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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바투미! 그 매혹적인 야경

by 깜쌤 2016. 1. 5.

어스름이 흑해 연안의 휴양도시 바투미 하늘 위로 슬금슬금 밀려왔다.

 

 

그러자 도시 분위기가 슬슬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공원으로 밀려들기 시작하며 분위기가 조금씩 달아올랐다.

 

 

아파트 발코니에서 구경만 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길거리로 나갔다.

 

 

저녁거리를 장만하기 위해 바깥으로 나간 일행들이 돌아오지 않았기에 멀리갈 수는 없었다.

 

 

어지간한 건물마다 모두 조명 시설을 갖춘 것 같았다.

 

 

단순히 시멘트를 사용하여 사각형의 성냥갑 모양으로 만든 멋없는 건물들이 도로를 메운 것이 아니었기에 조명 효과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빛이 사라진 도시는 생명이 없는 도시다.

 

 

생명이 없는 도시는 죽은 도시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아파트가 보였다.

 

 

우리는 정말 멋진 곳에 묵고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위로 다가오는 구름이 거대한 유령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두려워할 것은 없다.

 

 

도시에는 빛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나와 거닐고 있었다.

 

 

빌딩 허리에 두른 조명시설이 빛의 마술을 보여주고 있었다.

 

 

16년전인 서기 2천년에 처음으로 만주의 하얼빈에 갔었다.

 

 

나는 그때 하얼빈의 야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당시만 해도 경주의 고적지에는 야경을 위한 조명이 존재하지 않았다.

 

 

경주 고적지에 조명시설을 해야한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어느 누구하나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다. 힘없는 일반 시민이 말하는 주장을 누가 들어주기나 했던가?

 

 

그러다가 그런 것에 관심이 있는 시장이 당선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내가 보기에는 아직도 많이 미흡하다.

 

 

사적지에는 조명시설이 어느 정도 되어 있지만 경주 시내 중심가에는 경주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격인 건물이 없고, 시가지내에서는 멋진 조명을 가진 건물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하지만 바투미는 그렇지 않았다.

 

 

이 도시가 경주보다 나은 점은 무엇일까?

 

 

유물이나 유적보다는 조명이다.

 

 

중국인들은 동굴 조명을 굉장히 화려하게 한다.

 

 

특히 석회암 동굴의 조명은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문제는 화려하다 못해 치졸하게 보이고 삼류 따라지 싸구려로 보인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조명이 바로 시각공해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바투미의 야간조명은 어느 정도의 품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높다란 기둥위에 올라선 이는 메데아다. 그녀는 양털가죽을 들고 있는듯 하다.

 

 

신화가 바투미를 먹여살리고 있는 셈이라고나 할까?

 

 

바투미에서는 그리스 신화가 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들은 '신화의 국제화'를 통해서 경제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경주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는 어느 정도로 우리 신화의 국제화에 성공했는가?

 

 

신화의 국제화에 관심을 기울인 이가 있긴 있었던 것일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수입할 줄은 알았지만 우리 신화를 수출하기 위한 발상이나 노력은 해보기나 했던 것일까?

 

 

이런 것이 여행의 매력이다. 새로운 사실에 눈을 뜰 수 있다는 것 말이다.

 

 

늙은이나 젊은이를 막론하고 우리 모두 견문없음을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한다.

 

 

견문이 좁은 지도자는 역사를 보는 혜안을 가질 수가 없다.

 

 

그러길래 그런 인간들이 지도자입네 하고 높은 자리에 올라서는 그 순간부터 기껏 쌓아올린 하나의 조직이 처참하게 망가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견문없는 지도자는 자기 잘못을 탓하기보다 남을 원망하고 환경을 탓한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공원부근을 돌아다녔다.

 

 

이제는 다시 아파트로 돌아가야 한다.

 

 

일행이 장만해온 과일과 빵으로 저녁을 먹었다.

 

 

이 정도만 해도 진수성찬이다.

 

 

빌린 아파트에서 먹는 한여름 저녁의 만찬......

 

 

후식으로는 요녀석을 먹었다. 이 녀석 이름이 무엇이었더라?

 

 

굳힌 과일 잼(?) 속에 견과류가 가득해서 먹기에 좋았다. 쫀득쫀득하고 고소하다. 

 

 

하루 종일 걸었더니 피곤했다.

 

 

그랬길래 우리는 쉽게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그나저나 성냥 구경을 해본 것이 얼마만이었던가?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