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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6 중국-대륙의 오지:중경,귀주,광서(完)

준의회의회지(준의회의구지) 1

by 깜쌤 2016. 3. 16.

2016년 1월 10일 일요일이다. 벌써 중국에 흘러들어온지 5일째다. 시간이 너무 잘간다. 아침에 일어나니 실내온도가 18도였다. 지난 밤에는 추위를 느꼈기에 침낭을 꺼내 침대위에 깔고 잤었다. 나는 추위에 정말 약하다. 약해도 너무 약하다.

 

 

2층 식당에 가서 아침을 먹었다. 호텔비에 포함되어 있으니 가서 먹기만 하면 되는데 종업원들이 환한 표정으로 맞아주었다. 어제 저녁을 여기에서 먹었으니 그들도 우리 얼굴을 알아보는 것이리라. 

 

 

뷔페식으로 차려놓았으므로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가져와서 먹으면 된다. 나는 흰빵과 몇가지 반찬, 그리고 국수를 먹기로 했다.

 

 

하루 세끼를 국수로 떼워도 아무 소리 안할만큼 나는 국수를 좋아한다. 단순히 좋아하는 것 그 이상이다. 언제 시간이 된다면 자전거를 가지고 대한민국을 한바퀴 돌며 국수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다. 

 

 

 9시에 호텔을 나섰다. 오늘 목적지는 준의회의 구지(舊地)다. 준의에서 회의를 열었던 옛터를 찾아간다는 말이다. 준의회의라고 하면 처음 듣는 낱말이라며 고개를 갸우뚱하실 분들도 있을 수 있다. 미리 이야기하면 엄청 길어지므로 사진을 보며 천천히 알아가기로 하자. 준의시 공안국 앞을 지났다.

 

 

 

준의는 중국에서도 가장 가난하고 낙후된 귀주성에 있는 산골도시다. 그러니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지도를 클릭하면 조금 크게 뜰 것이다. 제일 아래쪽에 있는 빨간색 점이 충장기차참(충장 시외버스 터미널)이다. 

 

우리는 위로 이어지는 노란색 선을 따라 걷는 것이다. 큰 도로를 따라 걷는 것이므로 누구나 쉽게 준의회의구지를 찾아갈 수 있다. 두번째 점이 준의회의구지이고 세번째 점은 홍군가(紅軍街)와 열사릉을 의미한다.

 

나중에 우리는 네번째점이 있는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준의 시내를 살핀뒤 강을 따라 걸어서 돌아왔었다. 바이두 지도를 가지고 거리를 알아보았더니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준의회의구지까지는 6.8킬로미터라고 하기에 걷기로 했다. 그정도면 하루 일정으로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도로 오른쪽으로는 대형건물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시청같다. 시행정부라면 시청이 아닐까 싶었다. 용어상의 차이이긴 하지만 어쩌면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준의는 길쭉한 도시였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인 도시다.

 

 

아까부터 산이 많다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게 귀주성의 특징이다. 산이 많다는 말은 골이 많다는 것이고 골이 많다는 것은 이웃마을과 도시로 가는 것이 힘들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길래 귀주성에는 소수민족이 많이 살았다. 사진에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건물 위는 도로다.

 

 

귀주는 중국정부에서 특별대접을 받는 도시다. 중국을 통치하는 중국공산당의 지도자로 올라섰던 모택동이 준의에서 공산당 지도자로서 기사회생했기 때문이다. 깊은 산골에 자리잡은 도시치고는 고층건물이 많았다. 

 

 

다리를 건넜다. 이제 본격적인 준의시가지로 들어선다. 강변에 놀이터가 보였다. 저런 곳에는 반드시 화장실이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미리 파악해둔 화장실 덕분에 한숨을 돌리게 된다.

 

 

준의는 중국 공산당 혁명사에서 매우 귀중한 역할을 했던 도시다. 특히 모택동에게 그랬다.

 

 

확실히 중국의 모든 도시들은 최근들어 환골탈태하는 중이다.

 

 

강에 거린 다리를 지나 조금 더 걸어갔더니 도로를 만들기 위해 언덕을 깎아낸 절개지에 새긴 대형 부조작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맞은편에서 봐도 등장인물들은 단번에 홍군(紅軍)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홍군! 중국 근대사에서 홍군을 모르면 역사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구소련의 소설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써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은 <닥터 지바고>다. 닥터 지바고에는 적군(赤軍)과 백군(白軍)이라는 군대가 나온다. 중국 근대사에는 홍군이 등장한다. 

