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눈(Kar)의 도시 카르스(Kars) 4

by 깜쌤 2016. 2. 18.

 

 비가 왔다. 소나기다. 성채 그 큰 몸뚱어리가 순식간에 흥건하게 적셔진다.



미리 봐둔 찻집을 향해 잽싸게 몸을 움직였다.



비내리는 모습을 쳐다보며 앉아있다가 주문을 받으러 왔길래 Tea Pot을 요구했다. 13리라다. 항아리가 이중으로 되어 있어서 어떻게 마시는가 싶어서 궁금했기에 물어보았다.



아래 주전자에는 뜨거운 물이 들어있고 위 주전자에는 차와 물이 조금 들어있었다. 컵에다가 미리 우려둔 위 주전자의 찻물을 조금 붓고 아래 주전자의 뜨거운 물을 부어 희석해서 마시는 것이었다. 



따로 주문한 커피는 인스턴트 믹스트커피에 물을 부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제대로 된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 마시기가 이렇게나 힘이 든다.



유리창도 없는 가게이니 빗방울이 세게 휘몰아칠땐 우리가 앉은 의자쪽으로 물방울이 튀기도 했다. 서빙을 하는 종업원은 친절했다.  



온 사방이 비에 젖었다. 여행기를 쓰는 지금에도 나는 다시 떠나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겨울 배낭여행을 다녀온지가 이제 2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좀이 쑤시기 시작한다.   



여행의 마력에 한번 빠져들기 시작하면 뒷감당이 안된다. 나는 비가 내리는 이런 풍경사진만 봐도 떠나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이니 여행중독증이라는 병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카르스시내에도 순식간에 물기운이 배어들기 시작했다.



파스텔 색조로 곱게 치장한 도시위에 물이 묻자 한결 아름답게 변하는 것을 보며 나는 마술세계에 빠져드는 것만 같은 착각에 젖었다.



카르스 변두리를 흘러감싸는 물줄기와 시냇가의 나무들이 기막힌 조화를 이루어냈다.



우리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터키 청년을 만났다. 알고보니 그들은 군인이었다. 고향은 데니즐리란다. 데니즐리라면 그 유명한 파묵칼레 인근의 도시라는 말이다.



청년들과 대화가 끝난 뒤에 나는 다시  비에 젖어드는 도시 구경에 정신을 빼앗겼다. 타키 안에서도 이렇게 잘 만들어진 도시를 만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성채 아래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도시 경관에 할말을 잃고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그런데 더 기막히도록 멋진 일은 그 뒤에 일어났다.



한 이삼십여분 정도 신나게 따루던 비가 그치면서 햇살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라운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초원 끝머리에는 아직도 먹구름이 가득한데 카르스 도시위로 햇살이 살아남과 동시에 아득한 지평선 너머로 무지개가 걸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공기가 한결 상쾌해지고 대지조차도 물청소를 한듯이 상큼한데 이번에는 무지개라니.....  이번 여행에서는 유독 무지개를 자주 보는 것 같다.



비가 그치는 것을 확인한 뒤 우리는 찻집을 나섰다. 다시 성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야 한다.



196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색을 터키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그런데 웬 낙서가 그리도 많은지.....



성문을 통과하여 밑으로 내려오는 길에서 살펴봐도 아직 무지개가 걸려있었다. 무지개가 걸려있는 쪽으로 45킬로미터 정도를 가면 아니(Ani) 유적지가 나타난다. 



하맘이 있는 쪽으로는 밝은 햇살이 환하게 대지를 비추고 있었다.



대평원! 그렇다. 여긴 분명 대평원이다. 터키 동부를 특징짓는 경관은 한마디로 대평원이라고 할 수 있다.



대평원에 터잡은 도시 언덕에 위치한 성채라면 중요도가 엄청 올라갈 것은 불문가지다.



상큼한 기운이 대지위에 가득했기에 기분도 한껏 좋아졌다.



내려오는 길에 정말 눈에 익숙한 고물차를 발견했다.



기아에서 생산한 캐피탈이다. 옛날 차를 여기에서 만나다니.... 더구나 국산이다. 그러길래 더더욱 반가웠다.



제법 내려왔다. 성채가 저만치 뒤로 물러나 있었다.



