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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모두가 보석이 되었으면....

by 깜쌤 2016. 2. 20.

 

나는 차분하게 교실을 정리했습니다. 아이들의 졸업식이 가까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사용했던 교과서와 자료들을 정리하고 교실 뒷면도 말끔하게 손을 보았습니다. 

 

 

지난 한학기동안 담임을 하지 않고 음악 한과목만 가르쳤습니다. 교육현장에서 쓰는 용어로 하자면 기간제교사를 했다는 말입니다. 작년, 그러니까 2015년 여름 조지아와 아르메니아, 터키를 돌아다니다가 근무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고 귀국해서 9월 4일부터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사실 그 학교에서는 1학기에 두달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가 여름방학을 맞아 모든 것을 정리하고 배낭여행을 떠났던 것이죠. 기간제교사를 하면서 번돈으로 여행 밑천을 조금 모았습니다.

 

 

아이들을 보면 병아리같다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교사와 아이들과의 관계는 줄탁동시(啐啄同時 , 啐啄同时) 라고 봅니다. 조금 어려운 말인가요?  DAUM 백과사전에서는 아래와 같이 설명을 해두었습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어려운 부분은 떼어내고 조금만 편집을 했습니다.

 

 

 

줄탁동시(啐啄同時 , 啐啄同时 )

 

 

줄(啐)과 탁(啄)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으로, 가장 이상적인 사제지간을 비유하거나, 서로 합심하여 일이 잘 이루어지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알 속에서 자란 병아리가 때가 되면 알 밖으로 나오기 위해 부리로 껍데기 안쪽을 쪼는데 이를 ‘’이라 하며, 어미 닭이 병아리 소리를 듣고 알을 쪼아 새끼가 알을 깨는 행위를 도와주는 것을 ‘’이라고 한다.

 

 

 

안과 밖에서 쪼는 행위는 동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스승이 제자를 깨우쳐 주는 것도 이와 같아, 제자는 안에서 수양을 통해 쪼아 나오고 스승은 제자를 잘 보살피고 관찰하다가 시기가 무르익었을 때 깨우침의 길을 열어 주어야 하는데, 이 시점이 일치해야 비로소 진정한 깨달음이 일어난다.

啐’은 ‘빠는 소리 줄’, ‘맛볼 쵀’, ‘떠들썩할 잘’ 등의 음을 가지고 있다.

 

 

 

 

나는 창문을 통해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서너살 되는 꼬마아이가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줄탁동시가 이루어지는 장면이라고나 할까요? 아이가 전적으로 신뢰하는 엄마처럼 절대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는 그런 선생이 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밀려왔습니다. 

 

 

한학기동안이나마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었다는 것은 보람찬 일이었지만 졸업을 앞두고는 진정으로 존경받는 멋진 스승이 되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이 가득 밀려왔습니다. 

 

 

2월 29일로 계약이 끝나면 나는 다시 실업자가 될 것입니다. 아직도 정년이 더 남아있으므로 굳이 여러 학교에서 일자리를 찾으려면 찾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날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데려가라는 것이죠.

 

졸업식을 하는 날에는 일부러 식이 진행되는 강당에 가지 않았습니다. 졸업하는 아이들과 담임선생님과 여러 선생님들이 빛을 내는 자리에 임시로 한학기를 가르친 선생이 가서 끼어들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교실에서 조용히 글을 쓰고 있는데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학부모님과 졸업하는 아이가 함께 인사라도 드리겠다며 찾아온 것이죠. 사진 속의 아이는 참으로 좋은 자질을 가진 보석같은 아이였습니다. 오랜 교직경험을 통해 이젠 누가 보석이 될 수 있는지는 조금 구별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공부만 잘하되 인간성이 모자라는 아이를 두고 보석으로 여기지는 않습니다. 

 

아이의 어머님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대화를 통해 교양과 품성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확인했기에 그 학교에서 일한 보람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부모에게는 자식 모두가 보석입니다만 선생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보석의 자질을 갖춘 원석으로 보입니다.

 

 

줄탁동시가 잘 이루어지면 원석은 보석으로 찬란한 빛을 발할 것입니다. 하지만 원석을 잘못 가공하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부스러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졸업한 모든 아이들이 보석으로 빛나기를 빌어보았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