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보문으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가다가 남촌마을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달렸다.
멀리 보이는 선도산에도 물기 가득한 구름이 걸려있었다.
선덕여왕릉이 있는 낭산이 건너편에 보였다.
멀리 누워있는 경주 남산 골골마다 흰구름이 묻어있었다.
5월 10일, 화요일, 새로운 학교에 첫출근을 했었다.
오늘은 둘째날이다. 5월 11일 수요일 아침의 일이다.
오늘 아침까지 내리던 비가 이제 슬슬 그치기 시작했다.
사방에 물기운이 가득했다. 남촌마을은 경주시내를 굽어볼 수 있는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남촌 바로 앞에 진평왕릉이 있다.
출근길이었으므로 진평왕릉에는 들어볼 생각조차 못하고 그냥 지나쳐야했다.
새학교에는 일주일동안만 일을 해주기로 했다.
7번 국도를 따라 가도 되지만 그렇게하면 매연만 들이마실 뿐이다.
부지런한 농부들이 논밭을 갈아엎고 있었다.
나는 잘 정리해둔 밭을 정말 좋아한다.
그런 감정을 느낄 때면 내가 시골 출신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언제였던가? 이 벌판 한가운데서 고라니를 본 적이 있었다.
녀석은 인간이 가까이있다는 낌새를 알아채고는 놀라운 실력을 발휘하여 줄달음을 쳤었다.
프리랜서 선생을 하는 동안 참으로 다양한 학교를 가보게 되었다.
한동안은 경주시가지 안으로만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변두리로 나가보는 것이다.
출근하는 것조차 즐겁기만 하니 나도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더구나 자전거로 출퇴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복이던가?
학교까지 40분이면 갈 수 있을 것이다.
포장된 도로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길래 이쪽 길을 택한 것이다.
사방에 떠다니는 아카시아 향기가 느껴졌다.
마침내 동남산 자락이 환하게 보였다.
명활산 한쪽에 숨은 농가 뒤로 아카시아꽃들이 환하게 드러났다.
이번 비가 양봉농가들이 싫어했을 그런 비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도로가로 키작은 소나무 종류인 반송이 보였다.
나는 잠시 자전거를 세워두고 내가 지나온 길을 훑어보았다.
골골마다 작은 마을들이 숨어있었다.
도라지 새순과 아카시아 꽃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정감 넘치는 풍경이다.
이런 식으로 사진까지 찍어가며 출근하려면 한 오십여 분 정도 걸릴지 모르겠다.
숲속에 숨은 펜션 건물이 보였다.
이런데서는 여름밤에 개똥벌레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경주 부근에 과연 그런 곳이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어떤 데는 벌써 모내기를 끝냈다.
저 멀리 화랑교육원 건물이 보였다.
펜션 건물이 제법 큰듯하다.
골짜기 사이로 7번 국도가 지나간다.
펜션 건물이 나타나자 포장된 도로도 끝나버렸다.
나는 국도쪽으로 다시 내려가야만 했다.
이제 5분만 더 달리면 학교가 나타날 것이다. 나는 천천히 깊은 숨을 들이켰다. 학교 냄새가 나는듯 했기 때문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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