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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2 My Way

한주일 동안의 행복

by 깜쌤 2016. 6. 20.

지난 주말에 전화연락을 받았다. 일주일간만 출근해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일주일이라.... 그 정도면 좋겠다싶어서 일을 하겠다고 했다.  



6월 13일 월요일부터 17일 금요일까지다. 6학년 아이들이라니까 더 흡족했다. 남들은 6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러 오라고 하면 기겁을 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아이들이 너무 좋다.


 

첫시간을 마친 뒤 아이들이 다른 교실에서 전담교사가 실시하는 수업을 받으러 간 틈을 이용해서 깨끗한 교실을 더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청소부터 했다. 나는 지저분하고 더러운 것은 천성적으로 싫어하는데다가 자그마한 물건하나라도 제자리에 있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 이런 습관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별스럽다는 소리를 제법 듣고 사는 편이다. 



학교환경과 시설, 즉 하드웨어만 따져보자면 내 기준으로 볼 때 내가 근무하기로 했던 그 학교는 최고 수준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교직생활을 두고 돌이켜 보면 우리 교육자의 질과 수준이 최고점을 주기에는 무리였던 시절이 있었다. 

 


고작 일주일간만 근무하는 주제에 우리 교육현실을 두고 이야기한다는 것이 많이 시건방지게 비칠 것 같기에 그런 얘기는 일단 다음으로 미뤄두자. 

 


평생을 두고 해온 일이어서 그런지 학교에만 가면 힘이 솟았다. 이젠 그만해야지 하면서도 아직까지 정년이 남아있는터라 일선 학교에서 나같은 어리바리를 기억해내고 불러준다는 사실이 싫지는 않았다.   

 



이번에 간 학교는 정말 부러운 시설을 갖춘 곳이었다.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하드웨어적인 요소는 최고라는 느낌이 가득했다. 소프트웨어도 결코 만만치않았다. 이런 학교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은퇴했어야 하는 것을......

 

 

운동장이 흙이어서 더더욱 좋았다. 흙과 모래를 디디고 자란 아이들과 유독성 물질이 포함된 인조잔디를 밟고 자란 아이들은 촉감을 느끼는 면에서 분명차이가 날 것이다. 

 

 

지난 주 금요일을 마지막으로 이제 근무를 끝냈다. 지난 한주일 나는 진정으로 행복했었다. 내가 만났던 아이들도 너무 순수하고 착했다.

 

 

마지막 시간에는 종회를 마치고 집에 갈 때 앞문으로 나가게 하면서 아이들 한명 한명의 손을 잡아주었다. 순수한 아이들이어서 그런지 괜히 또 보고 싶고 다시 만나고 싶었다.

 

 

한번 더 태어나도 나는 선생이 되지 싶다. 그만큼 교직은 천성에 잘 맞는 직업이었던 셈이다. 사실 내가 타고난 재능은 다른 곳에 있었지만 말이다.

 

 

(저는 글 마지막에 항상 어리버리라고 서명을 했습니다. 표준말은 어리바리이길래 윗글 중간에서는 어리바리라고 썼습니다. 서명을 사투리로 한 것은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니만큼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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