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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디브리를 떠나기도 쉽지 않았다 1

by 깜쌤 2016. 3. 15.

아름다운 조각으로 가득찬 울루 자미를 세밀하게 살펴보았으니 이젠 다음 행선지로 이동할 차례다.

 

 

노란색 택시 한 대가 울루 자미에서 나오는 우리 팀 멤버들 옆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나는 택시에 신경쓰지 않고 부근 경치를 살폈다. 비탈을 이용하여 지은 집의 구조가 절묘하다.

 

 

택시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운전기사가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는 무슨 일인지도 몰랐는데 일행이 말하기를 어제 밤에 우리를 태워준 운전기사라기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렇다. 여긴 시골이어서 서로 다 아는 안면이기에 얼굴 붉힐 일은 못하는 곳이다.   

 

 

그도 젊었을땐 미남이었겠다.

"할(Hal) 택시회사의 운전기사 양반! 돈 많이 버시기를 바라오."

 

 

길가에 있는 이 집은 2층부터 빨리 손봐야겠다. 

 

 

마을 중심부를 지나는 도로가의 집들은 번듯했지만 비탈에 자리잡은 집들은 많이들 낡았다.

 

 

포도넝쿨이 감아올라가서 지붕을 덮어가는 집이 있었다. 포도잎을 요리해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터키에서 처음 알았다.

 

 

터키 중부와 남부는 가난이 묻어있는 지역이란다. 중부 내륙지방의 황량함이 이미 이 곳의 경제력을 증명해주고 있다. 

 

 

이 궁핍한 시골에 세계문화유산 하나 박혀있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이곳까지 찾아들 이유가 없었다. 문화재 한점, 유적지 하나가 얼마나 큰 가치를 갖는지 모른다면 너무 어리석고 불쌍한 일이다.

 

 

샛노랗게 벽을 칠한 집이 있었다. 샛노랑색이 주는 아름다움은 나중에 시바스(=시와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시멘트 담장 안에 널린 빨래를 보노라니 우리나라 시골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이런 시골 구경을 참 좋아한다.

 

 

시골구경과 시장구경이야말로 여행의 백미라고 여기는 사람이기에 시골풍경을 세밀하게 살피는 것이다. 

 

 

디브리를 대표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울루 자미와 병원이다. 광고판에 그게 올라와 있었다.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시바스다. 우리는 일단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짐을 꾸려 체크아웃을 한 뒤 버스터미널에 가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시바스는 이 부근에서 제일 큰 도시다. 시바스를 구경한 다음에는 카파도키아로 갈 생각이었다. 울루 자미와 병원을 뒤로 남겨두고 우리는 디브리 마을의 중심부를 향해 걸어내려갔다.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상가 부근이 마을의 중심일 것이다. 광장 한복판에 분수대가 보였다.

 

 

바싹 마른 대지로 둘러싸인 디브리에 이런 분수대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아직도 공사중인가보다. 싸구려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나마 주변풍경과 색상의 조화를 이루었다는 사실은 인정해주고 싶었다.

 

 

광장 진입로에도 가게들이 자리잡았다.

 

 

아마 예전에는 이 도로가 마을을 관통하고 있었으리라. 최근에 마을을 우회하는 4차선 도로가 생겼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골목은 박석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시골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구멍가게들이 골목 군데군데 박혀있었다.

 

 

함석으로 만든 온갖 생필품을 파는 가게이리라.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는 함석가게에서 물뿌리개도 만들어팔았고 양동이도 만들어팔았다.  

 

 

동네 꼬맹이들이 코묻은 십원짜리 지폐를 들고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구멍가게 비슷한 가게도 보였다. 

 

 

나는 잃어버린 과거를 되찾은듯한 느낌을 받았다.

 

 

시골동네의 골목에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진 추억을 찾을 수 있어서 좋았다. 

 

 

과일도 판다. 수박장사는 더울수록 잘될 것이다. 오늘도 어쩌면 엄청 더워질 것이다.

 

 

작은 공터를 활용하여 만든 꽃밭에서 금잔화와 백일홍을 만났다.

 

 

골목구경을 찬찬히 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것 같았기에 발걸음을 빨리했다.

 

 

골목을 걸으며 호텔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다시 급해졌다. 

 

 

낮 12시가 체크아웃 타임인데 우리는 그 전에 돌아왔다.

