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16 중국-대륙의 오지:중경,귀주,광서(完)

절벽에 기댄 명승지 - 홍애동 1

by 깜쌤 2016. 2. 26.

 

가릉강에 걸린 황화원대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곳에 온 보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리 몸통 속을 헤치고 기차가 지나갔다.

 

 

가릉강변을 따라 좌우로 펼쳐진 고층빌딩군이 약진하는 중국경제의 표상을 대표하는 것 같았다. 

 

 

나는 도로에서 밑으로 내려가보기로 했다. 도대체 여기는 어떻게해서 만들어진 곳일까? 시설은 모두 현대적인데 역사는 깊은 곳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이게 가능한 것일까?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걸어내려가도 되고 에스컬레이터를 타도 된다.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대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서 내려갔다. 어라? 이런 곳에 일본 요리점이 있다니.......

 

 

재미있는 현상이긴 하지만 이러니 중국이나 우리나라를 두고 웃기는 나라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나중에 호남성 봉황고성에서 재미있는 가게를 하나 보았는데 그 가게 벽에 '일본인 출입금지'라는 표시판이 붙어있었다. 

 

 

갑자기 내 앞에 어마어마한 덩치를 가진 거한이 불쑥 나타났다. 나는 처음에 도깨비인줄 알았다. 짐작컨데 그는 쇼에 등장하기 위해 준비중이거나 신기한 복장으로 가게에서 손님을 모으는 그런 사내같았다. 검은 옷에 수염을 붙인 그의 차림은 사람들의 시선을 충분히 잡아챌 수 있을 것 같다. 

 

 

한층 밑으로 내려왔더니 해적선이 공중에 떠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상가들이 줄지어 있었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가 마련되어 있었다. 나는 위에서 봐둔 커피점을 찾아갔다.

 

 

일리(Illy)커피점이다. 중국에서 몇번 가본적이 있는 브랜드 가게여서 별 거부감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내부장식도 고급스러웠는데 무엇보다 위치가 일품이었다. 홍애동 절벽곁에 바짝 붙어있으니 누가봐도 명당이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아메리카노 한잔 가격이 58유안이었으니 우리돈으로 계산해도 10,500원짜리 커피다. 어지간한 호텔의 커피숍 가격이 아니던가? 품질은 그런대로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중국에서 아메리카노 커피 마시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다. 이번 중국여행에서 가장 비싼 커피를 홍애동에서 마신 셈이었지만 여행에서 이런 순간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겠는가 싶기도 하다.

 

 

수 천 년간 차를 마셔왔던 중국인들이 커피에 맛을 들인다는 것은 놀라운 변화다. 커피가게가 제법 많아져서 중국에서 커피 마시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것은 곧 중국인들의 입맛이 변해가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어느덧 강변에 어둠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더 컴컴해지기 전에 강변의 도로바닥까지 내려가서 홍애동의 전체모습을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가게를 나왔다. 그리고는 아래로 내려가는 통로를 찾아보았다.

 

 

절벽이 바짝 붙여지은 상가여서 그런지 통로찾기가 그리 수월하지는 않았다. 걸어서 내려가는 것은 포기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일변한다.

 

 

그동안 중국을 여행하며 느낀 사실인데 중국인들의 조명기술은 우리보다 한 수 위라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내가 사는 경주시의 유적지를 밝히는 조명기술을 보며 어찌 이렇게밖에 못하는가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강변으로 이어지는 도로바닥까지 내려왔다.

 

 

이제는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아야 한다.

 

 

절벽위에는 고층 빌딩들이 가득하고 밑에는 새로 지은 중국 전통 가옥들이 상가로 변신해있는 그런 형상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곳이 만들어진 것일까?

 

 

홍애동은 이름 그대로 절벽에 동굴이 있었던 곳이다. 동굴이 있었다는 말은 옛날에 인간이 거주했다는 말이다. 뒤는 절벽이고 앞은 맑은 물이 흐르는 강물이니 이동하기 좋고 거주하기 좋고 방어하기 편하다는 말이다. 

