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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터키 동부 기차여행 - 카르스에서 디브리까지 2

by 깜쌤 2016. 2. 23.

 

우리가 기차역까지 걸어오는데 15분이 걸렸다. 기차역에 도착했더니 7시 18분이었다.  

 

 

우리가 탈 기차의 출발시각은 오전 7시 45분이다. 차표는 어제 구해두었으니 그냥 타기로 했다.

 

 

승강구를 오르면서 보니 세면대가 보였다. 제법 깔끔했다.

 

 

내부를 보았더니 28인승 고급 리무진 버스같았다. 중앙 통로를 기준으로 했을때 왼쪽에는 1인용 의자가 배치되어 있었고 오른쪽으로는 2인씩 앉아갈 수 있도록 좌석이 배치되어 있었다.

 

 

의자색깔이 붉은색으로 되어 있어서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좌석권을 가지고 우리 좌석의 위치를 확인해보았다.

 

 

 좌석번호는 의자에 부착되어 있었다.

 

 

나는 습관적으로 선반 부근을 살폈지만 선반 부근에는 아무 표시도 되어있지 않았다. 지극히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나라마다 좌석을 표시하는 방법이 다 다르다는 것도 신기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을 지도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해보기로 하자. 정확한 위치를 알고 싶다면 지도를 클릭해보시기 바란다. 크게 나타날 것이다. 오늘 우리는 지도 왼쪽 상단의 카르스에서 출발하여 1번으로 쓰여져 있는 디브리라는 곳까지 이동할 생각이다.

 

중앙에 있는 빨간점은 카이세리의 위치를 나타낸다. 카이세리 부근이 카파도키아 지방이다. 달표면과 같은 느낌을 주는 환상적인 명소가 카파도키아다. 터키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관광지라고 보면 된다.  

 

 

 

 

이 지도는 배낭여행 안내서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론리 플래닛에 올라온 지도를 찍은 것이다. 카르스(KARS)에서 에르주름(ERZURUM)으로 연결되는 철로가 표시되어있다.

 

 

7시 45분이 되어 기차가 움직이길래 정시에 출발하는 것으로 생각했더니 그건 우리들의 착각이었다. 기차는 5미터도 못가서 이내 멈추어섰고 그로부터 25분이나 더 멈추어서있더니 8시 10분이 되어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다리는 동안 안내방송은 나오지도 않았다. 

 

 

8시 10분이 되어서야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창밖으로 카르스 시내가 뒤로 밀려나가기 시작했다.

 

 

카르스 주변의 초원은 광활했다. 위치상으로 보아 대학교부근인 것 같았다.

 

 

기차는 천천히 달려나갔다. 나는 진행방향으로 보았을때 오른쪽 좌석에 앉아있다. 초원 중간중간에 숲이 우거진 곳이 있었다. 그쪽으로는 물길이 있으리라.

 

 

햇살은 왼쪽 좌석으로 들어온다. 그걸 보면 적어도 오후 서너시까지는 햇살 걱정은 안해도 될 것이다. 그런데 작은 문제가 생겼다.

 

 

우리 좌석 부근에서 열기가 느껴졌던 것이다. 자세히보니 좌석 오른쪽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었으니 이 여름날에 황당 쇼를 당하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히터가 켜져있었던가보다.    

 

 

나는 차창밖을 열심히 살폈다. 어떤 이들은 기차나 버스를 타면 졸기부터 하는데 나는 그런 사람들을 너무 볼 때마다 너무 안됐다는 생각부터 한다.

 

 

비싼 돈을 들여서 여행을 왔으면 하나라도 더 보고 갈 일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졸기도 하고 잠만 자다가 간다면 그게 무슨 여행자의 기본 자세란 말인가? 셀림역이다. 셀림역을 통과한게 8시 45분이었다.

 

 

소화물을 싣고 내리고 저장하던 시설이 보였다. 터키 동부의 사정은 어떤지 모르지만 이제 이런 시설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자동차를 이용한 택배업에 밀려 철도청에서 운영하는 소화물 배달사업은 망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마루보시"라는 일본말이 생각났다. 혹시 그런 말을 아는 분이 있다면 나는 그런 분들의 연령층과 어린 시절의 거주지를 대강 짐작할 수 있다. 마루보시라는 말이 궁금하면 아래 주소를 눌러보기 바란다. 

 

                    http://blog.daum.net/yessir/15866833

 

 

누렇게 말라버린 대지 위에 붉은 지붕을 가진 낮은 건물이 다가왔다가 사라져갔다. 색감이 좋았다. 무엇을 위한 건물일까?

 

 

광활한 대지 위에 소들이 흩어져 풀을 뜯고 있었다. 나는 이런 풍경을 보면 가슴이 뛴다. 이 부근 어디였던가? 여우를 발견했다. 개는 분명히 아니었다. 생김새가 달랐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다. 녀석은 밀밭에 앉아있다가 슬며시 사라져갔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 계속된다. 이국적인 모습을 보고 가슴이 뛰어오르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 아니던가?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봉우리 위에 턱 걸터앉은 곳 밑에 아담한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동네 한복판에는 미나렛을 거느린 모스크가 자리잡았다. 

