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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산길 1

by 깜쌤 2016. 6. 9.

 

이제부터는 산길 트레킹이다.

 

 

요정과 스머프들이 살 것만같은 버섯동네는 뒤에 남겨두고 간다.

 

 

퍄사바를 상징하는 거대한 하얀 언덕도 뒤로 남겨두고....

 

 

걸어가야 한다.

 

 

다음에는 다른 계절에 오고 싶다.

 

 

우리는 저기 저 뒤에 보이는 하얀 언덕에서부터 걸어온 것이다.

 

 

쉬워보이는 길이지만 잘못 삐끗하면 대형사고가 일어나는 곳이다.

 

 

미끄러지면 잡을 게 없는 길이기 때문이다.

 

 

황량한 곳이어서 그런지 어지간한 식물들은 모두 가시를 가졌다.

 

 

구름들이 아와노스 마을 뒤로 그림자를 던지면서 흘러가고 있었다.

 

 

햇살이 구름 속으로 숨어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나는 이런 길을 걷는 것이 좋기만 하다.

 

 

그런데 말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문제가 생겼다.

 

 

모두들 물을 챙겨오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산길에서는 샘을 찾기 어렵다.

 

 

가게가 있긴 있다. 그런데 너무 멀다.

 

 

햇살이 더 뜨거워지면 감당이 안될 것이다.

 

 

경치좋고 동행하는 사람도 좋고 다 좋지만 문제는 물이다.

 

 

나는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대안은 하나뿐이다.

 

 

곧이어 등장할 차부신(=차우신)마을에 내려가 점심을 먹고 물도 마시고 다시 산으로 올라와서 걷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힘이 다 빠질지도 모른다. 산비탈에 붙은 가는 실처럼 보이는 길이 우리가 방금 걸어온 길이다.

 

 

길은 끊어질듯 끊어질듯하면서도 요리조리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산비탈에 붙어있는 작은 바위들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기묘하기 짝이 없다. 

 

 

 파란 하늘, 하얀 언덕, 붉은 산비탈이 만들어내는 색의 조화가 놀랍기만 했다.

 

 

이런 길에서는 앞서가는게 마음 편하다.

 

 

하지만 주의할게 있다.

 

 

앞만보고 가다보면 뒤에 남겨두고 온 멋진 풍광을 놓칠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번씩은 뒤도 돌아보아야한다.

 

 

벌써 제법 많이 걸어왔다.

 

 

그래도 아직 파샤바가 보였다.

 

 

화이트밸리 출구도 멀리 보인다.

 

 

산길이어서 그런지 가도가도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때가 있었다.

 

 

모두들 잘 따라오고 있었다.

 

 

왼쪽은 언덕배기다  우치사르에서 괴레메쪽을 보았을때 테이블 마운틴처럼 보였던 곳 아래를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것이다.

 

 

하늘에 구름이 많았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힘들뻔 했다.

 

 

선두에서 뒷짐지고 걸어가는 ㄱ장로는 사색에 잠긴듯 하다.

 

 

이제 이 모퉁이를 돌아가면 아와노스 마을도 시야에서 사라질 것이다.

 

 

저번에 왔을땐 저 언덕비탈을 구르다시피해가며 내려왔었다. 

 

 

이제 조금 더 가면 차우신 마을이 고개를 내밀 것이다.

 

 

저 위에 샘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상수도 시설일 것이다. 나무들이 자라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물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겹쳐진 언덕들 저 너머로 우치사르가 나타났다.

 

 

저기는 어제 올라갔었다.

 

 

길주위에 초록색이 묻어있었다. 그렇다면 이쪽으로 물길이 지나간다는 말이된다. 

 

 

길바닥이 젖어있었다. 그렇다면 저 위에 보였던 콘크리트 구조물은 상수도시설이 틀림없다는 말이 된다.

 

 

푸르름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이던가?

 

 

메꽃이 피어있었다. 터키 메꽃이나 우리나라 메꽃이나 생김새는 똑같았다. 

 

 

나는 고향초를 발견한 것처럼 기뻐했다.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인데 인생은 길이라는 사실이다.

 

 

편안한 길도 있고 험한 길도 있으며 고속도로도 있고 오솔길도 있다. 사방에 먹거리가 가득한 길이 존재하는가하면 가도가도 배고픔만 있는 길도 있다.

 

 

보기에는 그럴듯해도 비참함이 가득한 길도 있었다.

 

 

길만을 탓할게 아니었다. 스스로가 나서서 새로운 길을 낼 수도 있었다.

 

 

잘못된 안내판을 따라갈 수도 있는게 인생길이다. 그래서 인생길에는 지혜가 필요했다.

 

 

끝이 보일 것도 같은데 안보이기도 했다. 

 

 

붉은색 지붕을 가진 마을이 나타났다. 거기가 차우신이다. 어떤 이들은 차부신이라고 발음하기도 한다. 마을 왼쪽 옆에 절벽처럼 보이는 곳이 '성 요한교회'다.

 

 

드디어 길이 붉은색으로 변했다. 햇살이 나면 여긴 더 붉게 보인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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