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14일 목요일, 벌써 9일째다. 시간이 너무 잘 가는 것 같았다.
호텔 발코니에 서서 멀리 보이는 이강변의 봉우리들을 살펴보았다. 날씨가 흐리다. 중국에 와서 한번도 해를 못본 것 같다.
떠들썩했던 거리도 아침에는 조용하기만 했다.
서가 뒤로 바짝 다가선 산봉우리들에도 비구름이 묻었다.
청소부가 청소를 하고 지나갔는지 모르지만 거리에 쓰레기가 없다는 것이 신기하다. 쓰레기 봉투조차 보이지 않았다.
중국도 깨끗한 곳은 정말 깨끗하다. 어지간한 곳은 우리나라 주택가보다 훨씬 깨끗하다.
양자강 이남 지방에서는 난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에 호텔방에도 온풍기외에는 다른 난방장치가 없었다.
어제 밤에도 나는 양모 니트를 입고 잠을 잤다. 추위에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머리를 감고 외출 준비를 해서 호텔을 나섰다. 서가를 걸었다.
서가 끝부분에서 국수집을 찾아 들어갔다.
아침부터 비주어를 먹으려는 것이 아니다. 그냥 간단히 먹기 위해 국수를 주문했다.
쌀국수 미분(米粉)이다. 국수면발이 쫄깃쫄깃했다.
오늘의 목표는 흥평(興坪 싱핑)이라는 마을이다. 자전거로 가기에는 조금 멀다는 생각이 들어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내일은 자전거투어를 해볼 생각이다.
지도를 클릭해보자. 크게 뜰 것이다. 1번이 계림이고 2번은 양삭이다. 3번으로 표시해둔 곳이 흥평이다. 오늘 우리의 행선지가 바로 흥평이다. 거긴 정말 멋진 곳이다. 반드시 가보기를 추천하는 양삭의 명소다. 지도 왼쪽 밑에 축척이 있으므로 거리 감각을 익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서가 끝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걸었다. 흥평으로 가려면 시내버스(=로컬 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이다. 어제 우리가 도착했던 양삭북부터미널과는 반대방향이다.
서가끝에서 남쪽으로 큰 거리를 따라 직진만 하면 된다. 직진이다. 이 사진에서는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큰 길을 따라가면 된다.
나는 잠시 큰 도로를 벗어나서 강변으로 나가보았다.
이강에 걸린 다리가 보였다. 저 다리를 건너서 흥평으로 갈 것이다. 계림을 끼고 흐르는 강 이름이 이강이다.
양삭시내도 교외지역으로 시가지가 점점 확대되어가고 있는듯 하다.
한 십오분 정도를 걸어서 남부터미널에 도착했다. 흥평으로 가려면 여기서 버스를 타야한다.
여기에서도 계림으로 가는 직행버스가 있는 모양이다. 계림행 버스 시간표가 붙어있었다.
양삭에서 흥평으로 가는 시내버스다. 미니버스라고 보면 된다. 운전기사가 있길래 미리 탔다. 요금은 버스 안에서 차장에게 직접 주면 된다. 버스터미널 매표소에서는 로컬 버스의 표는 팔지 않았다. 버스요금은 8원이었다.
출발 시간이 가까워지자 버스는 이내 만원이 되었다. 우리가 일찍 버스에 올라탄 것은 결과적으로 현명한 행동이었던 것이다. 버스는 이강을 건너서 산길을 달렸다. 차창에 먼지가 많아서 좋은 사진을 찍기가 힘들었다.
흥평에 도착하니 오전 10시 반이 넘었다. 흥평 버스 터미널의 위치를 기억해두고 옛날 마을을 찾아걸었다.
지도에는 옛 마을이 흥평고진으로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고진(古鎭)은 옛날 마을을 의미한다.
흥평은 사진작가들에게 엄청 인기가 있다. 풍광이 끝내주게 좋은데다가 중국 현지인들의 삶을 볼 수 있는 좋은 소재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천천히 흥평고진으로 들어섰다. 이 거리는 반드시 통과해야만 한다. 옛거리를 거쳐야만 이강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거리는 잘게 쪼갠 박석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양쪽으로 늘어선 집들이 조금씩 현대화되어 가는듯 하다.
사실 흥평도 나에게는 두번째 방문이다. 부겐빌리아꽃이 피어있었다. 나는 저 꽃을 거의 미칠 정도로 좋아한다.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었다. 좌석 위에 설치해놓은 덮개 모양이 독특하다. 사실 저런 덮개식 우산은 중국에서 흔하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잘 볼 수 없으니 독특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강아라는 발음을 지닌 찻집 겸 레스토랑이 보였다. 간가라고 해야할지 강아라고 소리내어야할지 구별은 되지 않았지만 인도분위기가 났다.
강아라고 썼지만 한자로 쓴 것을 보니 항하(혹은 긍하로도 읽을 수 있다)로 되어 있었다. 주인은 인도사람이었다. 그렇다면 항하가 될 것이다. 항하는 갠지즈강을 의미한다.
어느쪽이 주인인지는 모르지만 두사람의 인도인이 경영하고 있는 찻집 겸 레스토랑이었다. 그들과는 영어가 통했다. 이따가 이강 구경을 하고 난 뒤에 다시 찾아오겠다고 약속아닌 약속을 남기고는 곧 헤어졌다. 인도인이 중국 남부 계림까지 흘러들어 장사를 한다는 말이지? 나는 요즘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사고방식과 비교해보았다.
골목 맞은 편은 옷가지같은 것을 파는 구멍가게다.
나는 이강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골목구경을 하려면 천천히 걸어야한다. 시간도 어중간해서 지금 이강가로 나가버리면 점심을 해결하는 것이 문제가 될 것 같았다.
자전거 뒤에 짐싣는 리어카를 결합했다. 멋진 아이디어다. 나는 이런 물건들을 볼 때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표현을 떠올려본다. 물론 원어의 뜻은 좀 더 철학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지만 말이다.
오토바이를 개조해서 탈것을 만들었다. 중국인들의 손재주와 창의성도 정말 대단하다.
흥평고진 골목에서 구경한 탈것만 해도 몇가지나 되었다.
빨래를 해서 널어놓은 것인지 파는 것인지 구별이 안된다.
나무로 만든 이 집도 얼마 안있어 벽돌집으로 바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는게 싫어질 정도였다. 이런 멋진 정취를 뒤에 남겨두고 걸어나가야하는게 과연 옳은 일인지 의심스러웠다.
확실히 흥평에도 외국인들의 발걸음이 잦은 모양이다.
영어식 가게이름이 자주 눈에 띄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기에 거리는 물기가 묻어 사방이 축축하기만 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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