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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우리나라 안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나라안 여기저기 in Korea

말순이와 조홍시가

by 깜쌤 2016. 6. 27.

자전거에 오른 뒤 슬금슬금 달렸습니다.

 

 

천천히 달려 충효동으로 들어섭니다.

 

 

동네를 흐르는 작은 개울을 작년부터 손을 보더니 이제 공사가 다 끝난 것 같습니다.

 

 

개울위에 다리를 만들고 타일로 장식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개울에서는 물고기를 본 기억이 없습니다.

 

 

영천으로 이어지는 옛 국도를 달리다가 지금은 폐쇄된 모량역에 들어가보았습니다. 

 

 

포항으로 이어지는 KTX 선로가 들판을 가로지르고 있었습니다.

 

 

모량은 박목월 시인의 고향입니다.

 

 

경주 시내에서 여기까지 자전거로 오는데 한시간이 걸렸습니다.

 

 

기차역도 이미 폐쇄되었지만 중앙선 복선화겸 전철화작업이 이루어지면 이 역이 남아있을지도 의심스러워집니다.

 

 

도로를 넓히는 것보다 철로망을 촘촘하게 짜는 것이 더 미래지향적인 것 같지만 위정자들은 그렇게 여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나보다 훨씬 많이 공부하고 깊이 배운 분들이 세우는 계획이니 그들 생각이 맞겠지요.

 

 

국가장래를 설계하고 대비하는 면에서는 일본인들이 참으로 신중하고 사려깊다고 봅니다. 그런 일본인들은 철도를 참으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듯 합니다.

 

 

나는 평생을 철도 애호가로 살았습니다. 모량역을 나와 다시 천천히 달렸습니다.

 

 

이번에는 건천역을 가보았습니다. 경주출신이 아닌 분들이 이 글을 처음보면 어디가 어디인지 모를 것 같기에 지도를 밑에 첨부하겠습니다. 

 

 

 

그날 내가 밟아간 길들을 표시해두었습니다. 지도를 누르면 크게 뜹니다. 아무래도 지도를 봐두면 이해하기가 편할 것입니다.

 

 

모량역을 출발해서 한 십오분 정도만 달리면 건천역이 나옵니다. 젊은이들은 7,8분 정도밖에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건천역에도 들어가봐야지요.

 

 

건천역은 건천읍소재지에 있으니 아직도 기차역으로서의 구실을 잘하고 있습니다만 언제 문을 닫을까 싶어 조마조마하기도 합니다.

 

 

나는 대합실에 들어가보았습니다. 깔끔하게 정리되고 청소까지 되어있었습니다.  

 

 

아직은 하루에 아홉번 정도 기차가 서는가봅니다.

 

 

건천에 사는 분들이 건천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기차를 타고 경주나 포항에 가서 볼 일을 보고난 뒤 다시 건천에 와서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는 식의 생활패턴은 꿈일지도 모릅니다.

 

 

일본은 그런 식의 생활방식이 조금은 자리잡고 있어서 도시문제도 해결하고 전국을 골고루 발전시키는 것 같습니다만 우리는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독일도 전국이 균형있게 발전하는 모범적인 국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던데 나름대로 합리적인 방식이 존재하겠지요.

 

 

나는 대합실을 나왔습니다.

 

 

다시 도로를 달렸습니다. 아화를 향해서 갑니다.

 

 

경주와 영천을 잇는 4차선 자동차전용도로가 생기면서 기존의 4번 국도는 쪼그라들었습니다.

 

 

교통량이 줄어드니 길가에 자리잡은 작은 업체들이 받는 타격도 심한 것 같습니다. 

 

 

사람은 떠나고 없는 것 같은데 줄장미는 예쁘게 잘 자랐습니다. 

 

 

들판에 모내기가 한창이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야외로 나간 그 날이 5월 30일이었으니 벌써 한달 전 일입니다.

 

 

가만히 생각하니 한달이 정신없이 빠르게 지나가버린 것 같습니다.

 

 

도로가에서 말순이 어쩌고저쩌고하는 작은 안내판을 본 기억이 났습니다. 아화 입구에서 <말순이 갤러리>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간판을 발견했습니다.

 

 

간판 한구석을 보니 전통 찻집이라는 글씨가 있고 출입문에는 이야기 쉼터라는 글귀에다가 도자기와 커피까지 있다고하니 한번은 들어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다가 원두커피가 천원이라니.....  커피 좋아하는 내가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도로가 잘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은 뒤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상당히 신경써서 물건을 배치해두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알고보니 이분이 주인장 말순씨인가 봅니다. 본명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주 개성있는 분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나는 커피맛부터 천천히 음미했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