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살림살이 하나하나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여 갖춰두고 사는 사람이라면 분명 기인이거나 달인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고수라고 칭한다. 그랬다! 그는 분명 내공이 경지에 오른 숨은 고수였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고 달인은 달인을 알아본다고 했던가? 압화의 명인이 목공의 고수에게 액자틀을 부탁하셨던가 보다.
내가 그를 찾아갔던 날, 그 분은 작업실에서 작업중이셨다.
잠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그의 안내로 집안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게 뭐였던가?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궁금증은 이내 풀렸다. 화장지걸이였다.
폐품을 이용해서 만들었단다.
작업실 창문도 독특했다. 간단히 붙였다뗐다 할 수 있도록 해서 바람의 양도 조절하고 밖도 볼 수 있게 했단다.
그는 뭐든지 그자리에서 뚝딱 만들어내는 재주를 지녔다.
자세히 살펴보면 미적감각이 아주 뛰어남을 알 수 있다. 그는 재활용의 명수다.
한때는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에서 목공방을 운영했다고 했다.
그는 대도시에서의 삶을 미련없이 접고 경주에 와서 남산기슭에 새로운 터를 잡았다. 그는 남산 기슭 남간마을에 산다.
개를 훈련시켜 기가 막히게 말을 듣도록 만들어두었다. 개 끈을 보자. 보통 개들은 땅바닥에 꽂아둔 쇠꼬챙이에 목줄이 달려 제자리에서 맴을 돌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그가 기르는 개는 그렇지 않다. 이 집 개는 옆으로 마음대로 이동하며 살 수 있다.
집안이 약간 어수선해보이는 이유는 온갖 재활용 가능한 물건들을 모아두었기 때문이다. 그의 머리속은 항상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다.
식물도 좋아해서 온갖 것들을 잘 기른다. 살다가 살다가 이런 분은 처음 만나보는 것 같다.
그는 인생살이의 쓴맛을 제법 많이 본듯 하다.
잘 살펴보면 집안 곳곳에는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숨어있었다.
나는 그가 혼자 숨어살기에는 그가 지닌 재주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지닌 재주를 마음껏 발휘하도록 해드리고 싶었다. 문제는 내가 가진 힘이 너무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게 안타깝다.
생활의 편리함을 도모하는데는 뛰어난 일가견이 있는 분 같았다. 간장병 꼭지 하나에도 두 번 손이 갈 일이 없도록 해두었다. 워낙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아서 특허를 내는게 어떠냐고 말씀을 드렸다.
그는 큰 욕심이 없는듯 했다.
칼이 왜 공중에 떠있느냐고? 한번 사용하다가 다시 사용할 경우에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조리대 앞에 갖다대기만 하면 붙어있도록 만들어두었다.
그는 나를 위해 토마토 주스를 만들어주셨다. 솜씨가 능수능란했다.
나무 틈바구니에서 화장지가 나왔다. 이것도 알고보니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집안 곳곳이 이런 식이었다.
뭐하나 평범한게 없었다.
텔레비전 한대를 가지고 안방에서도 보고, 거실에서도 보고, 주방에서도 보고, 심지어는 화장실에서도 볼 수 있도록 장치해두었다.
알고보니 간단한 것이었지만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해냈다는 것은 그만큼 기발하다는 것 아니겠는가?
아주 간단한 장치 하나로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두었단다.
비밀은 끈과 도르레 두 개였다.
성함이 궁금하다고? 이제 밝혀드리기로 하자. 본명은 손중선씨다. 누구나 불러주기만 하면 출장가서 일도 해드린단다.
화장실에도 그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곳곳에 숨어있었다. 머리 빗는 솔은 단 한번에 밑으로 쏙 빠져나오도록 되어 있었다. 거는 것도 그냥 꽃기만 하면 되도록 했다.
헤어 드라이어도 그렇게 했다. 보면 볼수록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비누도 그랬다. 비누곽도 필요없고 그냥 놓기만 해도 착 달라붙도록 해두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사진을 잘 보면 답이 숨어있다. 이제 마지막 한가지.... 무궁무진한 아이디어 가운데 그분이 공개한 것 한가지만 더 소개해 드린다. '그가, 그가'라는 표현을 쓰다가 이제 드디어 그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말은 어리바리하기만 한 나 깜쌤이 두손 두발을 다 들었다는 말이 된다.
경주남산 밑 시골동네다보니까 천장에 쥐가 다닌단다. 한마리만 천장에 들어가도 와다닥거리며 돌아다니면 잠자기는 영 글렀다고 보면 된다. 천장에 고양이를 밀어 넣을 수도 없기에 그분이 생각해낸 아이디어는 바로 이것이었다. 천장 속을 향해 자그마한 전구를 넣어두는 것! 덕분에 조용한 밤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단다.
이제 그 분의 신상을 정리해드리기로 하자. 밑의 글상자 속에 다 있다.
성명 : 손중선
휴대전화 : 010-4565-1919
그 분에게 일을 맡기시고자 하면 위 글상자 속의 전화번호로 연락드리면 된다. 참고로 손중선씨가 만들어주신 대문을 소개해드린다.
게스트하우스 겸 도예체험학습 공간인 차차랑 대문을 그분이 만들어주셨단다. 차차랑과 연관있는 글은 다음 주소에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손목수님의 솜씨를 알고 싶으면 그분이 만든 작품을 보면 된다. 그것 이상의 증거가 더 필요하랴 싶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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