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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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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터키 동부 기차여행 - 카르스에서 디브리까지 1

by 깜쌤 2016. 2. 19.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밖을 살폈다. 카르스에서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골목 끝머리 언덕에 카르스 성채가 보였다.



테멜호텔 뒤쪽으로 나있는 이면도로에 늘어선 집 지붕에서 비둘기들이 울었다.



아침식사를 하고 가기로 했다. 하루 숙박비속에 식사값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먹고가야만 했다. 안먹고 가면 우리만 손해다.



우리는 식당으로 내려갔다.



먼저 내려간 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공간에는 둥근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었고 바닥은 보라색 카펫으로 덮여있었다. 



테이블마다 예쁜 식탁보로 덮어놓았다. 우리가 묵고있는 이 호텔에서는 은근함이 묻어났다. 은근한 미소와 마음속 깊이 파고드는 따뜻한 마음가짐, 그리고 편안함!



식당 한쪽에 음식이 진열되어 있었다. 나는 쟁반을 들고 가보았다.



햄과 토마토!



잼!



꿀과 후식용 케이크.....  카르스의 꿀과 치즈는 터키 전역에서도 최상품으로 이름이 높다고 한다.



그리고 치즈들.....   나는 치즈를 정말 좋아한다. 더군다나 최상품 치즈들이니 더할나위없이 멋진 아침 식사가 될 것이다.



신선한 오이들....



그리고 올리브 절임....   나는 올리브 절임 한가지만 주어도 빵과 밥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사람이다. 



또 다른 종류의 올리브 절임! 오늘 완전히 살판났다.



거기다가 차와 커피! 이런 진수성찬이 어디있는가 싶었다. 



그게 전부라면 너무 섭섭하다. 삶은 달걀까지 있으니 이걸 어떻게 다 먹나? 



이 글을 읽는 분들 가운데 '뭐 이 정도를 가지고 호들갑을 떠는가'하고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이 호텔을 1박에 80리라를 주고 묵었다. 한 사람당 40리라가 된다.

 

일인당 17,000원 정도를 주고 잠을 자는데다가 아침식사를 이 정도로 주면 이건 횡재한 것이 아니고 뭔가 말이다. 거기다가 객실은 조용하고 샤워부스에서는 뜨거운 물이 팍팍 쏟아지니 얼마든지 편안한 가능한데....



나는 음식을 덜어 쟁반에 담은 뒤 테이블로 갔다. 



식당에는 우리들 뿐이었다. 그랬기에 마음놓고 촬영할 수 있었다. 식탁위 중앙에 있는 빈바구니에는 빵을 담아줄 것이다.



이 정도면 한끼를 거하게 먹을 수 있다.



터키 동부여행의 매력은 이런데서 찾을 수 있다. 이익에만 눈이 뒤집혀 속살까지 발랑까진 인간들이 모여사는 지중해 연안의 터키서부와 서남부 해안지대보다는 동부가 훨씬 더 매력적인 곳이다.  



테이블 위에 놓인 소품들 하나하나마다 무슨 쓰임새가 있을 것이지만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이 멋진 유리병 속에는 물이 들어있었다. 나는 유리제품에 관심이 많다.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는 고대사회에서 유리제품의 이동경로에 관한 글을 읽었다. 나중에 앙카라의 아나톨리아 박물관에 가서는 고대의 유리제품 사진을 많이 찍었다.   



아침 식사후 방에 돌아와서 정리를 했다. 나는 출발하기 전에 반드시 방을 정리해둔다.



그게 민간외교관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애국심의 표출이다. 일부 우리나라 젊은이들이나 개념없는 중년들 가운데는 호텔방을 나오면서 엉망으로 해두고 나오는데 이는 결코 옳은 일이 아니라고 본다. 



나와 함께 여행을 했던 사람들 가운데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분들은 그 다음 여행에 절대 참여시키지 않는다. 내가 가진 이런 사고방식이 싫다면 안따라오면 된다.



나는 내 나름대로의 사고방식과 삶의 원칙을 지키며 인생을 살았다. 하지만 내가 걸었던 인생길에 대해 후회는 없다. 원리원칙을 지켜가며 약간은 까탈스럽고 힘들게 살았지만 그래도 남들로부터 크게 욕을 얻어먹지는 않았다.   



배낭을 메고 1층 로비로 내려갔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주인과 작별인사를 하고 기차역을 행해 걸었다. 한 15분 정도면 되니까 걸어가는게 마음 편하다.



지금까지 나는 이 정도의 거리는 기본적으로 걸었다. 큰배낭 하나의 무게가 11킬로그램 정도 나가지만 그 정도면 배낭을 메고도 거뜬히 걸을만 하다. 흰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걷는 것을 보면 남들이 안쓰러워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조금도 꿀리지 않는다.



아직 햇살이 뜨거워지기 전이라 시원했다. 해발고도가 높은 도시니 서늘하다고 하는 것이 나은 표현이리라. 



이면도로는 깔끔했다. 어제 밤에 비가 슬쩍 지나간것 같기도 하다.



물청소를 한듯이 보였기 때문이다.



 도로 곳곳에 물이 묻어있었다. 비둘기가 날아오르고 있었다.


 

 골목으로 햇살이 스며들고 있었다.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노란색 택시와  포플러나무.....  나는 포플러나무만 보면 왜 그리 가슴이 아련해지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수몰될 위기에 처한 내가 6년간 다녔던 초등학교 운동장 바로 앞을 지나던 도로 가에 두줄로 나란히 심기워졌던 나무가 포플러나무였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뇌리에 박혀버린 것 때문일까?


 

 카르스 기차역까지 다왔다.


 

터키 기차여행을 즐긴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같다.  이스탄불 맞은편의 위스크다라에서 앙카라까지 기차를 타보았던 추억도 이제는 까마득하다.



 나는 기차여행 매니아다. 어느 나라를 가든지 한번은 기차를 타보려고 노력하지만 꼭 실천으로 다 옮겨보지는 못했다.



 카르스 기차역 구내에 서있는 증기기관차가 보였다. 전시용일까?



 기차표는 어제 구해두었으니 그냥 타기만 하면 될 것이다.



 노란색으로 칠해진 카르스역 건물 앞 광장에는 그늘이 져 있었다.


 

 나는 대합실로 들어갔다.



 조용하고 깔끔했다. 중국 기차역같으면 인파로 가득할 터인데.....



 터키는 장거리 버스 시스템이 극도로 발달한 나라다. 그래서 그런지 기차는 일반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서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런 이유때문에라도 나는 기차를 타고 싶었다. 오늘 우리는 터키 중부의 디브리라는 도시까지 가야한다.



 아마 하루종일 타게 되리라.


 

 우리가 타고 가야할 기차는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우리가 사용할 기차는 도우 익스프레스호다. 카르스를 출발해서 에르주름을 거친 뒤 에르진찬, 시와스, 카이세리를 지나서 터키의 수도인 앙카라까지 가는 장거리 열차다. 은근한 기대를 가지고 기차에 올랐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