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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야생화, 맛/야생화와 분재사랑 Wildlife Flower

목련!, 목련!

by 깜쌤 2016. 4. 5.

 

목월 박영종 선생의 고향은 경주다. 경주시가지에서 시오리가량 떨어진 모량이 그의 고향이다. 고속도로를 자동차로 달리면서 봐도 그의 고향마을이 보인다.

 

 

목월선생은 <사월의 노래>라는 노랫말을 남겼다. 거기에 김순애씨가 곡을 다듬어붙인 것이 가곡으로 널리 알려진 <사월의 노래>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지난달에도 목월 생가(生家)를 자전거로 다녀왔다. 거기에도 목련이 있었던가? 그때 찍어둔 사진을 다시 확인해보았더니 목련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못본 것인지도 모르지만 살짝 아쉽다.

 

 

목련을 한자로 쓰면 木蓮이 된다. 꽃을 자세히 살펴보면 연꽃을 닮기도 했다. 그래서 목련이라고 한단다. 

 

 

목련은 잎이 나기전에 꽃부터 핀다. 개나리나 매화, 진달래, 산수유처럼 이른봄에 꽃을 피우는 나무들은 거의 다 잎을 내기 전에 꽃부터 틔운다. 성질이 급해서 그럴까? 자연의 섭리가 참으로 오묘하다.

 

 

꽃이 피기 전의 목련꽃망울을 보면 붓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우리 조상들은 목련을 두고 목필화(木筆花)라고 이름붙여 부르기도 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얀색 목련은 중국이 원산지인 백목련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테너 엄정행 선생은 목련화노래를 참 잘 부르셨다. 경희대 총장님이 가사를 쓰고 경희대 음대학장 김동진님이 작곡을 하고 경희대 출신 엄정행씨가 경희대 개교 25주년 행사에서 처음 부른 가곡이 <목련화>다.

 

 

 

     오 내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길잡이 목련화는
     새 시대의 선구자요 배달의 얼이로다 


     오 내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사랑 목련화야
     오 내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사랑 목련화야 


     그대처럼 순결하고 그대처럼 강인하게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아름답게 살아가리 

     오 내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사랑 목련화야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아름답게 살아가리라

 

 

꽃도 크고 흰색이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목련에서는 고고한 품격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남들이 자기의 인격을 존중해주기를 바라지만 스스로 품격있는 인격을 갖추려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목련꽃 그늘에서 품격을 배운다. 좀 더 나은 품격을 갖춘 인격체가 되어보리라고 다짐하면서 목련 활짝 핀 교정을 거닐었다.

 

 

지난 4월 1일 금요일, 나는 목련화 그늘 밑에서 다시 학교와 작별을 했다. 계약기간이 끝났던 것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