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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아! 아니(Ani)! - 5

by 깜쌤 2016. 2. 8.

 

Ani 유적지에서 다음에 찾아간 곳은 대성당이었다. 그나마 가장 온전하게 남아있는 건물이어서 그래도 볼게 제법 많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성당을 향해 힘차게 걸었다. 

 

 

그런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성당 건물 지붕에는 모진 여름 햇빛에 말라 비틀어진 잡초와 키작은 나무가 괴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었고, 한가운데 돔은 무너져내린듯 했으며 외관을 장식했던 돌판 일부는 떨어져나가고 없었기 때문이다. 

 

 

외관이 이 정도면 내부는 안봐도 훤하다. 서기 987년에 공사가 시작되어 서기 1010년경에 완공되었다면 신라말기 고려초기 건물이라는 말이다. 안내판에는 아니를 정복한 알프 아슬란의 이름도 등장한다. 

 

 

사방은 철망으로 감싸여 있었다. 측면 출입문만은 개방해 놓아서 그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처음 완공되었을땐 엄청나게 아름다운 건물이었을테지만 지금은 황폐함 바로 그 자체였다.

 

 

서기 987년에 공사를 시작했다면 당시의 왕은 슴바트 2세다. 완공을 시킨 왕은 가기크 1세고.....  너무나 낯선 이름들이어서 외우기도 어렵다.

 

 

아니를 점령한 술탄 알프 아슬란은 대성당을 모스크로 개조해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대성당으로 사용했든 모스크로 활용했든 간에 지금은 완전한 폐허가 되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자미가 보였다. 저긴 조금 이따가 가볼 것이다.

 

 

중앙부의 돔이 무너져 내린 곳으로 하늘이 성당 안을 빼꼼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안에 들어와서 보면 성당안 공간이 제법 높고 넓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때의 영화는 허공중으로 사라지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다.

 

 

지붕에 자라는 풀들이 무너져 내린 돔 가에서 밑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나는 창문을 통해 하늘을 쳐다보았다. 조물주께서는 건설자와 파괴자들의 행위를 낱낱이 알고 계시리라.

 

 

건축자들은 붉은색과 갈색이 나는 돌들을 적당하게 조합해서 아름다운 건물을 만들었다.

 

 

파괴자들은 바닥돌까지 뜯어내고 불지르고 물건들은 남김없이 약탈해갔으리라.

 

 

제법 많은 관광객들이 대성당 안으로 들어와 사진을 찍고 여기저기를 살펴보고 사라져갔다. 나도 그런 무리들 가운데 하나였다.

 

 

인종과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때문에 서로 죽이고 죽임당하고 뺐고 빼앗겼으며 저주를 퍼붓고 학살했다.

 

 

더 머물러 있기가 민망해서 나는 밖으로 서둘러나갔다.

 

 

입구를 향해 걸었다.

 

 

밖으로 걸어나오자 건물 외관이 황금색으로 빛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건축자들이 왜 이런 색깔이 나는 돌을 골라 사용했는지 그 이유를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건물이었건만 방치되고 있는게 너무 안타까웠다.

 

 

아니 주인은 그 후로도 자주 바뀌었다고 한다. 건물이 완공되었을때는 아르메니아인들이, 그 후로는 페르시아에서 이동해온 셀주크 튀르크인들이 차지했고 그들이 물러가자 조지아 왕국에서 통치했으며 한때는 쿠르드인들이 차지하기도 했단다. 

 

 

또 한때는 비잔틴 제국에서 통치한 적도 있었다는데 마지막으로 점령하고 폐허로 만들어 버린 자들은 몽골인들이었다고 전한다. 심지어는 티무르도 여기에 쳐들어와서 분탕질을 하고 갔단다.

 

 

대성당을 나온 나는 자미를 향해 걸었다.

 

 

아까 수녀원에서 보았을때 언덕위에 보이던 자미다.

 

 

메뉘체르 자미다. 자미에 이르기 전에 만나는 폐허는 예전의 상점터라고 한다.

 

 

8각형 탑처럼 보이는 기둥은 미나렛(미나레트)이다. 이슬람 모스크라면 어디에든지 붙어있는 기둥 말이다. 윗부분이 잘려나갔다고 한다. 무너져내렸는지 잘려나갔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윗부분이 사라지고 없단다. 밑에서 보면 원래 그 높이였는지 구별할 길이 없지만....

 

 

자미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제법 서늘했다.

 

 

메뉘체르 자미는 서기 1072년 셀주크 투르크인들이 만든 것이다.

 

 

창문에 붙어서면 절벽 아래로 흐르는 강물이 보인다. 

 

 

이렇게 말이다. 수녀원도 보이고 다리도 보인다. 강 오른쪽이 아르메니아 영토이다. 우리는 강 왼쪽의 터키 영토에서 구경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다시 한번 더 내부를 살폈다. 여섯개의 아치 천장이 있다고 하는데 하나하나 헤아려보진 않았다.

 

 

창가에 붙어선 나는 다시 한번 더 강가의 풍경을 살폈다. '물가에 심은 나무'라는 성경속의 표현이 이해되었다. 

 

 

나는 밖으로 나왔다.

 

 

멀리서 본 성채를 향하여 걸었다. 다른 분들은 더 이상 따라오지 않는다. 더위 때문이었으리라.

 

 

이 곳은 성채였을 가능성이 높단다.

 

 

멀리서 나부끼는 터키 깃발이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라고 유혹하는듯 했다.

 

 

미스터 첼릴과 약속한 시간이 다되어가는듯 했기에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요새로 가는 길목 양쪽으로 좁은 협곡이 이어져 있었다. 자세히 지형을 살펴보면 여기에 성을 쌓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아르메니아인들이 카르스에서 여기로 수도를 옮긴 이유를 알겠다.

 

 

이제 요새가 얼마남지 않았다. 나는 더더욱 힘을 내어 빨리 걸었다. 1분 1초가 아쉬웠기 때문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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