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터키의 옴팔로스(옴파로스), 시바스로 간다 1

by 깜쌤 2016. 3. 21.

오후 4시 반에 출발한 기차는 골짜기를 끼고 달렸다. 갈색 대지 틈바구니를 적시는 맑은 물줄기가 골짜기를 따라 이어지고 있었다. 오전에 디브리에서 성채 안내를 맡아준 네자트씨도 같은 기차를 탔다. 그도 시바스(Sivas 시와스)에 간다고 했다.

 

 

지방과 지방을 연결하는 로컬 열차를 타고 여행하는 재미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없는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뎀르다으 기차역은 디브리와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았다. 기차역 건물이 제법 컸다. 

 

 

이 이후로도 기차는 골짜기를 계속해서 달렸다. 거의 40분 정도를 그렇게 달렸다.

 

 

황량한 골짜기 안, 푸르름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사람살이에 물없이 살 수 있던가? 그건 동물이나 식물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다면 아래 지도를 클릭해보자. 아주 상세하게 뜰 것이다.

 

 

 

우리는 아르메니아에서 출발하여 조지아를 거친 뒤 터키로 넘어왔다. 조지아의 바투미에서 터키의 호파로 국경을 넘은 뒤 아르트빈, 아르다한을 경유하여, 카르스를 구경하고 디브리에 들렀다가 이제 중부의 시바스로 이동하는 중이다.

 

그 다음에는 카이세리를 거쳐 카파도키아 지방에 갔다가 터키의 수도인 앙카라를 구경한 뒤 카라뷔크 근처의 세계문화유산 마을인 샤프란볼루를 구경한 뒤 마지막으로 이스탄불로 갈 생각이다. 지도에서 시바스의 위치를 확인해두면 여러모로 편리할 것이다.

 

 

오늘밤은 시바스에서 보내야한다. 저녁에 목적지에 도착하면 호텔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겠지만 지금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가 없다. 

 

 

기차는 시골역을 몇개씩 지나쳐갔다.

 

 

열차안은 제법 조용해서 여행할 맛이 났다.

 

 

한번씩은 물색깔이 아주 좋은 곳을 지나치기도 했다. 이젠 강이라기보다는 작은 개울이 되어 흘렀다.

 

 

한없이 계속될 것 같은 이런 골짜기도 어디선가는 끝이 날 것이다. 그러다가 참 인간적인 장면을 보았다.

 

 

기찻길 옆 간이상수도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물을 받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할머니 물통에 물을 채워주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어깨에 물통을 메고 할머니는 왼손에 물통을 들고 간다. 그런데 그들이 걸어가는 방향이 서로 달랐다. 

 

 

나는 처음에 그들이 부부라고 여겼다. 그런데 가는 방향을 보니 그게 아니었다. 포플러나무인지 백양나무인지 구별이 안되는 키 큰 나무가 집을 둘러싸고 있는 옆길을 물통 든 할머니가 걸어가고 있었다.

 

 

5시 50분이 되어 기차는 체튼카야역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가차에 올라탔다.

해가 서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여기서부터 너른 평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평원은 거의 밀밭이었다. 밭가운데로 포플러나무가 늘어섰다.

 

 

6시 5분경에는 캉갈역에 도착했다. 이제 기차가 어떤 식으로 어디를 거쳐가는지 대강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히 목적지 어디에 도착했다는 식으로 기억하는 것보다 내가 어떤 경로를 따라서 어떤 식으로 여행했는지를 알면 여행의 이해도와 품격이 한층 높아진다.

 

 

이런 여행기를 쓰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젊은 여행자라면 어떤 한두개 나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본다. 물론 세계일주를 하고 눈을 크게 넓히고나서는 자기 마음에 드는 나라 한두개만 찍어 집중적으로 공부를 해서 전문가가 되는게 더 바람직한 일이리라. 

 

 

앞으로의 시대는 통섭을 할 줄 아는 전문가의 시대가 될 것이다. 폭넓게 알되 자기 전문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적인 지식을 쌓아올리는게 바람직할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터키를 다섯번, 중국을 10번 여행했다. 물론 다 배낭여행으로만 다녔다. 좀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나는 터키와 중국 두나라를 집중적으로 더 공부할 생각이다.

 

 

터키 내륙지방의 문화재와 인문지리에 관해 진작 눈을 돌리지 못한게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기차는 너른 벌판을 거침없이 달려나갔다.

 

 

나무 그림자들이 옆으로 길게 눕기 시작했다. 나그네의 마음이 애잔해지기 시작한다.

 

 

나는 상당히 감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낭만도 좋아하고 호기심도 많은 사람이어서 그런지 이런 풍경을 보면 온간 추억이 겹치면서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러나 낭만에 젖은 여행자 신분이기 전에 팀리더이기에 생존을 위해서라도 냉정해져야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줄 알아야 한다.

