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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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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2 My Way

김치 국물을 훨훨 마시다

by 깜쌤 2016. 2. 25.

 

지난 초겨울에 김장을 할 때 아내는 물김치를 조금 담궜다. 양념을 하지 않고 소금간만 맞춘 배추로 담근 김치를 경상에도서는 물김치 혹은 백김치라고 부른다. 백김치 이파리에 하얀 쌀밥을 얹고 빡빡하게 끓인 된장을 얹어 쌈 싸먹는 것을 나는 무척 좋아한다. 



지지리도 가난하고 못살던 시절, 겨울 밤에 입이 심심하거나 속이 출출할 때엔 마당을 파서 구덩이속에 파묻어두었던 무를 꺼내 깎아 먹거나 물김치 이파리를 썰어먹기도 하고 시원한 김칫국물을 마시는 것으로 길고 긴 겨울밤의 허기를 속였다.


물김치물을 이빠진 흰사발에 떠와서 훌훌 마시는 것도 좋았다. 어떤 이들의 글을 보면 추운 겨울날에는 동치미 시원한 국물에 메밀국수를 말아먹는다고도 했는데 보통 국수도 먹기 어려운 처지라 그런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살았다.  



아내가 물김치국물을 떠왔다. 나는 한사발 들이켜보기로 했다. 김치냉장고에 넣어서 숙성시킨 것이지만 살얼음이 동동 떠있어서 예전에 시골에서 먹고 마시던 것과 똑같은 맛과 멋을 내었다. 아무래도 아내의 음식솜씨가 갈수록 좋아지는 것 같다.   



모처럼 떡만두국까지 얻어먹었으니 횡재한 날이다. 집에서 아내의 음식으로 세끼를 다 해결하는 사람은 삼식이가 되어 늙어지면 반드시 푸대접 받는다고 하지만 그럴 때 그렇게 되더라도 지금 내 처지에서는 아무래도 좋다. 떡만두국에다 살얼음뜬 김치국물까지 잔뜩 마셔댔으니 부러울게 없다. 가난한 소시민 가장은 그렇게 겨울을 난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