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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비둘기 계곡을 걷다 1

by 깜쌤 2016. 4. 21.

 

Pigeon Valley! 관광객들은 흔히 피전 밸리라고 읽고, 그렇게 알고 다닌다. 영어 표기가 그렇다는 말이고 터키인들은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어렵고 힘든 터키어 발음보다 눈과 귀에 익숙한 영어발음을 흉내내는게 나로서도 훨씬 편하다.

 

 

오늘 오전의 목표는 피전 밸리를 걸어서 우치사르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패키지 여행을 가면 관광버스를 태워서 아주 쉽고도 단순하면하면서도 간단하게 우치사르 밑 뷰포인트에 여러분들을 데려다 놓을 것이다. 그렇게 해버리면 카파도키아의 진정한 매력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우리 팀 멤버들을 데리고 걷기로 했다. 카파도키아에서는 걸어야한다.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잘 걸으려면 물을 충분히 확보해두는 아주 중요하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녀도 좋고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녀도 좋지만 오늘 일정을 소화하는데는 튼튼한 발과 좋은 신발을 갖추는 것이 최고다. 오토가르 옆의 공터에서부터 출발하는게 순리다.

 

 

피전 밸리, 그러니까 비둘기 계곡 끝자락에서부터 우치사르를 향해 거꾸로 걸어올라가는 것이다. 목표로 삼은 우치사르 성이 저멀리 모습을 드러냈다. 몇 번씩이나 우치사르, 우치사르 혹은 우치사르 성이라고 했는데 그게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 이해가 안되는 분들을 위해 미리 목표 지점을 보여드리기로 한다. 

 

 

나는 우치사르 성을 두고 '마법의 성'같다는 표현을 자주 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아래 사진처럼 보인다.

 

 

오늘 오전중에 저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사방을 살펴보는게 목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이제부터 괴레메 마을을 출발하여 비둘기 계곡을 걸으면서 이런 저런 모습을 살펴본 뒤 우치사르로 향하는 것이다. 아래에 올려둔 지도를 보자.

 

 

 

 

정확하게 알아보려면 지도를 클릭해서 크게 띄워두고 살펴보는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오늘 우리가 목표로 삼고 있는 지점은 아주 간단하다. 목표는 두군데 뿐이다. 하나는 우치사르이고 다른 하나는 화이트 밸리(White Valley)다. 지도에서 제일 위쪽에 보이는 빨간색 점이 화이트 밸리의 위치를 나타낸다.

 

 

비둘기 계곡의 제일 아래쪽은 계곡이라는 말이 소용없을 정도로 평평한 곳이다. 온갖 종류의 음식점과 호텔, 펜션, 게스트 하우스, 여행사와 편의 시설이 몰려들어 오토가르 부근처럼 상업화된 곳이라고 보면 된다.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지만 번화가에서 조금씩 떨어져나갈수록 숙소의 숙박가격이 떨어지는 법이다. 조용함을 좋아하는 여행객들은 오토가르나 기차역같은데서 멀리 곳에 자리잡으면 된다. 

 

 

괴레메에는 워낙 많은 숙소들이 있어서 숙박 문제는 걱정안해도 된다.

 

 

돈이 문제지 호텔이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언제였던가? 한번은 SOS 동굴 호텔에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호텔이라기보다 여관수준이었는데......

 

 

피전 밸리라는 안내판이 나타났다. 터키말로 복잡하게 나타내었는데 눈이 아파서 읽지를 못하겠다.

 

 

포장된 길이 끝나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골짜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터키에 올 때마다 한번씩 걸었던 길이니까 이제 다섯번째로 걷는 셈이다.

 

 

다음에 와서는 한달 정도 머물렀으면 한다. 왼쪽길로 가야한다.

 

 

이제 괴레메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골짜기의 진면목이 슬슬 드러나기 시작한다.

 

 

인적이 드물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경치가 좋다해도 여성 혼자서 걷는 것은 삼가는게 좋다. 

 

 

후미진 곳이 워낙 많고 으슥한 곳도 상당히 많으므로 조심하는게 옳은 일이라고 본다.

 

 

첫번째 굴이 나타났다. 이런 곳에 터널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골짜기 폭이 좁아지면서 과일나무들이 늘어선 좁디 좁은 밭이 나타났다. 

 

 

 이런 터널은 사람이 팠다는 느낌이 든다.

 

 

같이 온 멤버들은 이런 풍경이 신기했는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디지털 카메라의 좋은 점은 막 찍어댈 수 있다는 것이다.

 

 

필름 카메라를 쓸땐 필름 한판 한판이 아까워서 마음대로 찍을 수가 없었다. 

 

 

나같은 여행자에게 디지털 카메라는 보배나 다름없다.

 

 

서재에 정리해둔 예전 여행앨범을 꺼내보았다.

 

 

이 길을 처음 걸었던 날은 1997년 8월 9일 토요일이었다. 거의 20여년전의 일이다.  

 

그때 묵었던 숙소가 SOS였다. 옛날 사진을 보니 그 호텔 정원에도 꽃이 가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길을 5번째로 다시 걷고 있는 것이다. 나는 감회에 잠겼다.

 

 

앞으로 괴레메에 몇번을 더 다시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말 바라건데 다시 한번 더 여행해보고 싶은 장소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포플러가 하늘을 찌르는 이런 풍경이 좋다.

 

 

아련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련함!

 

 

나는 애가 살짝 타는듯한 그런 자그마한 아련함을 좋아한다. 

 

 

젊었던 날에 보았던 서부 영화 <막켄나의 황금 Mackenna's Gold>을 떠올렸다. 그 영화 속에 이런 풍경과 비슷한 배경장면들이 있었다고 기억한다.

 

 

이제는 죽고 없는 그레고리 펙, 오마 샤리프 같은 배우들이 등장했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런 배우들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생소하고 낯선 이름들이리라.

 

 

여행중에 만나는 풍경도 그렇다. 한번 와보았지만 왠지 모르게 낯설게만 느껴지는 풍경을 만날 때가 있다. 

 

 

비둘기 계곡이 그랬다. 와서 다시 볼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곳이기에 더 애착이 간다.

 

 

길은 끊어질듯이 끊어질듯이 하면서도 교묘하게 이어져갔다.

 

 

어떨 땐 앞이 완전히 가로막히기도 한다.

 

 

그나마 천만다행인 것은 계곡이 그리 깊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부근에서 계곡 위로 올라가기로 했다.

 

 

오늘 일정이 빠듯하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해야한다.

 

 

여름철엔 계곡이 바싹 말라버린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골짜기 제일 밑바닥에는 물길이 만들어져 있다.

 

 

당신의 운이 좋다면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가득 담고 있는 비밀스런 샘을 만날 수도 있다. 나는 몇번이나 그런 체험을 했었다.

 

 

절벽 한가운데를 누가 도려낸듯이 구멍난 곳이 있다. 처음 여기에 왔을 때도 이 풍경을 보았다.

 

 

골짜기에는 과일이 풍부하다. 하지만 손을 대면 곤란하다. 주인이 있기 때문이다.

 

 

바닷가 작은 바위 하나하나도 주인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위로 올라가는 길을 찾아야하는데.....

 

 

조화처럼 바싹 말라버린 야생화는 위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어디쯤 존재하는지 그 비밀을 알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말을 못하는 존재이니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