼 엄두를 못내었던 것이고 내가 어른이 되고 나서는 부모님을 모시고 갈 형편이 되질 못했다. 그러다가 형편이 조금 나아졌을때는 이미 부모님이 연로하셨던터라 박물관 구경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베드로 대성당에서 내려다본 바티칸 박물관>
십여년전에 돌아가신 선친께서는 병환이 드시기 전에 인터넷이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해하셨다. 일제강점기에 보낸 청년시절에 일본 나라시에서 막노동을 하며 번 돈을 시골에 보내셨다던 나라시 우체국에 관한 말씀도 자주 하셨다. 아버지께서는 평생을 시골에 사셨던터라 배움에 대한 열망과 온갖 사물에 관한 궁금증은 가득 가지고 계셨지만 배울 기회가 없었다.
<바티칸 박물관>
지금부터 십오년 전만 해도 시골에는 인터넷이라는게 연결되어 있질 않았다. 지금이야 흔해빠진게 스마트폰인지라 자연스럽게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지만 그때는 스마트폰도 없었던 시절이니 인터넷이 이런 것입니다하고 보여드리고 설명드릴 재간이 없었다. 인터넷에 접속해서 세계 여러나라의 박물관도 보여드리고 설명도 해드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으랴.
<베드로 대성당에서 내려다본 산탄젤로성과 로마 시가지>
나는 해외배낭여행을 갈 때는 반드시 박물관 순례길에 오른다는 철칙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번씩은 박물관 구경을 빠뜨리는 멍청한 짓을 되풀이하곤 하는데 작년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르메니아와 조지아에서 그런 등신짓을 하고 말았다.
<대성당 돔에서 내려다본 베드로 대성당 광장>
그런 멍청한 짓거리를 그만 두기 위해서라도 <박물관은 살아있다>는 영화라도 다운로드시켜 구경해볼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프랑스 빠리의 루부르 박물관 대회랑에서부터 사건이 시작되는 댄 브라운의 미스터리 추리소설 <다빈치 코드>를 빼들고 국립경주박물관 벤치로 피서여행을 떠나볼까싶기도 하고.....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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