 

홍군 : 중국 공산당이 혁명을 위해 조직한 군대. 붉은 색 깃발을 상징색으로 썼다. 

적군 : 러시아 공산당이 공산혁명을 위해 조직한 군대. 빨간색 깃발을 사용했다. 

백군 : 제정 러시아에서 공산당의 적군에 대항하여 싸운 군대. 경우에 따라서는 중국역사에서 장개석이 이끌었던 국민당 군대를 칭하기도 한다.

 

 

거리는 상당히 깨끗했다. 나는 이 거리에서 준의시민들의 자부심같은 것을 느꼈다. 

 

 

오늘날의 중국이 있게한 원동력은 준의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준의에서 있었길래 아까부터 그런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인지 궁금하더라도 조금만 더 참기로 하자. 

 

 

시가지는 상당히 번화했다. 이정표에 준의회의구지(=준의회의회지)로 가는 방향이 표시되어 있었다. 이 부근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된다고 하는데......

 

 

풍락소학교까지 왔으니 이제 조금만 더 가서 방향을 틀면 될 것이다. 이 초등학교에는 바둑학교가 있는게 아닐까싶기도 하다. 

 

 

 소학교 부근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더니 터널이 나왔다. 나중에 보니 터널 속으로 인도가 연결되어 있었다.

 

 

우리는 신속하게 터널을 통과했다. 천천히 걸으면 매연을 더 많이 마실 수밖에 없었으므로 걸음을 빨리했다.

 

 

터널을 통과해서 조금 더 걸었더니 마침내 준의회의구지(=준의회의회지) 안내판이 보였다. 이 부근 어디일 것이다.

 

 

시가지 정비가 아주 잘 되어 있었다. 중국 공산당혁명의 성지 가운데 하나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도에는 준의회의구지로 되어있었지만 현장에 와보니 준의회의회지(遵義會議會地)로 되어있었다. 현판의 글씨는 누가봐도 모택동의 글씨다. 출구가 여기라면 입구는 부근 어디엔가 있을 것이다.

 

 

나는 조심스레 부근을 살폈다.

 

 

자세히 둘러보기 위해 몇걸음 뒤로 물러나서 도로 맞은편에 가보았다.

 

 

입구는 근처에 있었다. 들어가기 위해서는 문표가 필요한 모양이다.

 

 

문표를 내어주는 곳은 따로 있었다. 입장료는 없되 대신 신분증을 제시해야하는 모양이다. 표를 내어주는 직원은 영어를 못알아들어서 그랬는지 그냥 들어가라고 했다. 입구에서도 우리가 외국인인 것을 알고는 그냥 들여보내주었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들어가라니까 그냥 들어간 것까지는 좋았다.

 

 

안으로 들어서니 눈앞에 너른 광장이 펼쳐졌다.

 

 

광장왼쪽에는 모택동의 글씨가 새겨진 거대한 게시판이 보였다. 안가볼 수 없다.

 

 

모택동의 글씨다. 호방하다. 그러면서 유려하다.

 

 

내용은 어쩌면 장정시(長征時)일 것이다. 민산천리설(岷山千里雪)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을 보니 틀림없다.

 

紅軍不怕遠征難    [홍군불파원정난] 
萬水千山只等閒    [만수천산지등한] 
五嶺逶迤騰細浪    [오령위이등세랑] 

烏蒙磅礡走泥丸    [오몽방박주니환] 
金沙水拍雲崖暖    [금사수박운애난] 
大渡橋橫鐵索寒    [대도교횡철색한] 
更喜岷山千里雪    [경희민산천리설] 
三軍過後盡開顔    [삼군과후진개안] 

 

 

시 속에는 금사수, 대도교, 민산 같은 지명들이 등장한다. 너무나 유명한 곳들이다. 아래 사진을 보자. 장정시의 앞부분을 볼 수 있다.

 

 

글씨도 그렇고 시의 내용도 그렇다. 호방함! 통쾌함! 뭐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는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사나이만이 읊을 수 있는 그런 시일 것이다.

 

 

 언제까지 장정시만 붙들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제 준의회의회지 기념관 안으로 들어가봐야할 차례다. 나는 다시 한번 더 주위를 살폈다.

 

 

기념관이 내 앞에 어마어마한 크기로 다가왔다.

 

 

나는 뒤를 돌아다보았다. 나는 저 앞 입구에서부터 여기까지 사방을 살펴보며 걸어온 것이다.

 

 

이제 안으로 들어갈 차례다.

 

 

기념관 안에는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점점 더 궁금해졌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