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야산 한구석에 단정하게 들어앉은 저수지는 무척이나 아담했다.
늦은 뻐꾸기가 제 동료를 찾아나선듯 애절한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나는 다시 자전거에 올라 작은 고개를 넘었다. 행정구역이 영천시로 바뀌었다. 사실 이 고개가 분수령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경주시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형산강으로 흘러들어가 동해로 가고 영천시쪽으로 떨어진 빗방울은 금호강으로 흘러들었다가 낙동강과 합쳐진 뒤 남해로 들어간다.
고개를 살짝 내려가면 노계 박인로 선생을 모신 도계서원이 나타난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노계 박인로선생의 고향이 영천인지도 모르고 살았다.
그 분을 모신 도계서원이 알고보니 영천과 경주 경계지점에 있었던 것을..... 도계서원 앞에는 아담한 저수지가 있었다.
나는 저수지 건너편에 지전거를 세워두고 걸어가보았다.
생뚱맞은 황소개구리 울음소리가 골짜기를 흔들고 있었다.
서원은 아담했다. 작은 야산에 그냥 몸을 도사리고 숨어있는 형국이었다.
박인로 선생이 어떤 분인지 위키백과를 통해 알아보기로 하자.
박인로(朴仁老, 1561~1642)는 조선의 무인이자 시인이다. 자는 덕옹(德翁), 호는 노계(盧溪)·무하옹(無何翁)이며, 본관은 밀양(密陽)이고, 영천(永川) 출생이다. 영천에서 출생하였으며, 어려서부터 시에 뛰어났다. 1592년 (선조 25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장 정세아(鄭世雅)의 휘하에서 별시위가 되어 왜군을 무찔렀다. 이어 수군절도사 성윤문(成允文)에게 발탁되어 그 막하로 종군하였고, 1598년 왜군이 퇴각할 당시 사졸(士卒)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가사《태평사》(太平司)를 지었다.
이듬해인 1599년 무과에 급제하여, 수문장(守門將)·선전관을 지내고 이어 조라포(助羅浦) 수군만호로 부임하여 군사력 배양을 꾀하고 선정을 베풀어 선정비가 세워졌다. 뒤에 사직하고, 고향에 은거하며 독서와 시작(詩作)에 전심하여 많은 걸작을 남겼다. 박인로가 남긴 중요한 작품으로는 누항사(陋巷詞), 선상탄(船上歎)등이 있다.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이 분이 지은 가사나 시조 한편 정도는 배운 기억이 있으리라.
나는 시비가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노계 박인로 선생이라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시(=시조)가 조홍시가 아니었던가? 감 익은 것이 홍시다.
어머니가 생각났다.
홍시가 아무리 맛있고 많은들 무엇하랴?
품어가도 반길 이가 계시지 않는 것은 이미 그 자체가 슬픔인 것을......
나는 슬픔에 잠길까 싶어서 얼른 돌아섰다.
노계시비 앞을 총총 지나쳐 서원앞으로 갔다.
서원 앞엔 측백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건물마다 문이 잠겨 있었다.
안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발돋음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살펴보니 도계서원이라는 현판이 보였다.
도계서원이 있는 이곳은 행정구역상으로 영천시 북안면 도천리에 해당한다.
노계 박인로 선생은 도천리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들어가 보았으면 좋으련만 문이 잠겨 있으니 묘책이 없다.
친절하게도 연락처는 남겨져 있었지만 내가 포기하기로 했다.
돌아서니 새로 만들고자 하는 주차장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너른 터엔 잡초만 가득했다.
입구까지 내려오자 기념관 공사현장이 나타났다.
나는 영천쪽으로 조금만 더 내려가보기로 했다.
도계서원 맞은 편 들은 꽤나 넓었다.
물줄기를 따라 내려가니 하천 정비공사 현장이 나타났다.
모내기하는 논벌 뒤로 중앙선 철로가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철길을 지나 영천과 경주를 잇는 큰 도로로 올라섰다. 자동차전용도로가 옛국도와 함께 달리다가 곧 떨어져나갔다.
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달리니 이내 경주시 서면이 된다.
서면 소재지인 아화에서 음식점을 찾아 들어갔다.
돼지국밥을 주문해보았다. 깔끔한 국밥이 나왔다.
식사후에는 다시 자전거에 올라 서면사무소 앞을 지나친다.
개양귀비꽃이 화사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지난 5월말의 일이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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