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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디브리를 떠나기도 쉽지 않았다 2

by 깜쌤 2016. 3. 17.

 

기차역에 도착한게 오후 2시 50분이었다. 일단 표부터 구했다. 표를 사는데 여권이 필요했다. 터키도 기차표 실명제인가보다. 어쩌면 테러때문일지도 모른다. 

 

 

기차는 오후 4시 반 출발이다. 그렇다면 한시간 반이라는 귀중한 시간여유가 생겼다. 나는 슬슬 욕심이 생겼다. 

 

 

오전에 성채 뒤의 자미부근에서 내려다본 골짜기를 직접 걸어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던 것이다.

 

 

물은 어느 정도로 맑은지, 어떤 물고기가 사는지, 어떤 식물이 자라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골짜기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한 뒤 같이 가자고 권해보았지만 모두들 더위에 지친 탓인지 선뜻 따라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면 혼자 가야한다. 거리상으로 보아 갔다가 오는데 한시간 정도 걸릴 것이다.

 

 

나는 혼자서 출발했다. 기차역 구내를 벗어나서 도로를 따라 가기로 했다. 왼쪽 앞으로 성채와 산이 보인다. 목표는 그 너머 골짜기다.

 

 

슬슬 걸었더니 순식간에 기차역이 저만큼 멀리 떨어져 보였다.

 

 

나는 이런 호기심때문에 여행을 다닌다. 어디든지 가보고 싶고 무엇이든지 살펴보고 싶고 궁금한 것에 대해서는 꼭 자세히 알아보고싶다.

 

 

두르! 건널목이겠지. 나는 건널목을 건너 개울쪽으로 향했다. 사실 기차역 맞은편이 개울이어서 기차역구내를 횡단해서 개울로 가고 싶었지만 그런 위험한 행동은 일부러 피하기로 했다. 

 

 

오른쪽을 보았더니 짧은 터널이 보였다. 나는 영동선의 승부역 인근을 생각했다. 어딘가 닮아도 많이 닮은듯하기 때문이다. 사실 승부역은 초등학교 입학전에 잠시 살아본 기억만을 가지고 있다. 그 후로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다.

 

 

레미콘 공장인가보다. 페이로더가 작업을 하는 동안 흙먼지가 마구 솟아올랐다.

 

 

이제 개울이 보인다. 바로 앞이다. 건널목을 건너고나자 곧 나타났다.

 

 

사방 풍경은 극도로 황량하지만 물기가 묻어있는 개울 양쪽은 푸르름이 가득하다.

 

 

개울가로 길이 있었다. 나는 버드나무가 간신히 그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철교가 보였다. 터널을 지나면 곧바로 철교가 나타나는 것도 승부역 부근과 닮았다.

 

 

철교밑으로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강변으로 면한 한쪽 절벽은 쓰레기장으로 쓰는가보다.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덤프트럭 한대가 절벽 위에서 쓰레기를 버리고 있었다.

 

 

비탈에 쓰레기를 버리는 이 못된 짓은 어디에서 배운 것일까?

 

 

쓰레기 무게에 못이긴 바위들이 비탈에서 굴러떨어지고 있었다. 참 어리석은 인간들이다. 이들은 아직 쓰레기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강을 쓰레기 처리장으로 사용하는 인간들이 있다는게 안타까울 뿐이다.하기사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까지만 해도 그런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어쩌면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위에서 볼땐 얼마나 근사하고 멋있었던가?

 

 

비탈은 바위덩어리 그 자체였다. 바위도 화강암같은 바위들이나 아름답지 여기처럼 온통 삐죽삐죽하고 날카로운 돌덩어리들이 수북한 이런 산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맞은편 비탈을 따라 철로가 이어지고 있었다.

 

 

물속을 살폈지만 물고기가 보이지 않았다.

 

 

개울속의 돌멩이들은 적갈색 물이끼로 덮여있었다.

 

 

물기가 묻어있는 양쪽으로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산비탈에는 풀한포기 보이지 않았다.

 

 

나는 하류쪽으로 더 내려가보았다. 왼쪽 절벽위에 자미가 있다.

 

 

개울물은 저 앞에서 S자 모양으로 휘감아 돌아흐를 것이다.

 

 

우리나라 개울가에서도 볼 수 있는 갯식물이 바닥을 기며 뻗어가고 있었다.

 

 

개울바닥은 자갈 투성이였다.

 

 

거기를 삶의 터전으로 여기고 모진 생명을 이어가는 식물들의 강인함이라니.....

 

 

산그늘이 지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이젠 돌아갈 시간이다.

 

 

더 머뭇거리면 기차를 놓칠지도 모른다.

 

 

나는 왔던 길을 되짚어 걸었다.

 

 

이 정도만 봐도 됐다. 호기심은 반쯤 충족된 셈이다.

 

 

기차가 지나가면 좋으련만....

 

 

여성들은 이런 골짜기에 혼자 가면 안된다. 터키는 여성들의 인권사각지대인 이슬람국가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골짜기를 따라 철길이 지나가고 있었다.

 

 

아까 지나왔던 철교밑을 다시 통과한다.

 

 

교각 부근에서 모래를 조금 보았다. 귀한 장면이다.

 

 

하늘이 너무 파랬다.

 

 

다시 건널목을 지난다. 터키 철도는 거의가 전철인가보다. 

 

 

저만치 기차역이 보인다. 침목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단정히 쌓아놓을 줄은 모르는가보다.

 

 

나무 한그루 없는 산비탈을 따라 구름 그림자가 미끄러져가고 있었다.

 

 

나는 다시 기차역 앞까지 왔다.

 

 

뒤돌아보았더니 오늘 아침에 갔던 성채가 저멀리 산비탈에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이스타시욘이라면 기차역을 의미하는 낱말일 것이다.

 

 

직원 숙소옆에 접시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색깔이 한없이 선명했다.

 

 

플랫폼에는 기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행들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확인해보았더니 플랫폼에 기다리고 있는 이 열차가 시바스로 간단다. 우리는 배낭을 들쳐메고 기차에 올랐다. 기차는 정시에 출발했다. 이제 디브리를 떠나는 것이다. 디브리여! 안녕!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