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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첫눈 오던 날 교실에서

by 깜쌤 2015. 12. 5.

 

갑자기 운동장에서 함성이 일었다. 아이들 소리가 천장을 뚫을 정도로 울릴 때는 틀림없이 무슨 일이 있는 법이다. 창문을 통해 운동장을 내다보았더니 눈발이 어지럽게 날리고 있었다. 올 겨울에 처음 오는 눈송이들이 마구 날리는 것이었다.

 

 

내가 해야할 수업은 이미 다 끝난 터라 나는 묵묵히 창밖을 응시했다. 교실에는 싸늘한 정적만이 맴돌고 있었다. 첫눈이 오는 것을 보고 아이들은 그렇게도 열심히 환성을 질러댔던 것이다.

 

 

그게 언제였던가? 첫 발령을 알리는 사령장을 받아들고 내가 근무해야할 학교가 어떤 학교인지 궁금해하며 찾아갔던 날이 떠올랐다. 사실 이제는 옛기억조차 너무 희미해져서 잘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처음으로 가르쳐서 졸업시킨 아이들이 이제는 모두 우리 사회의 중추를 맡게 되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삼월 초였어도 그땐 왜 그리 추웠는지 모른다. 교실에서 장작난로를 때야했던 시절이니 지금 환경과는 비교조차 할 수없다. 그때 아이들은 선생 옆에 다가서는 것조차 힘들어하고 꺼려했었지만 지금 아이들은 위도 없고 아래도 없다. 철이 없어도 너무 없는 아이들이지만 표정만은 한없이 밝다. 나는 아이들의 함성을 조용히 음미했다. 

 

 

이 학교에서의 계약기간은 내년 2월말까지다. 계약이 끝나도 정년까지는 연한이 더 남아있기에 어느 학교에서든지 불러만 준다면 더 가르칠 수 있다. 지금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얼마나 말을 잘듣는지 모른다. 적어도 나에게는 6학년 아이들이 너무 말을 잘듣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가 안되는 말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너무도 순수한 존재들이어서 교사가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교실을 천국처럼 만들어갈 수 있다. 첫눈 오는 것을 두고 하늘이 떠나갈듯 소리를 질러대며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들은 초중고학생들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구름이야 한방향으로 흘러가는듯 하지만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눈발이 사방으로 마구 날렸다. 하늘 표정이 얼마나 자주 바뀌는지 모른다. 햇살이 났다가 눈발이 날리다가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함성을 질러댔다.

 

 

나는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 그동안 근무했던 학교와, 1년간 함께 했던 아이들을 조금씩 떠올려 보았다. 세월이 이만큼 흐른 지금에는 후회와 아쉬움뿐이다. 좀 더 열심히 가르쳐주고 좀 더 이해해주고 좀더 참아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땐 왜 그렇게 못했는지 모르겠다. 내 자신이 부족했고 철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수십년 전에 미리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