 

 

마을 앞쪽으로는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이런 개울은 홍수날 일이 전혀 없으리라.

 

 

어라? 저건 말이다. 이런 동네에서 말은 어떤 용도로 쓰이는 것일까? 예전같으면 교통수단이나 농사용으로 쓰였겠지만 지금은 왜 말을 기르는 것일까? 오락 레저용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차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여긴 초록색이 대지위에 군데군데 묻어있었다.

 

 

얼핏 보기에 토질이 그런대로 비옥해보이긴 하지만 초원이 척박한 곳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은근히 의심스런 생각이 들었다.

 

 

도로를 깎아낸 곳에 하얀 절벽이 보였다. 설마 고령토가 묻혀있는 것은 아닐테지...

원본 사진을 가지고 확대해보았더니 엄청 두터운 진흙층으로 보였다. 

 

 

기차가 골짜기를 감아가며 오르고 있었다. 속도가 제법 떨어졌다.

 

 

울창한 숲이 우거진 산을 옆으로 끼고 달리기도 했다.

 

 

이 아름다운 초원에 쓰레기더미가 나타날땐 마음이 아팠다. 9시 15분경이었다.

 

 

기차역이 지나간다. 예쁘다. 사리카미스라는 이름을 가진 역이었다. 이때가 9시 18분경이었다.

 

 

이런 초원은 풀이 싱그러울 때 봐야한다. 그래야 멋진 색깔의 조화를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초록색이 살짝 들었더니 확실히 분위기가 살아난다.

 

 

기차가 잘 가꾼 골프장같은 느낌이 드는 산 옆을 지나고 있었다. 천연적인 모습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으니 그저 감탄사가 쏟아진다. 그러다가.....

 

 

엄청 실망스러운 모습을 만나게 되었다. 느닷없이 거대한 쓰레기장을 만났다.

 

 

이런 개념없는 인간들 같으니라고..... 분노와 실망과 좌절감이 밀려들었다.

 

 

초원의 표피는 상상 이상으로 얇다고 한다. 초원을 덮고 있는 껍질에 해당하는 풀밭이 훼손되면 복구하는게 그리 힘들다고 하던데.....

 

 

양봉을 하는 농가 옆을 지났다. 꽃피는 계절에 가보면 초원은 거대한 꽃밭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천연꽃밭인 것이다. 그러니 양질의 꿀을 얻을 수 있는가보다. 

 

 

초원지대에서 숲이 가득 우거진 산을 만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인데 그런 기회를 잡았다.

 

 

더군다나 물까지 가득 흐르는 개울이 철길을 따라오고 있었다. 도로공사때문에 속살이 드러난 산자락이 나그네의 마음을 아리게 만들었다.

 

 

언덕위에 터잡은 작은 마을을 지나치자 기차역이 나타났다.

 

 

타고 내리는 사람이 제법 있었다.

 

 

톱다으역이다. 벌써 10시 10분이다. 그나저나 내가 읽는 이 소리와 발음이 정확한지나 모르겠다.

 

 

기차역 옆에 화장실이 숨어있었다.

 

 

톱다으역 부근에 작은 마을이 있었다.

 

 

이런 집은 기찻길옆 오막살이라고 해야하나?

 

 

온 천지가 밀밭이다. 언덕위로 흰구름이 동동 떴다.

 

 

초원밑의 민낯이 드러났다. 자갈밭과 진흙층.... 

 

 

이런 곳은 간이역이다. 터키 국기문양이 간이역 벽에 그려져 있었다. 사람 몇을 토해놓고 기차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쉰귀타쉬역에 도착한 것이 10시 30분이었다.

 

 

엄청난 대지 위에 철길을 따라 구덩이를 파고 검은 색 관을 묻고 있었다. 파이프라인일까?

 

 

무슨 용도로 묻는 것일까? 물길일까? 아니면 기름관일까?

 

 

트랙터 한 대가 대지 위를 휘젓고 있었다.

 

 

슬슬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골짜기가 넓어지며 윤기나는 모습으로 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조금 큰 마을이 나타날듯 하다.

 

 

차장이 지나가며 호라산이라고 외쳤다.

 

 

호라산! 몇번 지나가 본 도시다.

 

 

호라산에서 카르스로 가는 철길과 도우베야짓으로 가는 도로가 갈라진다고 믿었던 곳이다. 여기를 거쳐간 것이 서너번은 될 것이다. 도우베야짓에 가면 아라랏산을 볼 수 있다. 도우베야짓은 이란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으므로 이란으로 가려는 여행자라면 필수적으로 거쳐가야 할 것이다.

 

 

한번도 내려보지는 않았다.

 

 

11시 정각에 호라산 역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린 중년의 부부가 철길을 무단횡단하고 있었다. 

 

 

기차는 2,3분쯤 정차해있다가 다시 출발했다. 철길가에 동물들의 배설물을 말리고 있었다. 저렇게 바싹 말려서는 나중에 땔감으로 쓸 것이다. 다음에 나타날 큰 도시는 에르주름 정도가 될 것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