 

 

테체르, 울라스, 보스탄카야역을 거쳐 7시경에는 마침내 시바스역에 도착했다.

 

 

집찰구를 지나 시바스역 광장으로 나왔더니 깔끔한 풍경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해는 넘어가버렸지만 해넘이 후에 남은 여분의 빛으로 인해 아직은 밝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뒤를 돌아다보았더니 시바스 기차역이 샛노란 색깔을 입은채로 미소를 날리며 서있었다.

 

 

멋지다. 아름답다. 나는 순간적으로 내가 러시아의 상끄뜨 빼쩨르부르(=세인트 피터스버그)에 와있는 것으로 착각을 할뻔했다. 

 

 

그리고 깔끔했다. 디브리에서 만났던 네자트씨가 우리를 보고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우리는 호텔을 찾는다고 했다. 혹시 카이세리로 가는 기차가 있는지를 알아봐달라고 했더니 그는 오늘 밤 7시 40분에 가는 기차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 기차를 타면 심야에 도착할게 뻔하다. 심야에 도착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그렇다면 오늘은 시바스에 묵어야 한다. 그게 일정상으로도 절대 유리하고 안전하다.

 

 

역광장에는 훌륭한 분수대가 자리잡고 있었다. 시바스! 우습게 볼 도시가 아니었다.

 

 

 열차를 이용한 간이 카페인 모양이다. 저런 곳에 가서 커피 한잔 정도는 마셔주어야 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네자트씨가 호텔을 찾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면서 조금 서둘렀지만 나는 사진을 더 찍고난 뒤에 가기로 했다. 인길생에서 짝을 이뤄 새 출발을 하는 신혼부부를 기다리는 차인가보다.

 

 

역광장 맞은 편에 흐르는 큰 길을 건너기로 했다. 아까 기차를 타고 올 때 시외버스 터미널이라고 생각되는 건물을 본 기억이 났다. 내일 이동할 경우를 생각해서 그쪽부근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가 어딘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기에 일단 기차역에서 비스듬히 앞으로 뻗어있는 큰길을 따라 가보기로 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우리의 판단은 정확했다. 우린 이뇌뉘 거리를 따라 걸으면서 호텔을 찾았다. 한두군데 들러보았더니 모두들 너무 비쌌다. 거의가 4성급이나 5성급 정도였다. 그렇다면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벌써 거리가 컴컴해지기 시작했다. 모든 상점마다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디브리에서 함께 왔던 네자트씨도 돌아가고 이젠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했다. 건너편에 삼성 간판이 보였다. 아래 지도를 보자.

 

 

 

1번 : 시바스 기차역

2번 : 시외버스 터미널, 즉 오토가르

3번 : 시바스 관광의 핵심지

 

우리는 기차역에서 시내 중심부로 이어지는 거리를 따라 걸었던 것이다. 하여튼 우리 팀은 하는 일이 너무 잘 된다. 시내 핵심관광지 부근 골목에서 마음에 드는 호텔을 기어이 찾아냈다.

 

 

파샤베이 호텔이다. 발음이 정확한지 모르겠다. 외관이 깨끗한것 만큼이나 종업원도 친절했고 내부도 좋았다.

 

 

우리 일행이 네명인데 호텔측에서는 방을 세개나 주겠다고 했다. 물론 교섭과정에서 생긴 약간의 오해도 있었겠지만 더블 베드방 1칸, 트윈 베드방 1칸, 싱글 베드방 1칸, 이렇게 모두 방 3개를 250리라에 계약했던 것이다. 일인당 3만7500원인 셈이다.

 

 

내가 팀 리더라고 해서 일행은 나에게 더블베드방을 쓰라고 했다. 팀장으로서 별로 한 일도 없는데 엄청 호사를 하게 생겼다.

 

 

이 기회에 터키 호텔방 구경이나 해보자.

 

 

이 정도면 고급이다.

 

 

잠깐! 세면대를 장식한 이 돌은 대리석이 아니라 화강암같다. 

 

 

샤워 부스!

 

 

어쩌다가 욕실만 찍은 것 같다.

 

 

이제 침대가 등장했다. 내 큰 배낭과 작은 가방, 그리고 신발!

 

 

오늘밤은 더블베드 위를 혼자서 딩굴딩굴하게 생겼다.

 

 

일단 사과차부터 한잔 끓여서 마셔볼까?

 

 

저녁은 같이 모여서 터키 비빔라면과 보라색 포도와 케밥으로 먹었다. 방안에서 끓여먹었던 것이다. 엄청 푸짐한 저녁이었다. 

 

 

일기를 쓰고나니까 10시 17분이 되었다. 나는 차 한잔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 디브리에서 시바스로.......   멋진 하루였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