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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터키 동부 기차여행 - 카르스에서 디브리까지 4

by 깜쌤 2016. 2. 29.

 

잠시 황량해졌던 경치가 다시 평탄한 고원지대 풍광으로 바뀌면서 풍요로움이 넘치기 시작했다.

 

 

아마 칸딜리(어쩌면 칸들르로 발음할지도 모르겠다)기차역이었으리라. 애기를 안은 부부가 내렸다. 나는 그 부부가 어디로 가는지를 살폈다.

 

 

그들 부부는 건너편에 보이는 건너가더니 곧장 길가 시골집으로 들어갔다. 시어머니였을까? 아니면 장모였을까? 반갑게 맞이해주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장모님 생각, 아내 생각에다가 어머니 생각까지 겹쳤기 때문이리라. 

 

 

칸딜리 역을 지나갔다. 그때가 오후 1시 33분경이었다. 우리가 목적지로 삼고있는 디브리는 아직도 몇시간을 더 가야 도착할지 모르겠다.

 

 

흉터로 변한 마을이 나타났다. 아마 집단 이주를 했으리라. 옹기종기 모여들어 피붙이끼리 비비고 부벼가며 살던 사람살이 옛 터전은 폐허가 되어 남았다. 왜 그랬을까?

 

 

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는 자갈이 깔린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아쉬칼레역이다. 붉은 빛이 도는 갈색 지붕위로 파란 하늘을 배경삼아 흰구름이 마구 피어오르고 있었다. 평화롭고 안온한 분위기였다.

 

 

1시 51분이었다. 우리 주위에 앉아있었던 엄마와 아들이 여기서 내렸다. 아들의 얼굴 윤곽이 아주 또렸했다. 그대로만 크면 알랑 들롱을 닮은 미남이 될 것 같았다. 기차가 플랫폼에 도착하고 난 뒤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역대합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앙카라를 출발해서 카르스로 향하는 도우 익스프레스호 열차가 우리를 스쳐 지나갔다. 같은 이름을 가진 열차가 여기서 교행하는가보다. 출발한지 얼마 안되어 거대한 석탄저장고가 지나갔다.

 

 

기차는 계속 서쪽으로 달려나간다. 목동 둘이 양떼를 몰고 언덕비탈을 내려오고 있었다.

 

 

식당칸에 갔던 사람들이 돌아왔기에 이번에는 내가 식당칸으로 갔다. 점심을 먹어야했기 때문이다.

 

 

식당칸은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조용한데다가 창문조차 크고 넓어서 그런지 한결 시야가 트인 느낌이 들었다. 

 

 

미남 ㄱ사장이 나를 맞아주었다. 벌써 두시가 넘었다. 나는 타욱 비프텍(Tavuk Biftek)이라는 이름을 가진 음식을 주문했다. 비프텍이라는 이름에서 비프 스테이크를 연상하면서 말이다. 그랬더니 스프를 먼저 가져왔다.  

 

 

그 다음은 당연히 빵이 올것이다. 그렇다. 빵이 왔다. 나는 빵을 스프에 찍어먹었다.

그렇게 먹는 것이 맞는 방법인지 틀린 방법인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여행자들의 실수는 어떻게해도 용납되는 법이니까 맛있게 먹어주기만 하면 된다. 

 

 

덜컹거리며 달리던 기차는 침목 저장창고 앞을 지나고 있었다. 옛날 우리나라 기차역 모습과 닮은 구석도 제법 있었다. 

 

 

카라수역을 지난다. 터키 중부의 고원지대에는 기차역이 띄엄띄엄 자라잡았다. 내가 어렸을땐 기차역과 기차역 사이의 평균거리가 6킬로미터에서 8킬로미터 정도였는데......

 

 

카라수 안녕!  이윽고 메인 음식이 나왔다.

 

 

쌀밥과 구운 양고기와 구운 고추, 그리고 토마토 몇조각이다. 쌀밥은 기름에 살짝 볶은것 같았다.

 

 

나는 고급식당에 온것 같은 착각속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왼쪽으로 햇살이 스며들고 있었다. 

 

 

 음식을 즐기고 있는 동안에 에르바쉬역을 스쳐간다.

 

 

이젠 계곡을 따라 간다. 계곡으로는 카라수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강이 따라흐르고 있었다. 바깥으로 펼쳐지는 경치가 점점 메마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식사를 끝냈으니 이젠 커피라도 한잔 마셔주어야했다. 터키 열차를 타고 식당칸에서 네스카페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앉아있으니 마치 내가 무슨 부호라도 된듯한 느낌이 든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었지만 메뉴에 없었다.

 

 

어쩌다가 호수가 지나가기도 했다.

 

 

산에는 나무 한그루 자라지 않는다. 황량함의 극치같지만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필땐 색상이 찬란해질 것이다.

