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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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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바투미 시가지의 아름다움 1

by 깜쌤 2015. 12. 28.

 

안토니 가우디! 나는 힐튼 호텔 뒷마당 부근에 설치된 조형물을 보고 왜 갑자기 안토니 가우디를 떠올렸는지 모르겠다. 화려한 색채감을 지닌 괴상한 모양의 조형물을 보고 하여튼 나는 가우디를 생각했다. 

 

 

우리는 바닷가에서 힐튼 호텔 정문 앞으로 이어지는 샛길을 따라 걸었다. 혹시 가우디가 살아 생전에 여기에 온 적이 있었을까? 평생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그 부근에서 작업했던 양반인데.....

 

 

힐튼 호텔 앞쪽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장식한 박석 무늬가 정교하기만 했다.

 

 

방금 우리는 저 샛길을 통해 해변에서부터 걸어왔다.

 

 

호텔 옆은 대학교건물이다.

 

 

호텔 앞으로는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나는 호수쪽으로 걸어갔다.

 

 

우리 옆으로 싱싱한 젊음을 지닌 여성들이 스쳐지나갔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싱싱하다는 것은 멋진 것이다. 호수 주변의 잔디밭은 한여름 땡볕밑에서도 싱싱한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었다.

 

 

호수가로는 수양버들의 일종으로 생각되는 나무들이 하늘거리는 잔가지를 여름바람에 날리우고 있었다. 그 밑으로는 강태공들이 물고기를 낚느라고 정신이 없었고....

 

 

나는 그들이 잡고자 하는 고기가 무엇인가 싶어 유심히 살폈다.

 

 

호수 주변으로는 그리 높지 않은 건물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강태공 가운데 한사람의 낚싯대가 심하게 휘어지고 있었다. 그가 잡아내는 물고기는 놀랍게도 숭어였다. 송어가 아닌 숭어 말이다. 바닷가에 인접한 호수이므로 숭어가 산다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숭어는 바닷물에도 살 수 있고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면에서도 살 수 있는 물고기다. 조지아 숭어라고 예외이겠는가?

 

 

어느 정도 구경하다가 시내쪽으로 걸었다. 호수 부근 길거리에서 참한 레스토랑을 찾아냈다. 우리는 점심을 먹기위해 들어갔다.

 

 

날이 더웠기에 건물 바깥 그늘에 마련해둔 야외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음식을 주문했다. 

 

 

내가 뭘 먹었는지 모르겠다. 버섯처럼 가늘게 찢어놓은 것은 닭고기였다고 기억하는데.....

 

 

덜어먹으라고 주는 여분의 접시와 포크,나이프도 고급이었다. 그래! 이렇게 하고 살아야한다. 이게 품격있는 인간의 삶이다.

 

 

미남 ㄱ사장은 조지아 전통요리를 시켰다. 빵 속에 계란요리가 들어간 전통요리다.

 

 

커피도 한잔 주문했다. 맛있다. 이런 순간이야말로 여행의 진미를 느끼는 순간이다. 음식을 먹고 제법 쉬었다.

 

 

커피잔도 이 정도면 고급이다. 갑자기 내가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레스토랑에는 손님들로 차고 넘쳤다.

 

 

격식차린 점심으로 배를 채운 뒤 우리들은 다시 시내구경에 나섰다.

 

 

버스정류장 부근에서 문화재 건물을 소개하는 안내판을 보았다. 멋진 아이디어다. 보존가치가 있는 건물 바로 앞에 안내판을 설치해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멀리 보이는 위치에 세워둔 세련된 안내판은 그리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내버스 정류장 유리판에 상업광고 전단으로 도배를 한 경주 기차역 부근의 시내버스 정류장과는 세련미에서 하늘과 땅차이 만큼의 큰 격차를 보인다.

 

 

나는 갑자기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경주 시가지가 불쌍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인간에게는 인격이 있고 국가에는 국격이라는게 있다. 마찬가지로 도시와 국민들에게는 품격이 있어야한다.

 

 

우리 한국인들의 품격은 어느 정도일까?

 

 

바투미 시내는 품격이 있었다. 시민들은 친절했고 건물들은 세련미를 간직하고 있었다.

 

 

한번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되니까 길거리에 내어놓은 마네킹들도 품위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가지에서 나는 능소화를 발견했다. 능소화가 이 나라에서 왜 이처럼 인기가 있는 것일까?

 

 

꽃이 가지는 화려함때문일까?

 

 

아니면 조지아 국민들이 모두 양반이어서 그런 것일까?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건물들의 색깔은 파스텔조였다.

 

 

그러니 한결 부드럽게 보인다. 낡은 집들이 많았지만 아름답게 보인다.

 

 

시각적으로 요란하지 않은 것이다.

 

 

옷가게에 걸린 옷가지들은 결코 고급이 아니었다.

 

 

이런 집들은 어디 스타일이라고 해야할까?

 

 

건물들만 품위를 가진 게 아니다. 자전거도로는 또 어떻고?

 

 

우리나라 시가지 도로처럼 인도로 자전거가 다니도록 해놓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갑자기 내 자신이 초라해짐을 느꼈다.  

 

 

개인별 국민소득으로 치자면 우리가 그들보다 몇 배나 높지만 인간의 품위 면이나 삶의 수준면에서는 과연 그럴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횡단보도 부근에서 사방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느낌상으로 이 부근 어딘가에 기차역이 있어야 했다. 예전 기차역말이다.

 

 

이 도로 끝이 기차역일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기차역에 가보고 싶었다.

 

 

우리는 기차역이 있다고 생각되는 방향을 향해 걸었다.

 

 

예전 기차역에서 앞으로 뻗은 거리 부근은 정말 아름답다. 조지아의 바투미에 가게 되거들랑 꼭 한번 걸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길거리는 제법 조용했다.

 

 

나는 이런 한적함이 좋았다.

 

 

거리는 조용했고 길거리 건물들은 단정한 아름다움을 지녔으며.....

 

 

 햇살은 따갑게 쨍했고 하늘은 드높고 맑았다. 

 

 

 

 

 

 

어리

버리