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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터키로 넘어가다

by 깜쌤 2016. 2. 1.

8시가 되자 주인집 아들이 나타났다. 체구가 장대한 그는 이가 조금 부실하게 보였다. 나는 그를 보며 괜히 007영화에 등장했던 황금 이빨을 가진 괴물인간을 떠올렸다. 

 

 

우리가 배낭을 메고 차에 오를 때 젊은이의 아버지가 되는 어른은 배낭여행자 커플을 데려오고 있었다. 이제 러시아인 그의 식구들은 여름 한 철 아파트 임대 장사에 재미를 붙였으리라. 우리가 탄 자동차는 바투미 시내를 가로질러 달렸다. 

 

 

바투미 교외에는 비행장이 있다. 비행장 옆으로 다가가자 옥수수밭이 나타났다.

 

 

오늘, 2015년 8월 21일 금요일에 우리는 조지아에서 국경을 넘어 터키로 가려는 것이다.

 

 

다리를 건너면서 나는 익숙한 풍경을 찾아냈다. 이 풍경은 2008년 8월에 본 모습이었다.

 

 

가로수가 울창한 도로를 달려 남쪽으로 내려간다. 조지아측의 마지막 국경도시는 사르피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이다.

 

 

터키로 넘어 가서 흑해쪽으로 방향을 잡아 돌아다닌다면 몰라도 이제는 이런 풍경을 마지막으로, 흑해를 다시 구경할 날이 까마득해질 것이다. 

 

 

조지아쪽은 자유분방함이 있지만 터키쪽은 그렇지 못하다. 국경을 넘자마자 나는 답답함부터 느낄 것이다. 사르피에 가까워지자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트럭들이 바닷가쪽 도로 한차선을 점령하고 있으면서 통관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기가 사르피다. 저번에 못보던 흰색 건물이 들어서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가 타고온 러시아제 대형 승용차를 뒤에 남겨두고 출입국사무소를 향해 걸었다. 

 

 

국경을 통과하는 것은 아주 쉽다. 내려서 바닷가쪽 통로를 따라 가면서 출국심사를 받고 세관을 통과하면 된다. 조지아측에서는 까탈스럽게 구는 것도 없으니 그냥 무사통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터키측 출입국 관리사무소와 조지아 출입국 관리소는 서로 약간씩 떨어져 있다. 터키쪽 도로에 그어진 빨간 선을 따라가면 된다. 그 빨간 선 위에 자동차들이 불법주차하고 있어서 방향찾기가 어려웠다. 터키란 나라는 원래 그렇다. 무질서와 더러움으로 뒤죽박죽이 된 나라라는 인상을 주었다.

 

 

출입국 사무를 보는 터키쪽 젊은이는 거만한 자세로 우리를 맞았다. 그의 행동은 작은 권력에 취한 너절한 인간상의 표준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완장하나 차면 사람이 달라진다더니.....

 

 

터키는 이번이 다섯번째 여행이다. 우리나라의 사람들 대부분은 터키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는듯 하다.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므로 내 생각이 다 옳다고 우기지는 못하지만 나는 다섯번의 터키 여행을 통해 그 나라에 대한 환멸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터키에 대해 호감과 환상을 지닌 분들에게는 정말 미안한 이야기지만 터키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그런 느낌이 든다. 어찌보면 편견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알고 보면 내 느낌이 꼭 잘못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터키에 넘어온 첫 느낌은 지저분하고 무질서하고 더럽다는 것이다. 사람들도 어딘가 후줄근하다. 조지아에서 터키로 넘어왔으니 환전을 해야했다. 환전을 하러 갔다가 나는 또 다시 터키에 대한 인상을 그르치고 말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얀색 구조물이 해변에 우뚝 서있는 곳이 조지아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터키영토이고.....

 

 

입국장과 연결되어 있는 환전소에서는 환전을 해주지 않기에 다른 곳을 찾아야했다. 그들이 가르쳐준 것은 언덕위에 있는 작은 수퍼였다. 국경과 가까운 도시인 호파로 가기 위해서는 터키 돈이 필요하다. 저번에 왔을 때는 처음부터 택시를 탔지만 이번에는 돌무시라는 이름을 가진 미니버스를 타고 싶었다.

 

 

사설환전소 역할을 하고 있는 작은 수퍼에 찾아가니 조지아 라리와 터키 리라를 무조건 1대 1로 교환해주겠다고 한다.

"아니? 무슨 소리를 이따위로 하는 거야?"

 

조지아 화폐는 라리라는 단위를 쓴다. 1라리는 약 520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고 터키돈 1리라는 약 420원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1대1로 교환해준다는 것은, 국경부근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이용한 횡포가 아니고 무엇인가 말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수퍼주인은 국경담당 공무원들과 짜고 치는 고스톱 놀음을 노는게 아닌가? 불쾌하기 그지 없었다. 우리 일행 네명이 가진 돈은 45라리가 전부였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만 4천원 정도의 돈이지만 공짜로 특정인간을 배불려주기는 싫었다. 나는 결국 20라리만 주고 터키돈 20라리를 받았다. 나머지 25라리는 남겨두었다.     

