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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6 중국-대륙의 오지:중경,귀주,광서(完)

중경(충칭)의 명물 - 조천문 1

by 깜쌤 2016. 2. 9.

 

지하계단을 걸어 소십자역 위로 올라오자 어리둥절해졌다. 대단히 혼잡한 거리였기 때문이다. 이제 이 부근에서 호텔을 찾아야했다. 

 

 

멀리 갈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잘 살펴보니 온 사방에 호텔이 있었다. 문제는 외국인들을 받아주는 호텔을 찾는 것이다. 엄청나게 높은 건물 입구에 호텔 간판이 붙어있었다. 무조건 한번 가보기로 했다.

 

 

중국 건물은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을 대변하는 구조물이다. 엄청 크고 번듯해도 안으로 들어가보면 빈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층빌딩에 호텔이 들어있다고해도 겁먹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로비에 들어가보니 양쪽으로 호텔 카운터가 보였다. 한 건물 안에 두 호텔이 있다는 말이다. 한쪽은 외국인을 받는게 확실했다. 객실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있단다. 영어가 안통하면 한자를 종이에 써서 필담을 하면 되므로 의사소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종업원 아가씨를 따라 올라가보았더니 26층에 방이 있었다. 그런대로 깨끗했기에 묵기로 했다. 벌써 오후 두시가 지났으니 빨리 방을 구하고 쉬고 싶었다.

 

하루밤 숙박료로 168원을 부르길래 이틀을 머무르기로 하고 하루 150원으로 깎았다. 아침식사가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지만 일인당 하루 75원이지만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13,650원에 묵을 수 있으니 허무한 가격은 아니었다. 

 

 

아직 점심도 먹질 못했다. 비행기에서 주는 아침식사를 하고 그 이후로는 입에 들어간게 없다. 호텔방에 있는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기로 했다. 첫날 첫식사가 컵라면이니 동행한 분에게 미안했지만 형편이 이러니 어쩔 수가 없다.

 

 

컵라면 한개의 가격은 5원이다. 수퍼에 가면 3.5원이나 4원을 받을 게 확실하다.

그러니 수퍼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마당에 호텔을 나서서 찾아가야하고 찾아내야하는 수고비와 시간을 따진다면 방안에서 컵라면을 먹는게 더 편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국 호텔에서는 보증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걸 중국인들은 야진(압금 押金)이라고 부른다. 방안에 비치해둔 라면같은 음식을 먹거나 물건을 파손할 경우 야진에서 돈을 계산하고 나머지를 돌려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라면을 먹어두는 것이 편하다는 말이다. 

 

컵라면 하나로 기운을 차렸다. 남는 시간을 멍청하게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으니 구경거리 하나라도 찾아내야했다. 바이두 지도를 가지고 확인해보니 부근에 조천문이 있었다. 조천문뿐이랴? 루오한스 정도로 발음하는 나한사가 바로 부근에 있는 것이었다.

 

 

호텔 복도 끝머리에 붙어서서 아래를 살펴보니 바로 저 밑에 보이는 절이 나한사였다. 참 우리 팀은 복도 많다. 부근에 구경거리가 다 모여있는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중경최고의 번화가도 곁에 있었고 홍애등도 곁에 있었고.....  완전히 복터졌다.

 

 

가릉강을 보고 다음에는 조천문을 가보기로 했다. 호텔을 나와 가릉강쪽 도로를 따라 걷기로 했다.

 

 

우리가 묵은 호텔 입구다. 같은 건물안에 또다른 호텔 월우빈관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보슬비가 내리는 날인데다가 이미 오후여서 그런지 거리 분위기조차 벌써부터 어두침침했다. 거리전체에는 물기가 가득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초록색 자동차를 만났으니 눈에 안 띌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더구나 삼발이다.

 

 

빌딩 틈바구니에 자리잡은 나한사가 괜히 안스러워졌다. 나한사 건물 자체만 해도 작은게 아닌데 그런 느낌이 들 정도였다. 나한사는 나중에 가보기로 했다. 어두컴컴할때 들어가면 나한들이 만들어내는 실루엣조차 음침한 분위기를 만들것 같아서  미루었다는 말이다.