 

 

배낭을 둘러메고 서둘러 호텔을 빠져나왔다.

 

 

우리는 다시 마을을 향해 걸었다. 이번에는 마을 안길을 따라 걷는 것이 아니고 바깥으로 우회하는 도로를 따라 걸었다.

 

 

시외버스 터미널이 큰 도로 부근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도 하맘이 있었다. 목욕탕말이다.

 

 

터키식 목욕탕에 해당하는 하맘의 지붕은 거의 예외없이 둥근것 같았다.

 

 

오토가르, 즉 버스터미널은 4차선 도로가에 있었다. 디브리 나자르 버스 회사 사무실에 가서 알아보았더니 12시에 시바스로 가는 버스가 있긴 있었다. 터키는 버스 회사마다 각각 사무실을 따로따로 운영하는 체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12시에 출발하는 버스에 좌석 여분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버스는 있으나 마나다. 빈자리가 없으면 버스를 탈 수 없다는 것은 상식 아니던가? 우리는 4명으로 이루어진 팀이니 좌석이 하나만 부족해도 탈 수가 없다. 어쩐다?

 

 

나는 잠시 벤치에 앉아 쉬면서 고민했다. 팀 리더는 이럴 때 가장 힘들어진다. 내가 내리는 결정에 따라 우리 멤버들이 고생을 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가 걸린 것이기 때문에 신중해져야 한다. 멤버들은 나를 믿고 여행을 따라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디브리 기차역에 가보기로 했다. 디브리에서 시바스로 가는 기차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기차역에 가서 알아보기로 했다. 미남 ㄱ사장을 데리고 같이 가기로 했다. 아까 구경했던 마을에 들어가서 택시를 탔다. 요금은 8리라다. 

 

 

기차역에 가니 역무원이 보이지 않았다. 매표소 문은 닫혀있고 근무복을 입은 사람이 한명도 보이지 않으니 난감했다. 

 

 

기차역 바로 옆에 있는 매점에 가서 말을 걸어보았다. 매점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청년이 영어를 조금 이해했다.

 

 

간신히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시바스로 가는 기차는 오후 4시 반에 있고 차표를 사려면 오후 3시까지 오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때쯤 되면 역무원이 온다는 것이다. 그정도만 알면 다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다시 오토가르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한 이십여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가는 길에 마을에 들러 점심을 사갈 생각이었다. 

 

 

기차역 구내는 제법 컸다. 기차역 시설을 구경해가며 걸었다. 걸어가다가 마을에 들어가서 되네르 케밥을 샀다. 작은 케밥가게인데도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맛집인가보다. 되네르 케밥 4개를 사고 구멍가게에 가서 콜라 큰것으로 한병을 샀다. 케밥 한개에 6리라였다. 

 

  

멤버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일단 오토가르 벤치에 앉아서 되네르 케밥 한개씩을 먹으면서 점심을 해결했다.

 

 

괜히 미안했다. 아침에 진작 버스 상황을 살펴놓았더라면 이런 고생을 안해도 되었으리라.

 

 

점심을 먹었으니 이젠 기차역으로 가야하지만 조금만 더 쉬었다가 가기로 했다. 모두들 노곤한가보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버스터미널에서 기차역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택시를 타면 좋겠지만 시간이 많으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이제 여기를 떠나면 평생에 다시 올 일은 없으리라. 나는 오토가르 부근의 풍경을 살펴보았다. 오토가르 부근은 버려놓은 폐차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있는듯 했다. 

 

 

햇살이 따가웠다. 배낭을 메고 앞장서서 걸었다.

 

 

오토가르에는 메트로회사 사무실도 있었지만 영업을 접은듯 했다.

 

 

주차장에 있던 초대형 벤츠트럭이 우리 앞을 지나서 도로로 진입했다. 

 

 

디브리 오토가르여! 안녕!

 

 

뜨거운 햇살아래 배낭을 메고 한참을 걸어 디브리 기차역 구내에 들어갔다.

 

 

 디브리에 터키국영철도의 기관차사무소가 있는 모양이다.

 

 

도로에서 본 디브리 기차역은 단정했다.

 

 

역 바로 뒤에 있는 건널목을 건넜다.

 

 

우리가 하룻밤을 묵었던 호텔도 보였고 성채도 보였다. 오전에 올라갔던 봉우리 꼭대기의 자미도 보인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