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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아! 아니(Ani)! - 4

by 깜쌤 2016. 2. 6.

 

나는 골짜기를 향해 내려갔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다.

 

 

비탈위에 서자 골짜기 저 아래에 숨어있는 교회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르메니아와 경계를 이루는 작은 시내 바로 옆에 참한 예배당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나는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탈길을 내려갔다. 마땅한 길이 없어서 살짝 위험했다.

 

 

다른 일행들은 내려오기를 포기하는듯 했다. 그렇더라도 나는 지금 안가보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기어이 내려가보기로 했다. 

 

 

성모 마리아 수녀원이다. 론리 플래닛에는 영어로 Convent of the Virgin으로 표기해두었다. 아르파강 바로 옆에 있어서 경치하나는 끝내준다. 론리에 의하면 출입금지 구역내에 있다고했지만 2015년 여름 당시에는 아무런 통제가 없었기에 마음대로 구경할 수 있었다.

 

 

수녀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였을까? 수녀원이라면 이만한 조건을 갖춘 곳도 드물것이다. 외진 곳에 숨어있으니 수녀들과 외부인들을 통제하는데는 그저 그만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입구 아치를 통해 대성당을 볼 수 있었다. 여기서보면 메니체르 자미도 잘 보인다. 굴뚝같은 것이 붙어있는 구조물이 메니체르 자미다. 자미는 기도하는 곳으로 보면 된다.

 

 

무너져내린 아치가 원래의 입구였을까? 서글픔이 확 밀려왔다.

 

 

굽이쳐 흘러내려가는 강 양쪽에 기둥이 보였다. 어쩌면 옛날 다리의 흔적인지도 모른다.

 

 

나는 미끄러질까봐 조심하며 다시 살금살금 내려갔다. 들고양이처럼 몸을 낮게 굽힌채로 조심해가며....

 

 

또 다른 아치가 나타났다.

 

 

 톱니모양의 지붕을 꼭대기에 인 탑이 눈앞에 다가왔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폐허가 더 확연하게 드러났다.

 

 

마침내 마지막 지점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이 건물은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을까?

 

 

나는 호기심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바닥에는 검은 모래가 깔려있었고 벽에는 낙서가 가득했다.

 

 

천장에 뚫린 작은 창으로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기도장소였을까? 벽에 끄적거려 놓은 많은 낙서들은 어떤 뜻을 가진 말들일까? 내가 여기에 낙서하고 간다는 의미로 써놓은 이름들일지도 모르겠다. 다 부질없는 짓이다.

 

 

무너지고 갈라진 틈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푸른 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천년전 아니(Ani) 최후의 날에 여기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약탈과 살육과 피흘림과 애원소리와 성폭행과 추행과 욕설과 저주가 난무했을까?

 

 

아니면 체념한 상태로 자신의 운명을 정복자의 피묻은 칼끝에 맡겨두었을까?

 

 

정복자와 피정복자들은 다 어디로 사라져갔을까?

 

 

계곡을 따라갈 수 있는 길이 보였지만 나는 걷기를 단념했다.

 

 

멀리서 살펴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강변 위로 솟은 성채 유적에는 터키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어찌보면 역사는 인간들의 땅뺏기 놀이인지도 모르겠다. 목숨걸고 치르는 잔인한 땅싸움! 역사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천사처럼 순수하게 태어난 아이들의 머리속에 편견과 증오를 심어넣는 것이 애국심을 빙자한 교육일지도 모르겠다.

 

 

국가와 민족이라는 개념을 없애버리면 인간이 대지위에 함부로 그어놓은 국경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나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건물 모습을 눈에 넣었다. 붉은빛 나는 돌들이 바싹 말라버린 황량한 대지와 어울려 멋진 조화를 그려냈건만 세월의 흐름과 인간이 지닌 야만성에 근거한 파괴때문에 모든 것이 헛된 모습으로 남았다.

 

 

안녕! 수녀원!

 

 

나는 다시 위로 걸어올라갔다. 가시가 많은 식물들이 지천으로 깔렸기에 조심해야만 했다. 

 

 

아르파강물이 거친 모습으로 대지를 파먹어가며 이리저리 굽어 흐르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강들처럼 하얀 모래위를 유장하게 흐르는 강은 지구위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늘에 흰구름들이 마구 떠올랐다. 

 

 

안내판들이 이리저리 마구 쓰러져있었다. 이러니 유적지 보호에 무관심하다는 비난을 듣는 것이다. 

 

 

종교에 관용이 사라지면 독선이 되고만다. 이슬람은 점점 독선화되어 가는 것 같다. 그들의 구호 자체가 독선적이지 아니한가?

 

"알라 이외에 다른 신은 없다."

 

 

나는 대성당을 향해 걸었다.

 

 

대성당이 아니 유적지 중에서 그나마 가장 온전하게 남아있는 건축물일 것이다.

 

 

벽체라도 약간은 온전하니 그나마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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