 

 

식사를 끝내고 커피까지 한잔 하고 나니 3시가 가까웠다. 식비용은 18리라다. 요리 한 가지와 커피 한 잔, 그리고 수프까지 포함한 가격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7,600원정도 될 것이다.

 

 

식사를 다 끝냈다고 벌떡 일어나서 나갈 일은 아니었다. 식당칸 안에 워낙 손님이 없어서 종업원들도 한가한데다가 조용했기에 분위기를 즐길 필요가 있었다. 

 

 

나는 차창밖으로 다가왔다가 사라져가는 시골풍경을 눈으로 즐기기만 하면 되었다.

 

 

차드르카야!  3시경에 도착해서 이내 출발했던 역이다. 나는 이런 시골스러운 한적함이 좋다.

 

 

나는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확인해보았더니 아무래도 저녁 8시가 되어야만 기차가 목적지에 도착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시간이 되면 밤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호텔 구하기가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식당칸 앞쪽 좌석에서 식사를 하던 백인 커플이 일어나서 자기들 좌석으로 돌아가려는 모양이다.

 

 

안뜻 본 이정표에 의하면 에르진찬까지 아직도 90킬로미터나 남았다. 에르진찬까지 그 정도라면 디브리에는 언제쯤 도착하게 되는 것일까? 도착 예정 시간을 모르는게 아니다. 하지만 기차가 처음부터 늦게 출발했다는게 문제였다. 기차는 이제 메르찬을 지나고 있었다.  

 

 

강에 걸린 다리가 보였다. 모르긴 몰라도 이 부근을 흐르는 강은 유프라테스강의 상류일 가능성이 높다.

 

 

유프라테스! 그 강의 상류를 처음 본 것은 2004년의 일이다. 상류는 보았다쳐도 아직 하류를 보지못했으니 버킷리스트 하나는 언제 완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식당칸을 떠나기전에 종업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주 호의적이고 친절했던 분들이었다. 까만 표지를 가진 공책은 내가 사용하는 일기장이다. 

 

 

나는 배낭여행을 할 때마다 여행일기를 썼다. 그런 공책이 서재에 가지런히 정돈되어 꽂혀있다. 내가 이런 여행기를 쓸 수 있는 것은 디지털 카메라와 일기장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물 흐름이 제법 커지고 있었다.   

 

 

나와 함께 팀을 이루어 여행을 다닌 사람들이 많았지만 세밀하게 기록을 남기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나는 그게 안타까울 때가 많다.

 

 

기차는 서쪽으로 달리고 나는 오른쪽에 앉았으니 그때까지도  내가 앉은 좌석쪽으로는 햇살이 들어오지 않았다.

 

 

해가 서서히 기운다는 느낌이 들었다.

 

 

멀리 보이는 산 아래쪽으로 자라잡은 마을 주위로 푸르름이 가득했다. 멋진 위치다.

 

 

탄예리역을 지난뒤 한참을 달려 부페역에 가까워지자 시멘트로 만든 침목들이 역구내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부페역에서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타고내렸다.

 

 

부페를 지나고나자 산야의 색깔이 갈색으로 더 짙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언덕에도 작은 그늘이 묻어오기 시작했다.

 

 

구름이 지나가면서 만들어내는 구름 그림자들이 산을 덮기도 했다.

 

 

알프역을 지났다. 에르진찬역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 47분이었다. 큰 도시여서 그런지 않은 사람들이 내리고 탔는데 사진 찍는 것을 잠시 잊어버렸다. 에르진찬에서 승객들이 많이 내리는 바람에 드디어 원래의 우리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식당칸에서 돌아오니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아무렇게나 아무 자리에 앉아버려서 엉망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잠시 졸다가 일어났더니 기차는 골짜기를 마구 달려나가고 있었다.

 

 

바로 앞자리에 앉은 젊은이가 햇살을 피하려고 스크린을 내리려고 했기에 영어로 내리지 말아달라고 이야기를 했다. 이 아름다운 풍광을 놓치기에는 정말이지 너무 아쉽고 아까웠던 것이다.

 

 

외국인이 뒷자리에 앉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청년은 협조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 물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여기쯤은 유프라테스강의 중류쯤 될 것이다. 나중에 구글 위성 지도로 확인해본 결과 케반 댐이 만든 거대한 호수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거기서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거대한 아타튀르크 댐이 나오게 된다. 유프라테스강을 가로막은 엄청 거대한 댐이다.  

 

 

물줄기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와 비례해서 햇살은 더 빠른 속도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강변에만 푸르름이 묻어있고 사방은 메마르기만 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기차를 타고 가야하는지 짐작이 안된다. 아침 7시조금 넘어서 호텔을 나와 기차를 탔는데 아직도 이러고 있으니 참 고단한 여행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