 

 

일단 부근 사거리로 나가보았다. 지금 내가 서있는곳은 소십자 지하철역위 신화로 사거리라고 보면 정확하다. 지도를 가지고 소개하면 아래처럼 된다.

 

 

 

 

중경의 핵심지대는 가릉강과 장강(=양자강)이 만나는 곳으로 이어진 반도처럼 생긴 부분이라고 설명드린 적이 있다. 나는 지금 오른쪽 빨간색 점을 찍은 곳에 와있는 것이다. 그 부분을 확대하면 아래처럼 된다.  

 

 

 

 

1 - 중경홍애동 : 멋진 곳이다. 나중에 소개해드릴 것이다.

2 - 내가 묵고있는 호텔 : 바로 옆에 나한사가 있다.

3 - 조천문 광장 : 장강 유람선을 타는 부두(=마두)가 이 부근에 몰려있다. 광장자체로도 멋진 구경거리가 된다.

4 - 가릉강 : 물색깔이 맑다.

5 - 장강 : 물빛부터 벌써 탁하고 흐리다. 그러니까 척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은 영어의 T자 모습으로 나타나있는 사거리다. 이제 거기에서부터 출발해서 가릉강변쪽으로 가보려는 것이다. 

 

 

강변으로 내려가는 도로 풍경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 도시안에 19세기부터 21세기가 공존한다. 그런 곳이 중경이다. 이발소가 나타났다.

 

 

뿌연 안개속으로 먼 곳에  서있는 빌딩이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강변이 멀지 않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비탈진 길을 조금 걸어내려갔더니 강이 나타났다. 강에는 거대한 다리가 걸려있었다.

 

 

현수교다. 말이 강이지 이 정도면 바다나 마찬가지다. 시시한 규모가 아니었다. 바다에서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곳이지만 수심도 깊고 물의 양도 많다. 거대한 배들이 물위에 즐비했다.

 

 

유람선 표를 파는 곳이 제법 많았다. 이리저리 걷다보니 다시 양자강 쪽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중국인들이 흔히 장강이라고 부르는 강이 중경직할시 한가운데를 통과한다. 조천문 부근에서 가릉강과 합류하는 것이다. 강 중앙쯤에 부두시설이 떠있다. 저런 것을 두고 중국인들은 마두(碼頭 마터우) 부른다. 마두를 간자로 쓰면 글자모양이 약간 다르다. 

 

 

 각각의 마두는 고유번호를 가지고 있었다.

 

 

부두 - 아무래도 마두보다는 부두라는 우리식 한자말이 더 부르기에 편하다 - 는 나중에 가보기로 하고 일단 도로를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부슬비가 슬슬 뿌리는 날씨여서 그런지 먼곳의 경치가 안개속 모습처럼 흐리기만 했다.

 

 

부두마다 모습이 달랐다. 저런 부두에서 장강유람선이 출발하는 것이리라. 물론 도착하는 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위에 떠있는 배들도 규모가 제법 크다. 시시한 통통배를 생각하면 큰일난다.

 

 

그렇게 도로를 따라 조금 걸어내려갔더니 두 강의 합류지점이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강건너편에는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었다.

 

 

다온 것 같은데 광장입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여긴 무슨 전시관람관 같은데.... 

 

 

방금 걸어왔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더니 어마어마한 공사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누군가가 중경의 핵심요지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까 보았던 입구 옆에 이런 건물이 보였다. 중경역사명인전시관인가 보다. 나는 처음에 중경출신의 명인(名人)들만 모아놓은 곳인줄로만 알았다. 입장료없이 공짜로 들어가볼 수 있는 곳이어서 괜히 좋았다.

 

 

한쪽은 서예작품 전시관이었다. 규모도 규모려니와.....

 

 

전시된 작품들의 다양한 글자체에 놀라고 말았다. 한자서체가 이렇게도 다양했다는 말이지?

 

 

말뜻은 모르지만 글자모양의 변화는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기에 입장한 것에 대한 기쁨이 컸다. 

