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에서 경주까지 이어지는 철길을 중앙선이라고 부른다. 화본역은 중앙선에 있다.
역주변을 잘 정비해두어서 가장 예쁜 기차역이라고 소문나있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엄청 모여든다. 그래서 그런지 마을에는 활기가 넘친다.
나는 기차역 부근에서 잔치국수를 주문했다. 얼른 말아서 뱃속으로 후루룩 우겨넣고 곧 일어섰다.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화본 기차역 부근에는 볼거리가 제법 많이 있다.
이번에는 다른 곳은 다 놓아두고 철도관사만 살피고 싶었다.
철도관사는 기차역에서 그리 멀지 않다.
화본역 관사라는 표지판이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철도관사는 화본교회 부근에 있으므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찾아가서 볼 수 있다.
나는 도로에서 골목으로 들어갔다. 골목이라고 해봐야 너무 짧다.
골목을 기준으로 해서 앞뒤로 철도관사가 있는데 앞쪽은 멋지게 복원을 해서 숙박용으로 쓰고 있지만 뒤쪽 관사는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다.
나는 비어있는듯한 느낌을 주는 관사부터 보기로 했다. 집 한 채에 두 집이 사는 구조다.
창고다. 예전에는 헛간 겸 땔감을 저장하는 용도로 쓰기도 했다.
방 두개짜리 집이다. 부엌과 작은 쪽마루, 목욕탕, 화장실, 다다미방 한 칸, 안방 한 칸으로 이루어진 집이다.
나는 마당으로 들어가보았다.
연한 분홍색이 칠해진 집이 한가구이고 색칠이 되어 있지 않은 집이 또 한가구를 이루도록 되어 있다.
나는 색칠이 되어있는 집부터 살폈다.
중앙선 개통이 이루어진 해가 1941년정도니까 이 집들도 그 시절 어느땐가 완성되었으리라.
일본인들이 만든 집이기에 일제강점기 시대를 상징하는 건물로 남겨두어도 될 것 같다.
사진에서 보이는 문이 출입문이다. 문을 열면 곧바로 부엌이 나타날 것이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이런 건물을 지었으니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건물이었던 셈이다.
뒷마당으로 돌아갔더니 화본교회가 나타났다.
뒷모습이다. 오른쪽으로 튀어나온 부분은 화장실일 것이다.
많이 낡아있었다. 손을 좀 보았으면 좋겠다.
전에 살던 사람이 손을 본 흔적이 있지만 원형을 많이 훼손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다시 돌아서 앞마당으로 갔다.
부근에 우물이 있어야 하는데..... 우물터가 보이지 않았다.
일본인들은 철도관사 인근에 반드시 우물터를 만들었었다.
나는 옆집 마당으로 가보았다. 분홍색을 칠한 집보다 한결 더 낡아있었기에 그만 보기로 하고 수리를 해둔 앞집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무로 만든 담장이 낮아서 개방형주택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들은 주로 측백나무를 심어 담장을 대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새로 손을 본 앞집도 두 가구가 살 수 있도록 설계된 집이었다.
이런 집은 주로 일반직원용이다.
역장 정도의 간부급 관사는 한 가구가 살 수 있도록 설계한 곳이 많았다.
뒤쪽으로 난 문을 통해 들어갔으니 뒷면부터 보게 되었다. 시계반대방향으로 돌아서 앞쪽으로 나갈 생각이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기차역마다 관사설계가 조금씩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앞쪽으로 돌아왔다. 바로 아래의 사진과 이 사진을 비교해보자.
거의 비슷하지만 살짝 다르다. 수리를 할 때 어느 정도로 손을 보았는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모습이 살짝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바로 위 사진은 안동부근 이하역 철도관사의 모습이다. 건물 디자인이 살짝 다르지 않은가? 역시 두 집이 살도록 되어있던 건물이다.
전체 모습을 보면 원래부터 두 가구가 살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요즘 들어 복원을 하면서 앞마당을 잔디로 해두었지만 예전에는 모두 흙마당이었다.
나는 내부 구경을 해보고 싶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연락처 전화번호는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전화해보지는 않았다.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은 분들은 아래 글상자 속의 주소를 클릭해보기 바란다.
원래 건물의 색깔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시멘트색이 그대로 묻어난 곳이 많았던 것 같은데....
원래는 이런 색이었을 것이다. 안동 부근 이하역 철도관사의 모습이다.
울산인근의 남창역 철도관사는 이런 식이었다.
다음에 들르게 되면 반드시 하루밤 정도는 묵어볼 생각이다.
나는 관사 주위를 천천히 한바퀴 돌았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솔솔 묻어났다.
나는 화본 마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친구의 친구 한명이 화본마을에 살기도 했었지만.... 이름이 명수였던가?
한바퀴 돌고난 뒤 나는 자전거에 올랐다. 이제 경주를 향하여 달리기만 하면 된다. 갈 길이 멀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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