 

 

호파로 가는 돌무시를 찾질 못해서 결국은 택시를 탔다. 조지아돈 20라리와 터키돈 20리라를 주고 타고 왔다. 우리돈으로 치니 1만 8천원 정도가 된다. 국경에서 호파 버스터미널(오토가르)까지는 약 18킬로미터의 거리다. 옛날 일기장과 내 블로그에 올려둔 여행기 기록을 보니 8년 전에는 미화 20달러를 주었다고 되어있었다.

 

 

조지아에서 나는 터키내의 행선지를 두고 많이 망설였다. 터키로 넘어간뒤 흑해 연안의 도시들을 볼 것인지, 아니면 아르메니아 국경쪽으로 다시 들어가 아니(Ani)유적지를 보고 터키 내륙을 통과해서 이스탄불로 갈 것인지를 두고 결정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나님께 여쭈어본다는 뜻에서 제비를 뽑았는데 결과는 아니 유적지쪽이었다. 지도로 설명하면 아래처럼 된다. 아니를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카르스까지 가야만 했다. 그것도 오늘 중으로......

 

 

 

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뜰 것이다. 우리 일정상 조지아의 바투미에서는 어차피 터키의 호파로 넘어와야한다. 호파에서 어느쪽으로 가느냐에 따라 여행의 성격이 결정된다.


노란색으로 표시한 1번 안을 따를 경우 흑해연안의 도시를 둘러보며 이스탄불로 가게되고, 초록색으로 표시한 2번 안을 따를 경우에는 터키의 내륙 도시들을 방문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2번안을 따르기로 했다.

 

 

                               <호파 버스 터미널의 화장실>

 

호파 버스터미날까지 택시를 타고 온 우리들은 다음 행선지인 카르스로 가기 위해 버스를 찾았다. 버스터미널을 터키에서는 오토가르라고 부른다. 오토가르 버스 사무실에서 나온 젊은 청년이 우리들을 자기 회사 사무실로 안내했다. 자기 회사는 카르스 가는 버스편을 확보하고 있으며 조지아 돈 라리도, 미국돈 달러도 터키 리라로 환전해주겠다고 나섰다. 

 

 

터키에서는 버스 회사마다 사무실을 따로 운영한다. 우리나라 버스터미널과는 시스템 자체가 다른 것이다. 우리가 안내받아 간 것은 예쉴 아르트빈 엑스프레스 버스회사였다. 그 회사에서 아르트빈을 거쳐 카르스까지 가는 버스를 운행하고 있었다. 

 

 

10시 반에 카르스가는 버스가 있다고 하며 그는 느긋하게 버스표를 끊어주었고 환전도 해주었다. 일단 100달러를 환전했다. 1달러당 2.85리라로 쳐주었다.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여 외환시세를 보여주었더니 그는 두말없이 인정해주었다.

 

 

나는 시간때문에 마음이 조급했는데 젊은 청년이 느긋하게 일처리를 했던 것은 시차때문이었다. 터키는 조지아보다 한시간 늦게 간다는 사실을 내가 깜빡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나자 갑자기 마음이 느긋해지기 시작했다. 호파에서 카르스까지의 요금은 45리라였다. 약 19,000원 정도이리라.

 

 

화장실을 다녀오고 일기도 써가며 출발시간을 기다렸다.

 

 

버스는 대형이었다. 오토가르의 작은 카페에는 터키 남자들이 모여 차를 마시고 있었고.......

 

 

 

정시에 출발했다. 하여튼 오늘 중으로 카르스에 도착해야만 한다.

 

 

호파시내를 통과하면 곧장 산으로 올라갈 것이다.

 

 

2016년 현재 터키의 총리는 에르도안이다. 그의 고향은 리제인데 호파에서 그리 멀지 않다. 리제는 차생산지로도 유명하다. 그 영향을 받아서일까? 호파에서도 차가 생산된다. 길가로 차밭이 이어졌다.

 

 

버스는 서서히 산길로 오르기 시작했다. 고도를 높여가는 것이다.

 

 

첫번째 나타나는 큰 도시는 아르트빈이 될 것이다. 아르트빈에는 대형 댐이 있다.

 

 

터키의 장거리 버스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이름이 높다. 명성만큼 편안하고 쾌적하다.

 

 

따라서 터키에서는 버스 여행을 즐길 일이지 피할 일은 결코 아니다. 도로가로 모스크가 지나갔다.

 

 

첨탑이 하나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규모가 작은 것이거나 개인이 만든 것일 수도 있겠다.

 

 

이윽고 아르트빈이 나타났다. 터키에서 우리나라 차를 만나는 것은 귀한 일이 아니다.

 

 

아르트빈은 산악도시다. 약간의 평지와 대부분의 비탈에 만들어진 도시인 것이다.

 

 

카르스행 버스는 아르트빈의 오토가르에 들어가지 않고 그대로 달려주었다. 너무 고마운 일이었다. 

 

 

이윽고 거대한 댐이 나타났다. 저번에도 한번 만나본 댐이다.

 

 

우리가 탄 버스는 지그재그 모습으로 방향을 엇바꿔가며 비탈을 올랐다.

 

 

한번씩 방향을 바꿀 때마다 평소에 보기힘든 장관을 만나게 된다.

 

 

호수 건너편 언덕위로 작은 마을의 집들이 점처럼 박혀있었다.

 

 

저런 고지대에 터잡고 사는 사람들은 도(道)를 깨닫기 쉬우리라.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