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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하얀 기둥들이 늘어선 화이트밸리를 가다 1

by 깜쌤 2016. 5. 11.

 

점심으로 되네르 케밥을 먹은 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오후 남은 시간동안 화이트밸리 탐방에 나서야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광장을 벗어났다.

 

 

아까 왔던 길을 걸어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가다가 뒤를 돌아보았더니 우치사르성이 마법의 성처럼 우뚝 솟아 버티고있었다.  

 

 

박석으로 포장한 거리를 내려가는 것이다.

 

 

제법 내려와서 다시 한번 더 뒤돌아보았다. 봉우리 앞으로 들어찬 집들이 호위병들이 머무는 보조 요새처럼 보였다.

 

 

봉우리를 둘러싸고 앞 뒤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지금 보이는 이런 건물들은 괴레메, 차부신, 아와노스같은 마을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우치사르성에서 내려다볼 때 언급했던 삼거리 부근까지 다 왔다. 

 

 

화이트밸리 탐방을 떠나려는 사람들은 이 건물을 잘 봐두어야한다. 외즐레르 아트센터라고 이름붙인 보석가게다.

 

 

이 가게 옆쪽으로 나있는 작은 도로를 따라 가야 화이트밸리로 갈 수 있다. 포장이 잘된 큰 도로를 따라 가면 오전에 걸어왔던 비둘기 계곡을 오른쪽으로 끼고 괴레메 마을로 내려가버리게 된다.

 

 

도로 왼쪽으로 평원이 펼쳐진다. 평원 군데군데 골짜기가 숨어있어서 멋진 장관을 간직해두었다.

 

 

지금 우리는 그런 멋진 장관을 찾으러 가는 길이다.

 

 

포장이 되지않은 시골길을 따라 걸었다.

 

 

조금 걸어갔더니 화이트 밸리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영어가 없으니 낯선 나그네들에게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바을데레 정도로 발음할 수 있으려나?

 

 

저 멀리 테이블 마운틴 같은 멋진 언덕이 정면으로 보인다. 왼쪽으로 포도밭이 보였다.

 

 

한번씩은 뒤돌아보았다. 우치사르캐슬을 기억해두려고 말이다.

 

 

8월인데 벌써 대지가 바싹 말라 비틀어졌다.

 

 

직장생활을 하느라 여름철에만 여행을 다녔더니 맨날 똑같은 풍경을 보게 된다.

 

 

다음엔 봄이나 가을에 여행을 떠나야한다.

 

 

포도나무가 엄청 늙었다. 몇살이나 된 것일까?

 

 

모두들 자기 카메라로 부지런히 추억을 담고 있었다.

 


마침내 골짜기가 나타나면서 하얀 순백의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제 골짜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흰색과 연한 분홍의 조화가 기막힐 정도다. 밑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였다.

 

 

지금까지는 거의 정확하게 찾아왔다. 우치사르캐슬에서 여기까지는 약 1.5킬로미터 조금 더 될 것이다. 그리 먼거리는 아니다.

 

 

화이트밸리로 내려가는 길목에서 오렌지즙을 짜주는 미니 가게를 열고 있는 소년을 만났다. 중학생이었다.

 

 

화이트밸리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아서 힘이드는듯 했다. 그에게 용기를 북돋우어 주기 위해 오렌지 주스 2잔을 주문했다. 한잔의 오렌지 주스를 만들기 위해 그는 대여섯개의 오렌지를 차례대로 기계에 넣고 압착해서 즙을 빼냈다.

 

 

순수한 오렌지즙을 마시는 것이다. 그 아이가 짜내고 남은 오렌지 찌꺼기가 쓰레기통에 수북했다. 

 

 

우리는 중학생에게 길을 재확인한 뒤 골짜기로 내려섰다.

 

 

대지에는 물기 하나 없었다. 길이 그만큼 매끄럽고 반들반들했다.

 

 

조금이라도 미끄러지면 그냥 곤두박질치게 되어 있다. 바싹 마른 풀들에 가시가 있어서 풀밭에라도 쳐박히면 대형사고를 각오해야 한다.

 

 

층층으로 싸인 흙들이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냈다.

 

 

소년이 운영하는 오렌지즙 가게가 저만큼 위에 남았다.

 

 

한참이나 시간이 지났지만 사실은 이제 골짜기 입구를 지나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곳곳에 과일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이런 길을 걸으면 마치 지구의 속살을 보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름답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모두들 조심해서 내려오고 있었다. 미끄러지기만 하면 큰일난다.

 

 

짙은 남색을 지닌 들꽃이 마지막 남은 화려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꽃보랴 길보랴 사진찍으랴, 정신이 없었다.

 

 

그냥 후딱 걸어나가면 되지만 나는 천성이 그렇지 못한 사람이다.

 

 

살펴야하고 기록해야 하는 사람이다.

 

 

오렌지 주스가게를 경영(?)하는 소년이 우리가 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살피는듯 했다. 그는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리 깊지도 않은 골짜기지만 위험천만한 요소가 곳곳에 깔려있다.

 

 

노약자를 데리고 내려가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카파도키아에 와서 이런 길을 한번도 걸어보지 않는다면 그것도 문제다.

 

 

패키지 여행을 하면 이런 길을 걸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어렵다.

 

 

햇살이 나면 더 아름다운 색깔의 향연을 즐길 수 있으련만......

 

 

살짝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골짜기 밑에까지 거의 다 내려온듯하다. 미끄러질 위험성 때문에 속보로 걷는 것은 힘들다. 일단 골짜기 밑바닥까지 내려가야만 빨리 걷는것이 가능하리라.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