아르메니아인들이 만들었던 교회는 모스크로 변신한지 오래다.



낡고 후줄근하긴 해도 색깔이 예쁜 집들이 성밑 동네에도 많았다.



가만히 살펴보니 성채밑의 도로도 박석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언덕위의 성채가 제법 길게 누워있었다. 그렇게 길고 큰 줄은 미쳐 몰랐다. 



새로 단장하는 모스크인가보다.



모스크를 볼 때마다 느끼는 사실인데 기독교와 이슬람교 가운데 하나는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 성경과 코란을 근거로 살펴보면 둘 중 하나는 분명히 가짜다.



모두들 자기가 믿는 종교가 진짜라고 확신하겠지만 가짜라고 판명날 경우엔 문제가 커질 것이다. 믿음이 다르다고 상대방을 비난하고 욕할 필요는 없다. 죽은 뒤에 판별날 일이기 때문이다. 



책임은 개인이 질 문제다. 신이 없다고 큰소리를 쳤던 무신론자들도 다 마찬가지다.  영적인 면에서 나는 보통사람들은 절대 할 수 없는 엄청난(?) 경험을 수없이 해본 사람이다. 그러니 누가 뭐래도 절대자의 존재를 믿는다. 신앙에 관한 이야기를 하라고하면 소설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체험을 해보았다. 


 

눈에 보이는 일도 믿을 수 없는게 인간들 마음인데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일을 말하면 코웃음치며 비웃음을 던지는 것이 보통 사람들이다. 그러니 그런 이야기는 그만 두기로 하자.



나는 작은 개울가에 섰다. 성채가 저멀리 보였다. 



공중수도에 젊은이가 물을 받으러 왔다. 여긴 아직 수도관이 집집마다 다 들어간 것은 아닌가 보다. 



소나기 덕분에 거리가 한결 깔끔해졌다.



사방 풍경이 더 싱그러워진 것 같다.



왠지 벌써부터 가을 분위기가 스며드는 것 같았다.



나는 개울을 건넜다. 아직까지는 물이 맑았다.



 무엇에 놀랐는지 갑자기 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해가 넘어가는 것 같기에 우리는 시내로 돌아가기로 했다.



어차피 안들어갈 하맘이라면 그곳 구경은 포기하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이 황당해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공중목욕탕 문화라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터키탕에 관한 이야기는 예전에 참 많이도 들었기에 하맘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들어가본 적은 거의 없었다. 



우리는 외곽지 도로를 천천히 걸었다.  나는 이런 거리를 걷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여행자가 절대 잃어버리지 말아야할 게 하나있다. 현지인과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지어주는 일이다. 미소는 만병통치약이나 다름없다.

 

 

업신여기거나 깔보지 말자. 경멸조의 비웃음은 단번에 표시가 난다. 그러니 그저 미소를 짓자. 미소만큼 좋은 약은 없다. 아이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개울에 걸린 다리를 건넜다. 이 다리를 건너면 곧장 시가지로 이어진다.

 

 

비록 상대방이 내가 보기에 빈궁해보여도, 남루한 곳에 살아도 넉넉한 미소로 대해주자. 그들의 삶을 이해해주자.

 

 

나는 카르스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더 가보고 싶은 도시가 있다면 당연히 카르스다.

 

 

동네의 작은 구멍가게 앞을 지났다. 별게 다 있다.

 

 

정겹다. 우리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다. 대형 마트보다 나는 이런 구멍가게가 더 좋다.

 

 

미나렛이 예쁜 모스크 옆을 지났다.

 

 

한때 무엇으로 썼던 집일까?

 

 

이 골목 안에는 누가 사는 것일까?

 

 

누가 봐도 유제품 가게다. 치즈다.

 

 

가게 맞은 편에는 우유통을 가득실은 트럭이 서있었다.

 

 

치즈가게 옆은 중고 가전제품 가게다.

 

 

음식점인데.....  깔끔하고 깨끗했다.

 

 

우리는 유치원 앞을 지났다. 너무 정겹다.

 

 

시가지가 가까워지자 가게들이 좀 더 고급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노란색 승용차! 예술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깔끔하고 단정했다.

 

 

동네 찻집에는 노인들이 모여서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우리들은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이제 저녁을 먹어야하는데......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