 

 

다른 쪽 공간은 인물상들이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조천문을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별생각없이 그냥 스쳐지나가려다가 그게 아니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이런 사람들은 누군가하고 의아하게 여겼는데 이 세람은 모두 중경부근 출신이었다. 우리에게는 그리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었지만 제일 왼쪽의 인물은 주돈이다.  

 

 

이 분은 두보다. 중국인들이 중국 역사상 삼대시인으로 꼽는다는 가운데 한사람인 두보!

 

 

그럼 이사람은 누구일것 같은가? 당연히 이백이다. 두보가 있는데 이백이 빠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인물상들이 슬금슬금 내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인물상의 사실성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번엔 백거이다. 꼭 1년전인 작년 겨울 려산에서 이 양반이 거처했던 장소에 가본 기억이 난다. 하나하나 세밀하게 보려면 한없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슬슬 건너뛰기 시작했다. 사진은 많이 찍었지만 일일이 소개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보기에 건너뛰기로 하자.  

 

 

이번에는 송가황조의 주인공들이다. 중국 근대사를 주름잡았던 송씨자매 세사람!

누군지 궁금하시다고?

 

 

이 분은 누구일것 같은가? 나는 이분을 찾아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다. 이번 여행의 처음과 마지막은 이분을 만나는 것으로 장식했다. 지역감정에 사로잡힌 어떤 분의 블로그를 보니까 이 분을 보고 박정희 닮은 상을 세워두었다고 입에 게거품을 물던데.....  누구일 것 같은가?

 

 

 

백범 김구선생이시다. 나는 김구선생을 직접 만나뵌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갑자기 엄숙해지며 눈가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다. 한국인 관광객을 의식하여 일부러 전시해두었는지는 모르지만 중경에서 만난 독립운동가를 보고 어찌 감격하지 않을 수 있었으랴? 지역감정에 사로잡히고 나니 백범 김구선생까지도 박정희라며 우겨대는 그 삐딱한 심사에 할말을 잊었다.

 

 

그럼 이 사람은 누구일것 같은가? 뒤에 보이는 글자만 쳐다봐도 중국인들은 단번에 알아맞힌다. 호남성 장사시 인근의 상담 소산 사람이다. 여행 마지막 날 나는 이사람의 집에 다녀왔었다. 그런 뒤 백범 김구선생의 독립운동유적지를 찾았고...... 며칠 전에는 이 사람을 최초로 인터뷰한 에드가 스노의 책 <중국의 붉은 별>을 다 읽었었다.

 

 

안들어왔더라면 큰 손해를 볼뻔 했다.

 

 

지금까지 중경역사명인관을 훑었다. 옆으로 난 계단을 올랐더니.....

 

 

마침내 조천문 광장이 나타났다. 그러니까 역사명인관은 광장 바로 발밑에 숨어있었던 것이다.

 

 

고급스런 느낌이 나는 보라색 돌을 깔았다.이런 것이 중국인들의 미적감각이라니 놀랍기만 하다.

 

 

중국인들은 속도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공사를 빨리 진행하는데 안정성 여부를 떠나 겉은 정말 화려하게 꾸밀줄 안다.

 

 

여기가 조천문광장이라는 말이지? 인상무륭! 다른 곳은 몰라도 무륭에는 언젠가 꼭 한번 가볼 생각이다.

 

 

조천문 광장 뒤로 솟아오르는 마천루들의 위용이 당당했다.

 

 

나는 광장가로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가릉강과 양자강의 합류지점이 나타날 것 같았기에....

 

 

그러기전에 광장의 시설물들을 꼼꼼하게 살펴두고 싶기도 했다.

 

 

몇년이 지나면 조천문 광장 사면을 빌딩들이 에워쌀것 같다.

 

 

그런 날이 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먼저 가릉강쪽을 살폈다.

 

 

아까 보았던 현수교쪽으로 화물선 한척이 접근하고 있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더니 비로소 합수머리가 나타났다. 

 

 

오른쪽의 흐린 물이 양자강 본류이고 왼쪽의 맑은 물이 가릉강이다. 두 물은 조천문 앞에서 합류하는 것이다. 엣날에는 여기에 성문이 있었고 양자강을 거슬러올라오는 중앙의 사신을 이 부근에서 맞이했기에 조천문(朝天門)이라고 이름지었단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