 

 

예전에는 이 절벽에 폭포까지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식수문제도 저절로 해결된다. 고대인들이 어찌 이런 명당을 놓칠 수 있으랴?

 

 

파촉(巴蜀)이라는 말은 우리가 흔히 들어보았으리라. 중경이 옛적 파국(巴國)의 중심지였단다. 그렇다면 이제 대강 짐작이 된다.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았던 사람들은 파유문화(巴渝文化)를 이루었다고 한다. 파(巴)는 지명을 의미하고 유(渝) 가릉강을 유수라고 부른데서 파유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처음에 여기 살았던 사람들은 묘족이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던데.....

 

 

渝라는 글자는 두가지로 읽을 수 있는 글자다. 하나는 달라진다는 의미를 가진 이고 하나는 역시 같은 의미를 가진 로 읽을 수 있다.

 

 

절벽이나 비탈진 경사면을 의지하여 굵은 통나무로 아래를 받치고 지은 집은 조각루(혹은 적각루 吊脚楼 / 조상할 조, 이를 적, 다리 각, 다락 루)라고 한다. 사실 이것도 조각루라고 읽어야할지 아니면 적각루라고 읽어야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았는데 나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꽤나 많았는지 어떤 이는 조각루로, 어떤 이는 적각루로 표기를 해두었다. 물론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고 그냥 읽어댄 사람도 많았다.

 

吊脚楼를 가지고 중국인들의 발음을 표기한 사전을 검색해보았더니 [diàojiǎolóu]로 해두었다. 디아오라는 발음이 로 읽은 것인지 으로 읽은 것인지 구별할 길이 없다. 그게 뭐 그리 중요한 것이길래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느냐는 식으로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글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사람을 나타내는 것이기에 나로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내가 실수로라도 이 블로그를 통해 엉터리같은 정보를 제공한다면 인터넷 속에는 가치없는 쓰레기 정보만 가득해지고 말 것이니 내가 쓴 글이 무슨 의미를 가지겠는가?

 

 

  

吊라는 글자는 두가지 소리로 읽을 수 있다. 하나는 '조상할' 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이다. 조라는 글자는 원래 매단다는 뜻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이 글에서는 일단 조각루라고 읽어두기로 하겠다. 혹시 한자에 밝은 분이 계시면 한 수 가르쳐 주시기 바란다. 

 

 

홍애동은 묘족의 건축양식인 조각루 건물이 있었던 곳이다. 조각루 건물은 수상가옥이라는 이미도 있다고 한다. 옛날 사람들이 가릉강 가에 건물을 만들었으니 통나무로 건물 아래를 받치고 수상가옥 식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건물 양식은 나중에 봉황고성에서 실컷 보게 된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미리 하나를 소개해드린다.

 

 

 

 

 

                         <호남성 봉황고성 타강 강변의 조각루 양식의 고대 건물>

 

 

 

 

강변에 세워진 건물을 받치는 기둥들을 유의해서 보기 바란다.

 

 

 

 

 

강변에는 도로가 지나가고 있다. 나는 도로를 건너서 강변에 만들어둔 난간 곁으로 다가가서 밤풍경을 살폈다.

 

 

비안개인지 저녁안개인지 구별은 안되지만 안개속으로 드러나는 풍경하나는 엄청 몽환적이다.

 

 

강변에는 분위기있는 야외카페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런 데서 마시는 커피 한잔도 멋스럽겠지만 지금은 그럴 처지가 아니었다. 

 

 

비가 슬슬 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옛날 여기에는 부두가 있었단다. 상업의 요충지였다면 사람들은 절벽을 오르내렸다는 말이고 절벽에 기대어 집을 누각처럼 지어 올렸다는 말이 된다. 집위에 또 집을 짓는 그런 형식이 되었을거다.

 

 

절벽을 의지하여 제비집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던 옛집들을 헐어내고 현대식으로 새로 지은 것이 지금 우리가 보는 홍애동이다.

 

 

나는 홍애동을 마주보고 흐르는 가릉강변에서 강을 가로지른 황화원대교와 그 너머로 펼쳐진 시가지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홍애동! 과연 중경의 명소라 부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