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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아! 아니(Ani)! - 6

by 깜쌤 2016. 2. 9.

 

대성당에서 보았을때 요새처럼 보였던 곳은 이츠칼레다.  칼레는 터키말로 성이라는 뜻이다. 터키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파묵칼레라는 유적지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보셨지 싶다. 파묵은 목화라는 뜻이고 칼레는 성이니 파묵칼레라는 말은 결국 '목화의 성'이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이츠칼레! 그 성이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이다. 나는 성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가며 무너진 성벽을 넘었다.  

 

 

내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니 우리가 차를 세워두었던 휴게소 부근의 마을이 저멀리 뒤에 숨어있었다.

 

 

이 무너진 성터 안에도 터키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무너진 건물 더미가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너무 처참하다.

 

 

순례자의 교회와 대성당이 저멀리서 세월의 무게를 견뎌내며 늙은 몸을 이끌고 간신히 버텨내고 있었다.

 

 

아마 여긴 성안의 성이었으리라.

 

 

위치가 절묘하다. 다른 곳보다 약간 높아서 저 밑의 성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환하게 살필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아르파강이 휘돌아나가는 절벽 위에 다시 교회터가 보였다. 저기가 크즈 칼레시라는 이름은 가진 교회다. '처녀의 성'이라는 의미를 지닌 교회란다. 정말 유감스럽게도 거기까진 가볼 수가 없었다. 저 강물 너머로는 아르메니아 영토다.

 

 

무너진 성터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아르메니아 마을과 러시아군 기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인간들은 이 광활한 평원위에 마음대로 금을 긋고 국경이라는 울타리를 쳤다. 그 울타리를 기준으로 미움과 원망과 절망과 탄식이 교차하는 것이다.

 

 

아! 아니(Ani)!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리오?

 

 

그동안 여행을 하며 많은 곳을 보았지만 이런 곳은 처음 본 것 같다.

 

 

통일이 되고 난뒤 압록강변에서 강 바로 건너편 중국 통구에 있는 고구려 유적지를 보게될 때 어쩌면 오늘 내가 느끼는 이런 서글픈 감정을 다시 한번 더 맛보게 되리라. 비극은 우리 곁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게 아니다.

 

 

이젠 돌아가기로 하자. 미스터 첼릴과 약속한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나는 다시 성채안으로 처음에 들어왔던 길을 포기하고 다른 길로 나가기로 했다. 

 

 

모습으로 보아 이 거대한 돌무더기는 교회였을지도 모른다. 무너진 폐허 좌우로 마을과 대성당이 그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언젠가는 이 거대한 황무함이 사라지리라.

 

 

바싹 말라버린 대지 위에 그래도 모진 생명활동은 이어져 가녀린 보라색꽃 한송이가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파괴행위를 저지른 자도 처음 건축한 자도 이제는 역사의 무대에서 다 사라졌지만 자기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응보는 저세상에서  반드시 치렀으리라.  

 

 

자미와 대성당 쪽으로 가지 않고 나는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걸을 것이다.

 

 

자미를 오른쪽으로 두고 왼쪽 길로 가면.....

 

 

다시 멋진 건물이 하나 나타난다.

 

 

이 정도면 멋진 보존상태 아니던가?

 

 

성 그레고리교회다. 터키식으로 하자면 아부감렌츠 정도로 발음하여 영어로 같은 이름을 가진 가기크 1세 교회와 구별하는 것이다.

 

 

지붕이 멋지지 아니한가? 서기 944년경에 만든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천년이 넘었다는 말이 된다.

 

 

교회가 있는 절벽 끝머리에 서서 보면 동굴들이 보인다. 옛날에는 이 절벽에 동굴마을이 존재했었다고 전해진다. 

 

 

교회 안에 들어가기전 나는 나머지 유적지들의 위치를 파악해두었다. 그러나 교회입구 왼쪽 앞에 보이는 거대한 교회는 포기해야할 것 같다. 그 교회 이름도 이 교회와 영어로는 똑 같은 성 그레고리 교회이지만 가기크 1세 교회로도 알려져 있다. 서기 998년부터 지었다고 전해진다.

 

 

입구 문위에는 아르메니아 글자라고 생각되는 문자가 새겨져있었다.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회칠되어 있었다. 원래부터 그렇게 칠해두었던 것일까?

 

 

처음부터 그렇게 했다면 그림이라도 그려져 있었어야 하는게 아닌가?

 

 

벽에는 온통 낙서투성이였다. 알파베트 문자인 것으로 보아 터키 공화국이 수립된 이후에 해놓은 낙서일 것이다.

 

 

나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멀리 이츠칼레가 보였다.

 

 

성 그레고리교회가 말라비틀어진 대지 위에 흉측한 잔해를 눕힌채 햇살 아래 말라가고 있었다. 시간이 부족해서 가까이 다가가보질 못했다. 안타깝다.

 

 

나는 성문으로 통하는 길을 걸었다. 그 다음은 12사도 교회다.

 

 

여기도 엄청 무너져내렸다.

 

 

1064년, 셀주크 투르크족이 아니를 점령하면서 카라반사라이로 이름을 고친 뒤 사용했다고 한다. 천장 장식이 아름다웠다.

 

 

다른 부분은 폐허 그자체였다.

 

 

돌이라도 치우고 청소라도 좀 해두지.....  이런 거대한 유적지를 방치하고 있다는게 마음 아플 뿐이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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