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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아! 아니(Ani)! - 3

by 깜쌤 2016. 2. 5.

하맘 유적지의 남아있는 벽체에 올라서서 이리저리 거닐며 살펴보았다. 욕조와 방이 있었을 곳에는 풀만 자라고 있었다. 

 

 

나는 강쪽으로 붙어있는 '성 그레고리 교회'를 향해 걸었다. 살짝 경사진 길이다. 어디가 어디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 분들을 위해 지도를 가지고 설명해드리겠다.

 

 

 

위 지도는 카르스의 위치를 나타낸다. 아르메니아 쪽으로 빨간색 점이 있는 곳이 카르스다. 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확대되어 뜰 것이므로 클릭하면 확인하기 편리할 것이다. 아래 지도들도 다 마찬가지다.

 

 

 

위 지도는 카르스에서 아니 유적지로 가는 방향을 나타낸다. 지도의 오른쪽은 아르메니아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보면 좋겠다. 카르스에서 동쪽으로 45킬로미터쯤 가야만 아니 유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

 

 

 

이제 아니 유적지를 확대해보았다. 출처는 구글 위성지도다. 1번이 주차장이다. 나는 2번으로 표시된 알프 아슬란 성문을 지나, 3번 순례자의 교회를 지난 뒤 4번으로 표시된 성 그레고리 교회쪽으로 다가가는 중이다.

 

짐작하시는대로 초록색 작은 점은 내가 걸었던 이동 동선을 나타낸다. 3번과 4번 사이에 하맘(목욕탕)터가 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이해가 되셨으리라고 믿는다. 오른쪽의 분홍색 점은 러시아 기지를 둘러싼 작은 마을을 나타낸다. 계곡을 따라 강이 흘러가는 모습을 볼 수있는데 그 강이 국경선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먼저 출발한 중국인들이 촬영에 열을 내고 있었다.

 

 

저 멀리 아르메니아쪽 마을과 군사기지가 보였다. 카르코프라고 이름붙은 작은 마을이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강을 아르메니아에서는 아쿠리안강이라고 하지만 터키인들은 아르파라는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나는 사진 촬영에 열중하고 있는 중국인들 옆을 지나 교회로 향했다.

 

 

무너져내린 성벽중에서 남은 일부분이 비탈에 몸을 붙이고 천년 세월을 버텨내고 있었다. 망대였을까?

 

 

성 그레고리교회가 눈앞에 다가왔다. 한눈에 봐도 아르메니아 냄새가 물씬 풍겨났다.

 

 

우리나라 역사와 비교하자면 고려시대 초기의 유적이다. 압록강 저편에 있는 고구려 유적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느낌이나 아니 유적지를 겅건너편에서 쳐다봐야하는 아르메니아인들의 느낌이나 뭐가 다르랴?

 

 

징기스칸의 부하들이 여기까지 쳐들어와서 마지막 남은 아니 유적의 숨통을 끊어놓았다고 전해진다.

 

 

이 골짜기까지 쳐들어와서 약탈을 일삼은 뒤 바람처럼 사라져간 몽골제국의 군대들도 대단한 존재들이다. 어쩌면 여기도 고원초원지대에 만들어진 도시였기에 몽골제국의 군대가 그 위치를 파악하고 약탈했던 일이 가능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뒤에는 지진이 아니를 뒤흔들었단다. 조물주의 분노였을까?

 

 

붉은빛과 자주빛이 묘하게 뒤섞인 돌을 이용해서 만든 아담한 교회다. 이 정도면 누가봐도 방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건물이든 사람이든 존중받지 못하는 자의 존재가치는 비참한 것이다. 아르메니아인들이 터키정부가 고의적으로 유적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난하면 터키에서는 아르메니아인들이 쓸데없는 간섭을 하고 있다고 맞받아치는 모양이다.

 

 

국경에는 사람 흔적이 없었다. 건너편 아르메니아 공사장에서 울려퍼지는 중장비의 기계음이 적막을 깨고 있었다.

 

 

교회 벽체 위에 새겨둔 글씨가 희미하게 보였다. 라틴어일까? 아니면 아르메니아글자일까?

 

 

계곡 건너편 아르메니아쪽의 모습이다. 중장비 몇대가 부지런히 오가고 있었다. 

 

 

나는 입구쪽으로 걸어가며 상단부를 살폈다. 돌위에 새겨둔 조각이 제법 정교했다. 

 

 

입구쪽으로 돌아갔더니 백인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다음 유적지를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기도 했다.

 

 

입구위에는 프레스코화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프레스코화! 꼭 맞는 설명은 아니지만 회반죽 위에 그린 그림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안료로는 무엇을 사용했을까? 성경속의 내용을 표현했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그렸는지는 정확하게 알아내기 어려웠다.

 

 

글씨를 알면 이해하기가 편할텐데..... 인물화 위에 남겨진 글은 아르메니아 문자같다.

 

 

십자가에 매달리는 그리스도를 묘사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예배당 안에는 더 많은 프레스코화들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색감이 아직도 선명했다.

 

 

아주 정교하게 그려진 그림들이었을 것이다.

 

 

말을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왕과 기사들의 그림도 보였다. 그림들이 많기에 터키 사람들은 이 교회를 두고 '레심리 칼리세'라고 부른단다. '그림이 있는 교회'라는 뜻이라고 한다.

 

 

1215년에 완공된 건물이라니 벌써 800년이나 된 건물이다.

 

 

그림이 그려졌던 벽에는 철없는 후대인들이 남긴 낙서가 가득했다.

 

 

이게 이슬람 유적이었다면 터키정부가 이런 식으로 방치해두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종교문제에 얽힌 문제는 죽어봐야 풀리는 수수께끼나 마찬가지다. 모두들 자기가 믿는 종교가 이라고 여길 것이다. 만약 어느 하나가 참이라면 나머지는 모두 거짓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것이 거짓이고 어느 것이 참이냐는 하는 문제의 정답은 모두들 죽어봐야 알게 될 것이다. 

 

 

그러길래 인간은 적어도 종교문제에 관해서만은 자기 확신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다. 

 

 

종교간의 갈등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밖으로 나왔더니 여름 햇살이 쨍하게 빛났다.

 

 

우리는 다음 유적을 찾아 나섰다.

 

 

성 그레고리 교회여! 안녕!

 

 

어쩌면 다시 또 찾아올 일은 없을 것이다.

 

 

팀 멤버 한분은 그늘에서 쉬고 계셨다.

 

 

우리는 다시 작열하는 태양빛 속으로 들어갔다.

 

 

대지는 바싹 말라 있었다.

 

 

중국인 한사람이 계곡밑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계곡 밑에 멋진 건물이 하나 숨어있다고 말해주고 지나간다.

 

 

그렇다면 내려가봐야 한다.

 

 

멀리 보이는 큰 건물인 대성당을 먼저 찾아가보려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계곡밑으로 내려가보리라고 생각했다. 벌써 땀이 마구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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