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전거를 끌고 나섰다. 보문에 가려는 것이다.
보문으로 가는 자전거도로는 내가 자주 달려보는 길이다. 그날이 4월 7일이었다.
벚꽃이 지고 있었다. 다리가 불편한 어른 한분이 앞에 걷고 계셨다.
그분의 불편한 걸음걸이 때문에 괜히 내 마음이 아렸다.
아직도 사방에 물기가 묻어있었다.
오늘 아침까지도 빗방울이 심술을 부렸기 때문이다.
나는 떨어지는 꽃잎을 몸으로 받으며 천천히 달렸다.
나는 도로 건너편으로 건너가기로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동안 맨날 도로 왼편만 이용해서 달렸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도로 오른편은 숲머리 동네다.
내가 달려온 길을 돌아다보았다. 자전거바퀴 자국이 선명했다.
자전거바퀴에 벚꽃조각이 가득 달라붙었다.
말을 타고 꽃밭에서 놀면 말발굽에서도 향내가 나리라.
그렇다면 내 자전거에는 벚꽃 향기가 배여야만 한다.
내 자가용은 나를 태우고 다니느라 그동안 고생을 많이했다. 자주 고장나서 병원에 들락거렸다.
숲머리 마을 건너편 산밑으로 벚나무가 줄을 이었다.
벚나무 밑으로는 물길이 있다. 나는 그 물길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에 젖는다.
교토 시내 '철학자의 길'처럼 아름답게 개발할 수 있는 것을 착안하지 못하고 그냥 사장시키기 때문이다.
수많은 길을 개발한답시고 그동안 갖다부은 돈이 얼마나 될까?
전시행정이라는 용어가 괜히 만들어진게 아닐 것이다. 나도 이젠 누구를 비난하고 욕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숲머리 마을은 너무 달라졌다. 참한 기와집 동네였는데 지금은 상업적인 냄새가 진하게 배어들었다.
나는 보문 삼거리쪽으로 나아갔다.
소나무가 주종인 산에 군데군데 박힌 활엽수들의 새로 돋아나는 이파리들이 연두색 신록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렇다. 산은 신록이 돋아날 때가 가장 아름답다.
나는 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옮아갔다.
몇년 전에 불타버린 자국이 아직도 깊은 상처가 되어 화상흔적을 남겼다. 마음이 아프다.
동궁원과 버드파크가 바로 앞이다.
삼거리부근 벚나무꽃이 만개하면 최고의 장관을 만들어낸다.
내 기준으로는 그렇다.
버드 파크 앞을 지났다.
동궁원은 유리 온실이다.
입구를 장식한 개양귀비꽃이 화사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한때는 이 아름다운 개양귀비꽃을 두고 오피움(아편)을 만들어내는 양귀비꽃과 혼동하여 재배하는 것조차 범죄시하기도 했다.
세상 모두가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햇살이 났더라면 더 화사했을 것이다.
동궁원 뜨락을 오른쪽 옆으로 남겨두고 슬슬 비탈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멀리 명활산 밑으로는 감포로 이어지는 도로가 지나가고 있다. 거기도 벚꽃 천지다.
개나리와 벚꽃이 함께 핀다는 것은 신이 만들어내신 조화로움의 일부분이리라.
동궁원 한켠에 있는 휴게소 커피가 은근히 그리워졌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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