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13일, 수요일이다. 귀양은 아침부터 날씨가 흐렸다. 벌써 8일째 햇볕을 못보고 있다. 계림으로 이동하기 위해 6시에 일어났다. 아침식사는 어제 저녁에 먹다가 남긴 감자 한 알과 사과 한 개로 때웠다.
샤워까지 한 뒤에 7시 50분경에는 체크아웃을 하고 보증금을 되돌려받았다. 그런 뒤 거리로 나섰다. 261번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었다.
우리가 마물렀던 호텔은 귀양기차역 앞으로 쭉 뻗은 거리의 오른쪽편에 있다. 육교를 건너서 체육관쪽으로 갔다. 거리에는 일찍 나온 노점상들이 아침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벌써 버스 안에는 손님들이 많이 타있었다. 출발지여서 그런지 제일 뒤쪽에 자리가 있었기에 끼어앉았다. 8시 8분경에 버스가 출발했다. 해방로를 통과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귀양북역까지 가는데 40분에서 한시간 정도 걸리기도 한다니까 약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해방로를 벗어나자 운전기사는 연신 경적을 울려대며 신나게 달렸고 덕분에 9시 전에 귀양북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귀양북참은 새로 지은 기차역이다. 고속철도 전용이어서 그런지 시설도 무지무지하게 크고 깔끔했다.
버스승강장에서 귀양역 대합실로 이어지는 통로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다. 일단 지하로 내려가서 연결통로를 걸어간 뒤 다시 위로 올라가야했다.
최근에 지은 중국의 모든 시설물들은 호화판이라면 호화판이라고 볼 수도 있을 정도다.
영어와 간자를 병기해두어서 이해하기가 편했다. 우리는 후차청(=대합실)로 가는 중이다.
나라가 크니 모든 시설들이 하나같이 크기만 하다. 기차표를 판매하는 수표청 앞을 지났다.
회랑크기도 어마어마하다. 입이 딱 벌어질 정도였다.
회랑에서 역광장을 본 모습이다. 중후장대(重厚長大)가 중국인들의 특징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단소경박(短小輕薄)으로 가야할 것이고....
대합실로 들어가려면 여권과 차표를 보여주어야했다.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아본 보안요원 아가씨가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한국이 너무 좋아서 언젠가는 꼭 한국에 가보고 싶다면서 말이다. 그녀 이름은 탕기기!
우리는 대합실로 올라갔다. 뜨악할 정도로 넓고 큰 공간이다.
개찰하는 곳이 어디인지 미리 확인해두고는 화장실부터 다녀왔다.
계림서참으로 가는 기차는 18번과 19번 개찰구에서 개찰한단다. 공항이든 기차역이든 전광판을 잘 살펴보는게 여행의 기본 노우하우다.
홍보와 전시를 겸한 용도의 자동차인가보다.
이제 개찰을 받고 나갈 시간이다. 가만히 보니 우리 표는 붉은색이었고 대부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티켓은 녹색이었다. 녹색 티켓은 개찰구의 기계에 밀어넣으면 기계속을 지나 앞에서 위로 튀어오르게 되어 있었는데 홍색 티켓은 역무원 아가씨가 직접 개찰해주었다.
그랬다. 우리는 1등칸 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1등석 손님들에게는 특별 대접을 해주는 것임을 늦게 깨달았다.
고속열차가 개통되기 전에는 귀양에서 계림을 가는데는 하루가 걸렸다. 기차로 이동해도 그 정도였다. 그때는 계림으로 직접 연결되는 기차가 없었기에 유주를 거쳐서 가야만 했다.
이제는 귀양에서 계림을 거쳐 광주로 이어지는 고속열차가 달리고 있기에 두세시간이면 해결된다. 1등석이어서 그런지 빈자리가 많았다. 1등석은 중간의 통로를 중심으로 해서 좌우로 2개씩 의자가 배치되어 있었다.
열차는 정확하게 9시 39분에 출발했다.
좌석도 아주 편안하다. 비행기 이코노미석보다 더 낫다는 느낌이 들었다.
귀양과 계림사이에는 소수민족들이 사는 지대가 널려있다. 그러니 차창 바깥으로 펼쳐지는 풍경도 중국의 다른 곳과는 약간 차이가 나는듯하다.
귀주성은 산이 많다. 마을들도 골짜기와 골짜기 사이에 들어서있었다.
귀양도 남쪽이지만 계림은 그보다 더 남쪽에 자리잡고 있으니 아열대기후라고 보면 된다. 기후가 그러니 온 천지에는 푸르름이 가득했다.
승무원에게 계림서참 도착시각을 물어보았더니 12시 4분 도착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2시간 반만에 도착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경치들이 서서히 카르스트 지형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기차는 종강과 삼강을 거쳐 달린다.
한번씩은 소수민족들이 사는 동네를 스쳐 달리기도 했다. 집들을 보면 소수민족이 사는지 한족 동네인지 단번에 구별이 된다.
종강역이다.
타고 내리는 승객은 거의 없었지만 이런 골짜기에도 문명의 혜택이 밀려들고 있으니 좋은 일이다.
중국여행은 지금 해두지 않으면 곤란해질 것이다. 중국 경제사정이 좋아지면서 물가가 더 올라버리면 나같은 서민들은 중국을 다니는게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종강이나 삼강같은 역에 내리면 소수민족들이 사는 동네를 방문하는게 더 쉬워지지 싶다.
지금 우리의 행선지는 계림이니 다른 선택이 있을 수가 없다. 무조건 계림까지 가야하는 것이다.
좌석 밑바닥에 전원공급장치가 달려있었다. 진작 알았더라면 휴대전화 충전이라도 시켜두었을 것을......
마침내 우리들은 계림서참에 도착했다. 여기가 계림이다. 계림산수천하갑(桂林山水天下甲)이라는 소리가 나오도록 만든 그곳이다. 겨울이어서 그런지 여기 날씨도 조금은 추워서 으슬으슬함을 느꼈다.
계림서참이라고 이름 붙였으니 계림 시가지의 서쪽 어디일 것이다.
우리들을 내놓은 고속열차는 소리없이 미끄러져 나가기 시작했다.
지하통로를 이용해서 밖으로 나갔다. 붉은색 표를 보여주니 역무원이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
밖으로 나가서 역주변을 살폈다.
계림서참 부근은 역건물 뿐이었다. 이곳에 개발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지도 모르겠다.
계림! 여기야말로 진정한 관광명소다. 계림 정도는 되어야 세계적인 관광지라고 자칭할 수 있다.
기차역 앞에 보이는 시설물이라고는 주차장과 시내버스 승강장뿐이었다.
이제 계림 시내로 들어가야한다. 그래야 관광이고 이동이고 뭐든 할 수가 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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