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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산길 2

by 깜쌤 2016. 6. 11.

 

이런 길을 앞만 보고 걷기에는 너무 아깝다.

 

 

그늘 하나 없는 곳이라 힘이 들지만 그래도 살피면서 걸어야한다.

 

 

나를 따라온 분들은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리라.

 

 

나는 한번씩 나 자신을 혹사시킨다.

 

 

평소에도 그런 경향이 강해서 무얼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그러나 밉고 싫은 사람에게만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젠 그런 감정을 가지기도 어렵다. 더 너그러워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아주 연한 홍색 작은 봉우리들이 봉긋봉긋 솟아오른 모습이 사랑스럽고도 귀엽다.

 

 

지구의 속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여긴 정말 조용하다.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태고의 고요함'을 느껴보는 곳이다.

 

 

차우신 마을이 오른쪽 밑으로 다가왔다. 

 

 

 마을 뒤편으로 트레커 몇명이 나타났다.

 

 

마을 쪽으로 내려가야 물을 해결할 수 있다.

 

 

나는 속으로 망설였다. "마을로 내려가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올라온다?"

 

 

점심을 먹고 다시 뒷산 길까지 올라오려면 지칠지도 모른다. 한낮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배낭에 뭐가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간단한 요기만 하고 버텨보자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들의 다음 목표는 로즈밸리다.

 

 

이름 그대로 장미의 골짜기 아니던가?

 

 

골짜기가 발갛게 보인다고 해서 그런 별명이 붙었으리라.

 

 

여기 산길은 앞을 예측할 수 없다는데 묘미가 있다.

 

 

막혀있는듯 한데 가보면 길이 있고.....

 

 

없는듯 한데 길이 있는 묘한 곳이다.

 

 

더 매력적인 것은 산쪽으로 나타나는 봉우리들과 절벽의 모습이다.  

 

 

앞쪽에서 걸어오는 다름 팀 멤버들이 보였다.

 

 

그들은 차우신 마을에서 올라오지만 우리는 그 마을을 그냥 통과할 생각이다.

 

 

붉은 봉우리에 파놓은 창틀이 보였다. 저런 곳은 비둘기집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비둘기 똥은 옛부터 여러모로 유용하게 쓰였다. 프레스코화를 그리는데도 쓰였고 여기 사람들이 농사짓는데 비료로 쓰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비둘기가 없었으면 카파도키아도 없었다"라는 말이 생겼으랴?

 

 

어쩌다가 비둘기를 마주칠 때도 있지만 그 녀석들이 여기에 터를 잡고 사는지 아닌지는 나도 모른다.

 

 

저런 곳에는 어떻게 올라가는지 모르겠다. 사다리로 올라가는지 아니면 내부 통로가 만들어져 있는지 도저히 짐작할 수가 없다.

 

 

마주 오는 사람들은 백인들이었다.

 

 

서로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제일 앞에 선 사람은 현지인 가이드같았다.

 

 

우리는 가이드없이 다닌다.

 

 

기묘한 광경들이 줄을 이어 등장했다.

 

 

마을로 내려가는 것은 포기하고 앞으로만 나아갔다.

 

 

모진 생명을 하나 만났다. 녀석과도 이내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좋은 신발을 신고 있는 사람이 걷기에 훨씬 유리하다. 길이 미끄럽기 때문이다. 

 

 

저번에 왔을땐 혼자서 저 절벽 위에 올라가서 걸었다.

 

 

위에 올라가서 걸을 때 함부로 절벽쪽으로 접근하는 것은 정말 곤란하다. 추락하면 아무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곳에 모였다. 잠시 의논을 한 뒤 계속 걷기로 했다.

 

 

로즈밸리로 이어지는 길이 절벽 밑으로 나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차우신 마을이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절벽에 붙어 살던 사람들은 이제 이주를 해나가서 예전 마을은 차츰차츰 버려지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옛부터 살던 마을에 정을 붙이고 사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내가 카파도키아에 정을 느껴 한번씩 다시 찾아가는 것도 같은 이유때문일 것이다.

 

 

입을 다물고 꾸준히 걸었다.

 

 

다시 산쪽으로 접근해 가는게 로즈밸리를 쉽게 찾는 지름길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절벽에서부터 멀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목은 마르고....

 

 

가야만 하는 길은 멀었다.

 

 

그걸 생각하니 걸을 수록 맥이 빠졌다. 그래도 힘을 내어야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